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한지의 결합, 작품으로 태어난 '첩첩산중'

[인터뷰] 서촌재 '청산에 가시려거든' 전시 중인 임채욱 작가

등록 2026.04.21 10:21수정 2026.04.2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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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품 임채욱 작가의 전시작품이다.
▲전시작품 임채욱 작가의 전시작품이다. 김철관

사진과 한지의 결합이 회화처럼 느껴지는 '블루 마운틴' 작품 전시회가 눈길을 끈다.

임채욱 작가의 '청산에 가시려거든(BLUE MOUNTAIN)' 전시회가 지난 17일부터(오는 5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옥인동 '갤러리 서촌재'에 열리고 있다. 인왕산 주변에 있는 서촌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한옥 갤러리로 알려져 있다.


전시 주제 '청산에 가시려거든(BLUE MOUNTAIN)'을 보면, 이원규 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의 시도 언뜻 떠오른다. 파란 산을 촬영해 한지로 출력한 그의 작품 20여 점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9일 오후 5시부터 전시 공간 '갤러리 서촌재'에서 임채욱 작가를 만나 작품의 의미 등 대화를 나눴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졸업도 하기도 전에 당시 쇠퇴한 한지, 문화 홍보를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이후 기업 솔루션 개발 벤처기업을 창업했고, 생전 백남준 작가의 뉴욕 퍼포먼스에 넥타이 스카프 등 아트상품 사업에도 참여했다. 특히 한지 업체와 함께 거친 한지를 프린트할 수 있는 한지로 개발하는데 일조했다. 그의 한지 작품 '블루 마운틴'은 홍콩, 싱가포르, 스페인 등 해외 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임채욱 작가 임채욱 작가가 갤러리 서촌재에서 자신의 전시작품을 설명했다.
▲임채욱 작가 임채욱 작가가 갤러리 서촌재에서 자신의 전시작품을 설명했다. 김철관

먼저 그에게 작은 한옥 '갤러리 서촌재'에서 작품 전시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지난 2013년도에 100% 한지를 이용한 '인왕산'을 주제로 이곳에서 작품 전시를 했던 인연이 있다. 지난 1997년에 대학을 다니며, 윤동주 문학관에서 본 '인왕산'을 그렸고, 과거 한지 홈페이지를 만들어 겸재 정선의 작품 '인왕제색도'를 초기 화면 이미지로 활용했다. 인왕산은 겸재 정선이 그린 돌다리가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인왕산에 대한 관심이 작업의 뿌리 같은 것이 됐다. 그래서 인왕산 주변에 있는 '서촌재'에서 전시한 것이 자연스러웠고,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작품 주제인 '블루 마운틴'을 지난 2009년 산에 올라 처음 목격해 촬영에 임했다고 했다.


"산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지난 2009년 2월 춥고 눈이 온날, 덕유산에 올랐다. 저 멀리 엄청나게 파란 봉우리가 보였다. 이곳에서 60~70km 떨어진 지리산 천왕봉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파랄 수 있지. 이렇게 해서 작품 '블루 마운틴'이 탄생했다."

블루 마운틴 첫 전시를 '더 마운틴스'란 주제로 국내가 아닌 홍콩에서 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2010년, 2012년, 2013년 홍콩에서 작품 발표를 했다. 한국에서 먼저 전시를 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산이 많아 너무 흔한 소재이다. 그래서 누구든지 산을 촬영한다. 이러니 산이 특별하지 않는 소재인 것이다. 당시 홍콩에서 전시를 했는데 <차이나모닝포스트>에 작품이 대문짝만하게 보도됐다. 이때 8점을 사 소장한 사람도 있다. 2013년 한지로 된 작품 '스노우 마운틴'전에서는 대박이 났다. 그래서 작품도 불티나게 팔렸다. 홍콩에는 산도 별로 없고 눈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2014년 아시아 작가 20명을 뽑는 '싱가포르 푸르덴셜 아이 워드' 작품 선정은 영국 사치 갤러리가 했는데, 20명의 작가 중 제일 중앙에 제 작품이 전시됐다."

이후 2013년 작업실을 인왕산 주변으로 옮기며, 그해 여름 '서촌재'에서 한지 작품 전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작품 임채욱 작가의 전시작품이다.
▲전시작품 임채욱 작가의 전시작품이다. 김철관

그럼 '블루 마운틴(청산)'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날씨가 추운 겨울, 산을 등진 역광이 있을 때 가장 파랗게 나온다. 그래서 산에 올라가 낮 12시 전에 작업을 모두 마쳐야 한다. 해가 중천에 뜨고 역광에서 넘어가기 시작하면 빛이 달라진다. 해가 동쪽과 남쪽 사이에 있을 때, 역광이 되며 어둡게 되는데 이때 파란색을 발산하게 된다. 그리고 산의 높이가 높을수록 더 파란색을 띄게 된다는 점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겨울 날씨가 춥고 수많은 산이 첩첩산중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블루 마운틴'에 있어, 가장 한국적 문화일 수가 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의 작품에서 '산의 이름을 붙이지 않는 이유'를 물어봤다.

"산 이름을 붙이면 그 산에 종속돼 작업을 하게 된다. 그래서 전시 작품들은 종속된 파란 산이 아니다. 이 산일 수도 있고, 저 산일수도 있고, 이름 없는 산일 수도 있다. 산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블루 마운틴'이 가장 적합했다. 색이 파라니 내만의 산을 찾았다. 이름 없는 산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의 재발견이라고 해야 할까."

전시작품 임채욱 작가의 전시작품이다.
▲전시작품 임채욱 작가의 전시작품이다. 김철관

그는 우리나라에 수많은 산이 있는데, 대부분 작가들의 관심은 겸재 정선이 그렸던 인왕산 등 일부 산에만 매몰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이름 없는 수많은 산들이 있는데, 이름이 없다고 그리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산이 아니라도, 모르고 있는 산이라도 이것이 가장 한국적인 산이 아니겠는가."

사진을 일반 인화지가 아닌 한지로 표현한 작품에 대해 그는 "사진인데 사진처럼 보이지 않는 매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표면으로만 존재하는 이미지이지만, 한지와 결합하면 작품이 뭔가 스며들어 투시하지 않고 은은하게 보여진다. 수묵화처럼 아니, 수묵화도 그렇게 표현하지 못한 매력이 있다. 그림이 그릴 수 없는 디테일이 있고, 사진이 표현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 그 사이의 무질서함이 산(자연)을 표현하는 데 있어, 한지의 질감이 만들어낸 산의 어떤 기운을 느끼게 한다. 한지는 사진 같은 표면이 아닌 깊이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산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 한지이다."

마지막으로 임 작가는 '블루 마운틴' 작품의 의미에 대해 "가장 세계적이며, 한국적인 작품"임을 강조했다.

"가장 특별하지 않은 첩첩산중이 가장 특별한 한국적 산의 모습이다. 특별한 것을 찍는 것이 아니고 특별하지 않는 것들이 모여 만들어낸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모습들이 가장 세계적이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다."

임채욱 작가는 지난 2002년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26년까지 국내외 스물여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수많은 단체전에 작품을 출품했다. 산과 관련한 <대둔산> <무등산> <인수봉> <낙산> <설악산> 등 9권의 저서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국회의장실, 하버시티 홍콩, 그랜드 하얏트호텔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갤러리 서촌재 갤러리 서촌재이다.
▲갤러리 서촌재 갤러리 서촌재이다. 김철관
#임채욱작가 #블루마운틴 #한지와사진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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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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