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우인성 판사 우인성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가 2025년 11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권성동 의원의 정치자금 수수 혐의 첫 공판에서 법정 내부 촬영 관련 유의 사항을 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학자 통일교 총재 측이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허위·과장 보고 전력을 입증하려 했지만, 재판에서 제시된 사례는 "한 총재 앞에서 일본어 실력을 과장한 적 있다"는 데 그쳤다. 이를 확인하고자 재판부가 윤 전 본부장에게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하냐"고 묻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10시 10분부터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등에 대한 21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오전 재판에는 통일교 한국협회 국장, 세계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했던 조아무개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 총재 측은 윤 전 본부장과 함께 근무했던 조씨를 상대로 윤 전 본부장의 보고 방식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이는 통일교 정교유착 의혹이 한 총재의 지시가 아닌 윤 전 본부장의 독단적인 행위였음을 입증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통일교 교인 "윤영호, 일본어 잘 못하는데 거짓말해"
한 총재 측은 조씨를 상대로 "당시 윤 전 본부장의 보고 내용이나 방식이 기억나는지", "보고 내용을 서로 논의한 적 있는지" 등을 물었다. 조씨는 "윤 전 본부장이 한 총재가 관심 갖는 부분을 빠르게 캐치했고 별도 리서치를 했다"며 "워낙 언변이 뛰어나서 한 총재가 굉장히 좋아하셨던 기억이 많이 있다"고 답했다.
"윤 전 본부장이 한 총재에게 과장되거나 거짓된 내용을 보고한 것을 들은 적 있냐"는 한 총재 측 질문에 그는 "윤 전 본부장과 함께 근무했던 2017년 때가 기억난다"고 운을 띄었다. 그는 "일본어로 적힌 보고서를 한 총재께 보고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 다른 직원을 통해 해당 문서를 번역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윤 전 본부장이 해당 내용을 보고하자, 한 총재께서 '일본어를 이렇게 잘하냐'고 물어보셨다"고 했다. 이어 "그때 윤 전 본부장이 '일본어를 잘한다'고 답해 순간 깜짝 놀랐다"면서 "윤 전 본부장은 일본어를 잘하지 못한다. 총재님께 거리낌 없이 거짓을 말해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해당 증언을 두고 우인성 판사는 조씨와 분리해 법정 출석한 윤 전 본부장에게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하냐"고 묻기도 했다.
우 판사는 "일본어를 해독하는 건 문제없냐", "박사 학위를 딸 때 일본 서적을 참고했냐" 등 질문을 이어갔다. 윤 전 본부장은 "사전이 있다면 기본적인 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증인 조씨는 한 총재가 정치인에 대한 금전 지원이나 법에 저촉되는 일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걸 왜 증인한테?" 판사 막아선 이유

▲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사진 가운데 건물), 한학자 통일교 총재.
권우성, 이희훈, 유성호
오후 재판에는 선문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한 황아무개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 총재 측은 "2022년 대선 당시 윤 전 본부장을 중심으로 일부 공직자들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상황을 알았냐"고 질문했다. 황씨는 "들은 바가 있다"고 답변했다.
"한 총재에게 이를 알렸냐"는 질문에 황씨는 "그러지 못했다"면서 "직접 이야기를 할 만큼 뵐 기회가 없었고, 당시 대학 업무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총재 측 변호인은 "한 총재가 이런 상황에 대해 알 수 없었냐"고 재차 질문했다. 조씨는 아래 같이 답변했다.
증인 조씨 : 질문이 조금 애매해서 다시 한번 말씀해주십시오.
한 총재 측 변호인 : 그러니까 지금 증인은 피고인(한 총재)에게 이런 상황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근데 세계본부를 중심으로 이런 행태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피고인은 이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
우인성 판사 : 그걸 왜 증인한테 물어보십니까? 증인, 알아요 몰라요?
증인 조씨 : 그건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조씨는 2022년 대선 당시를 회고하며 "과거 수없는 선거 상황이 전개됐는데 한 번도 그렇게 한 적이 없었다"며 "우리가 누구를 지지하거나, 어떤 당을 지지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 총재 지시가 아닌 윤 전 본부장 측에 의한 움직임이었다는 식의 주장을 이어갔다.
특검 측은 조씨와 다른 교인 간 문자 내용을 두고 "(대선 당시) 민주당이나 이재명 대선 후보 측으로부터 이의 제기를 받은 것 아니냐"며 "개인 차원에 대한 이의 제기였나, 아니면 통일교 차원이었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조씨는 "구별 지어 말하기 어렵다"면서 "민감한 선거 상황에서 개인이든, 통일교든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지지하면 안 되지 않느냐는 식의 문제 제기였다"고 답변했다.
한 총재는 지난달 27일 구속집행정지가 결정돼 이날 공판에서 자리하지 않았다. 구속집행이 정지되는 기한은 오는 30일 오후 2시이다. 한 총재는 지난해 9월 구속 이래 지난달 말까지 총 441회, 그중 시간과 횟수 제한이 없는 변호인 접견은 347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판에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은 남도현·박예주·오세진 검사가 출석했다. 한 총재의 변호인으로는 김소연·권오석·류재훈·서경원·송우철·윤화랑·이혁·임은지(이하 법무법인 태평양), 강찬우·신성윤·심규홍·이남균(이하 법무법인 LKB평산) 등 총 12명이 출석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4일 열릴 예정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록합니다. 사회부 사건팀에 있습니다.
공유하기
우인성 판사가 윤영호 전 통일교 본부장에게 "일본어 실력" 물은 이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