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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시대, 그런데 물만은 예외로 남아 있다.
최근 이란과 미국 간 긴장 고조로 에너지 절약 조치가 현실이 되고 있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일부 지역에서는 5부제까지 시행되며 시민들도 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전기와 연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에너지 절약에 참여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위기가 생활 방식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흐름 속에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바로 물이다.
우리는 물을 주로 '자원'으로 생각해 왔다. 그래서 부족하면 더 확보하면 된다고 여겨 왔다. 하지만 물은 동시에 에너지이기도 하다. 수돗물은 취수와 정수, 송수, 하수 처리까지 전 과정에서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을 사용하는 것은 곧 에너지를 사용하는 일이다. 이 사실은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해진다. 수돗물은 1톤당 약 0.2~0.5kWh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하수 재이용은 약 1kWh, 해수담수화는 4~8kWh까지 증가한다. 물은 더러워질수록 그리고 멀리서 올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건물 내부에서도 에너지는 계속 사용된다. 고층 건물에서는 물을 위층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가 작동한다. 수도꼭지를 틀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에너지가 한 번 더 쓰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온수 사용까지 더해진다. 물을 데우는 데에는 공급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의 상당 부분이 온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물 사용은 생각보다 큰 에너지 소비로 이어진다.
국내 물 사용량은 1인당 하루 약 300리터 수준이다. 이 가운데 10%만 줄여도 연간 1억~3억 kWh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이는 소규모 발전소 1기 수준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에너지 절약 논의에 물 사용이 주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기와 연료는 줄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물과 에너지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다.
이유는 물관리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는 부족하면 더 확보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설계되어 왔다. 더 멀리서 물을 끌어오고, 더 깊은 곳에서 퍼 올리고, 필요하면 바닷물을 담수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사용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물은 에너지 논의와 분리된 채 다뤄져 왔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다른 가능성도 보인다. 빗물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얻을 수 있는 물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지붕 등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 사용하면 운반과 처리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빗물은 도심의 열을 낮추는 데에도 활용된다. 여름철 지붕이나 도로에 살수하면 증발 과정에서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에너지 절약과 도시 환경 개선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방식이다.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단순한 절약을 넘어 자원 사용 전반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있다. 전기와 연료뿐 아니라 물 역시 에너지 관점에서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미 시작된 에너지 절약의 흐름에 물까지 포함된다면, 그 효과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에너지 절약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물을 포함할 차례다.
여전히 물은 그대로 써도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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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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