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리 미스터리' 공연
이정현
그 후 손뼉을 치거나 발을 구르며 우리의 몸으로 내는 소리들로 연주를 이어갔다. 타악기 연주에 엉덩이를 들썩이던 아이들의 눈이 두 배 정도 커졌다.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따라 하며 연주를 하다 보니 우리 몸 자체가 악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는 우리의 몸뿐 아니라 바닥, 벽, 천장 등을 두드리거나 천장에 늘어진 줄 같은 것을 당기거나 하며 연주를 이어갔다. 우리를 둘러싼 공간 속에 숨어있던 소리가 깨어나 모든 사물들이 저마다의 소리를 내며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하여 여러 소리들을 조화롭게 쌓아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또 여전히 계속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한다며 물로 연주하는 것도 보여주었다. 물을 튕기거나 손으로 젓거나 조개 껍질 등 다양한 성질의 물체를 넣어 소리와 음악을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절로 감탄이 나왔다. 마치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가 더 멀리 가지를 뻗어내듯, 음악의 근원에 닿고자 했던 노력들로 그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1시간 내내 땀을 흠뻑 흘리면서도 행복하게 웃으며 공연을 하는 '미스터 리'를 보고, 나는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남들이 잘 가지 않은 길을 걸으며, 결국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그의 몸은 악기였고, 그의 삶은 음악이고, 예술이었다. 그는 '국내 1호 바디퍼커셔니스트'로 서울드럼페스티벌 등 여러 축제 기획과 교육 등으로 그 영감을 나누며 살아간다고 했다.
예술적 체험이 바꾸는 일상
공연장을 나서며 아이들은 "엄마, 저분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아. 1시간 내내 말하면서 저렇게 많은 악기도 연주했잖아"라고 말했다.
"오잉, 그럼 사람 아니면 뭐 같아?"
"산신령 같아."
아이의 대답에 함께 공연을 보고 나오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웃었다. 아이가 느끼기에 평범하지 않은 사람을 산신령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 같았다. 공연장을 나와서도 아이는 자신의 몸을 통통 치며 소리를 내다가, 거리에서 들리는 여러 소리와 리듬에 귀를 기울이며 걸었다.

▲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이정현
걷다 보니 다시 마로니에 공원이 나왔다. 공원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꽃과 나무를 바라보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찬란한 빛과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을 쐬며 공연의 여운을 느껴보았다.
원초적인 리듬과 타악기의 소리 때문이었는지, 1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공연을 꽉 채운 그의 열정 때문인지, 그 진동과 파동이 여전히 내 몸과 마음에 흐르고 있었다. 문득,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다녀오고 나면 한 해를 살아낼 힘을 얻는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그러다 '왜 인간은 노래하고, 춤추고, 그림을 그리고, 글 쓰고 싶어하는가?', '왜 우리는 공연을 보고, 전시를 보고, 책을 읽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내 안의 깊은 곳에서 '어쩌면 그것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 마비되어있는 우리의 깊은 본능을, 살아있다는 감각을 흔들어 깨우기 위함이 아닐까?'라는 대답이 나왔다.
분명한 건, 이러한 예술적 경험을 통해 일상을 다시 새롭게 바라보며 살아갈 눈과 힘을 얻었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가득한 대학로에 올 때마다 아이들 안의 세계도 그만큼 넓고, 깊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대학로는 티켓 값도 저렴한 편이고, 소극장에서 배우나 공연자들과 더 가깝게 호흡하며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대부분의 미술 전시는 무료이며, 마로니에 공원 곳곳에서도 여러 예술가들이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펼쳐 어디서나 예술이 강줄기처럼 이어지고 흐른다. 이번 주말 아이들과 함께 대학로에서, 눈과 귀와 마음이 열리고, 다시 한 주를 살아갈 힘을 충전하시길 강력히 추천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일상예술가로 살아가며 교육, 예술, 심리에 관한 기사를 씁니다. @school_dalia
공유하기
신비로운 공간에서 울린 소리, 아이 눈이 두 배로 커졌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