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줄이자면서 우리는 많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차량 운행을 줄이고, 생활의 불편도 감수하고 있다. 그만큼 상황은 절박하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왜 물 절약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을까.
앞선 문제 제기 이후 여러 사람에게서 같은 질문을 받았다. "방법도 있고 사례도 있다는데 왜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나요?"라는 물음은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라, 이미 답이 나와 있음에도 움직이지 않는 현실에 대한 의문이었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다
결국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다. 시민이 물을 절약하면 사용량이 줄고, 그만큼 매출은 감소한다. 물을 공급하는 기관과 관련 조직 입장에서는 절약이 곧 손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구조에서는 누구도 먼저 나서기 어렵다. 물이 부족해 새로운 공급 방안을 찾는 사람들조차 절약이 손해로 이어지는 구조 앞에서는 쉽게 힘을 내기 어렵다. 그래서 물 절약은 필요하다는 인식과 달리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런 접근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전기 분야에서는 이미 '수요관리'를 통해 소비를 줄이는 정책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절약하거나 생산하면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참여가 확산됐다.
물 분야 역시 물관리기본법에서 수요관리를 기본 원칙으로 명시하고 있다.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새로운 기술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물 절약 기술과 빗물 활용 방식은 이미 여러 곳에서 검증되었고, 실제 사례도 충분하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시작의 문제다
물 절약의 가장 큰 장점은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정책도 있고 기술도 있으며 사례도 축적되어 있다. 준비는 이미 끝나 있다. 우리는 이미 차량 2부제처럼 더 큰 불편도 감수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물을 아끼고 빗물을 활용하는 일은 훨씬 쉽고 작은 변화다. 이제는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이 변화는 특정 집단의 손해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역할의 전환이어야 한다. 물을 많이 공급하는 주체에서 에너지를 줄이는 주체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환경단체와 시민사회가 중요한 역할을 했듯, 이제는 물도 그 논의의 중심으로 들어와야 한다. 그동안 에너지와 탄소 중심으로 진행되던 환경 논의에 물을 포함시켜야 할 시점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논의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재설정이다. 어디를 먼저 줄일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왜 우리는 이미 가능한 해법을 두고도, 아직 물 절약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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