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4.20 15:52수정 2026.04.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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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에 자리잡은 거름간 2025년 1월 밭 둑을 정리하면서 베어낸 나무로 가로 세로 각각 2미터 약 1.2평의 거름간을 만들었다.
조재천
중동에서의 전쟁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 사재기로 연결될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구 자원인 원유가 자동차 연료 외에 우리 일상과 이렇게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새삼 놀랍고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 또한 놀랍다. 동시에 음식물 쓰레기에 관한 한 나는 이런 소란과 동떨어져 있으니 내 삶의 방식에 후한 점수를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방식이 유별난가 하고 돌아보게 된다.
내 삶의 방식이 유별나다 할만한 배경에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나의 '거름간'이 있다. 당연히 시골 텃밭 언저리에 있다. 기록을 보니 거름간을 만든 때가 지난해 1월 4일이었다. 겨울 밭 둑을 정리하면서 베어낸 아까시나무와 뽕나무를 2m정도의 길이로 잘라 밭 귀퉁이에 얼기설기 쌓아 만든 약 1.2평의 공간이다. 처음에는 밭에서 나온 풀과 농산물 수확 이후에 남는 부산물들을 모아 썩히는 공간으로 시작했다. 제 땅에서 나왔으나 쓰임이 없거나 쓰임이 다하여 쓰레기나 폐기물로 취급되던 것들이 자연적인 물질 대사 과정을 거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니 자연의 순환 이치에 부합하는 일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 폐기물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포함된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우리 집의 음식물 쓰레기는 대부분 식물성이라 밭에서 나오는 부산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니 지난 해 1월 이후 집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물 쓰레기는 거름간으로 간다. 주 1회 2인 가구에서 나오는 양이 약 2.5kg 정도 되니 연간 130kg, 1인당 약 65kg의 음식물 쓰레기가 거름간에 쌓이고 있다.
1인당 음식물 쓰레기 양은 얼마나 될까?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연간 95kg에 달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 500만톤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이 약 8천억 원에 이른다고 하나 그 경제적인 부담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인 부담을 일반인이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음식물 쓰레기만으로 거름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명색이 거름간이니 좋은 거름을 얻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밭에서 나오는 많은 양의 풀과 농작물을 수확하고 남은 부산물들 외에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 거름더미에 더해지면 좋을 만한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내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에도 거름 재료가 될만한 것들이 많았다. 그 중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커피 찌꺼기인데 질소나 칼륨 등 미네랄이 풍부해서 좋은 거름 재료가 된다. 집 주변의 몇몇 커피 가게에서 커피 찌꺼기를 가져갈 수 있는지 물어보니 반색을 하며 오히려 가장 많이 나오는 시간대를 알려주기도 했다. 비용을 들여 이를 처리해야 하는 커피 가게 주인 입장에서도 좋은 일일 것이다.

▲가로수 낙엽 묶음 환경미화원을 어렵게 하는 낙엽도 좋은 거름 재료다. 거름더미 안의 생명들에게는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이불이 된다.
조재천
빼놓을 수 없는 거름 재료 중 하나가 미생물 발효액이다. 작은 도서관이 있어 자주 방문하는 동네 주민센터에 미생물 보급기가 있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무심코 지나쳤지만 거름간을 만든 후에는 사막에서 찾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었다. 보급기에 적힌 안내 자료에 따르면 EM액이라는 '친환경 미생물 발효액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효모, 유산균, 고초균, 광합성세균 등 사람과 환경에 유익한 미생물 여러 종을 조합하여 배양한 안전하고 착한 미생물'이다. 매주 약 5리터를 받아서 거름간에 부어주니 이만한 화수분이 따로 없다.
도시에서는 환경미화원을 힘들게 하는 늦가을 가로수 낙엽도 좋은 거름 재료다. 평소 성가시게만 여기던, 투명한 큰 비닐 봉지에 담겨 쓸모없음 판정을 받고 어딘가로 실려 가길 기다리는 낙엽 더미들이 내 눈에는 보물처럼 보였다. 동의를 얻어 두어 묶음을 트렁크에 실어 거름더미에 더하였다. 추운 겨울에도 느리지만 물질대사의 활동을 계속하는 거름간의 작은 생명들을 위해 따뜻한 이불을 마련해준 느낌이다.
도시에서 거름 재료를 찾다 보니 시골 거름간과 도시 공간의 일부로 존재하는 것들이 다양하게 연결되고 있음을 본다. 거름간은 밭의 풀과 부산물, 화목난로의 재, 가로수 낙엽, 커피 찌꺼기, 미생물 발효액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등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물질들이 쌓이고 어우러져 상호작용하며 분해와 합성을 거듭하는 물질대사의 공간이다. 이 과정을 통해 쓸모가 다한 것들이 다시 생명을 얻어 좋은 거름의 형태로 자연으로 돌아간다.
전업농이 아닌 주말 농부라 가능하면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농작물을 키우고 싶으나 작은 밭에서도 풀이나 병충해 등으로 유기농이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더구나 농업에서도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속도와 효율을 따지며 화학제재를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관행농법이 일반화되어 있어 주말 농부라도 이런 환경으로부터 자유롭기 쉽지 않다. 이러니 거름간은 1.2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지속 가능한 생태 농업을 꿈꾸는 소농의 외침이기도 하다.
중동에서의 전쟁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 사재기를 유발하고 보잘 것 없는 내 거름간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바다 건너의 일처럼 여기던 전쟁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주는지, 우리 삶의 토대가 얼마나 취약한지 생각해 본다. 내 음식물 쓰레기 봉투와 다름없는 거름간, 무려 15개월 동안 음식물 쓰레기를 담았으나 아직 여유 공간이 많다는 점 또한 삶의 방식이 어떠해야 할지 보여준다.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는 전쟁, 하루 빨리 끝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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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는 산업자본주의 체체에서 임금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운 좋게도 개인적으로도 성장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그 성장이 지속가능 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탈성장의 시대에 개인의 삶은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를 실험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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