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과 아이들
이정현
숲 속에 들어선 아이들 중 계곡을 건너던 한 하진이가 "저거 도롱뇽알 아니야?"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일제히 모여 하진이의 손가락 끝을 바라봤다. 물거품 같기도 하고, 알 같기도 한 무언가를 집중해서 보던 아이들은 이내 흩어져서 나비처럼 이곳저곳을 팔랑거리며 다녔다.
그러다가 마치 꽃에 앉은 나비처럼 가만히 몸을 낮춰 앉아 작은 꽃이나 이끼를 바라보거나,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들으며 '단어 채집장'에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오, 이건 뭐지?", "이것 좀 봐!"라며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봄비 내린 뒤 계곡물 소리처럼 깨끗하고 경쾌했다.
얼마 뒤 숲속에는 "똑똑 또르르르~"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딱따구리였다! 아이들은 얼음땡 놀이이라도 한 것처럼 움직임과 말을 멈추고 신비로운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푸르르" 새가 비에 젖은 깃털을 털며 나무에서 날아오르는 소리도 들렸다.
아이들은 단어 채집장을 열어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그 순간들을 기록하고선 이내 다시 흩어졌다. 곤충을 좋아해서 확대경 등 여러 관찰 도구를 가져온 자림이는 줄지어 가는 개미들과 나무에 집을 짓고 사는 거미들을 유심히 들여다봤고, 연제는 새끼손톱보다 작은 버섯들을 찾고서는 기뻐했다.
한참 동안 목을 뒤로 젖히고 하늘을 바라보던 시경이는 내가 다가가자 "선생님, 여기서 나무를 바라보면 더 아름답지 않나요?"라며 배시시 웃었다. 시경이의 옆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니 연둣빛 새순이 난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워 나도 덩달아 감탄을 했다.
잠시 뒤 나는 아이들을 불러모아 <나는 진짜 나무가 되었다>라는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책을 읽고서 숲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나무 옆에서 진짜 나무가 되어보자고 했더니 아이들은 노루새끼마냥 숲을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나무들을 관찰했다. 리현이는 "이 나무는 진짜 사람 같아요!"라며 휘어진 나무의 줄기와 드러난 뿌리를 몸으로 그대로 표현했다.

▲ 나무가 된 아이
이정현
흥이 많은 가람이는 건너편 나무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깔깔 웃던 아이들은 서로 모였다 흩어졌다 하며 마음껏 숲을 뛰어 다니다, 다시 벚꽃비를 맞으며 학교 앞으로 향했다.
채집한 단어를 이으니 시가 되고 글이 되고
우리는 학교 앞 아늑한 공간으로 들어가 탁자에 둘러앉아 단어 채집장을 펼쳤다. 숲 속에서 담아온 단어들을 붙여서 쓰니 저절로 글이 되고 시가 되었다. 글과 함께 그림도 그렸다. 머리로 상상해서 쓰거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느낀 것을 담은 글과 그림이라 더욱 생동감이 있었다.

▲ 1학년 은수의 글과 그림
이은수

▲ 3학년 시경이의 글
김시경
이처럼 아이들과 숲 속에서 수업을 하며 몇 번이나 눈물이 왈칵 할 정도로 행복했다.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쁨과 해방감이 밀려왔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을 때가 생각났다. 교사인 나도 하루종일 칠판 앞에서 수업을 하고 컴퓨터를 바라보며 업무를 하는 것이 답답하고 힘들었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말과 글로 배우고 머리로 외우며 정답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향기를 맡고, 소리를 듣고, 피부로 느끼며 자유롭게 움직이는 수업에서 아이들은 즐거워했고 집중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 속 가상 현실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자연 속에서 주의 깊게 관찰을 하고, 기록하고 표현했다.
그 모습에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업에서 그 희망을 잘 키워나가고 싶다. 자연이라는 학교에서의 배움을 잘 담고, 또 나누다보면 더 많은 아이들을 품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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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예술가로 살아가며 교육, 예술, 심리에 관한 기사를 씁니다. @school_d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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