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4.22 13:43수정 2026.04.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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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하다 보니 집 근처 약국이 문을 닫은 모습을 보았다. 병원 1층에 자리 잡고 있던 그 약국은 병원이 진료를 하는 날에만 문을 열곤 했지만, 그곳이 익숙해진 나에게는 늘 있어야 할 공간처럼 느껴지던 곳이었다. 문 앞에는 노란색 바탕에 빨간 글씨로 '임대'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약사님은 늘 친절하게 복용법을 설명해 주셨고, 작은 질문에도 성심껏 답해주시던 분이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문이 닫힌 약국 앞에서 한동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며칠 뒤, 경기도에 사는 친구가 제주에 놀러 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창고형 약국'이라는 말을 꺼냈다. 마트처럼 넓은 공간에 일반 의약품과 영양제를 진열해두고, 소비자가 직접 고르는 방식의 약국이라고 했다. 감기약이나 해열 진통제, 각종 영양제를 시중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일부 제품은 일반 약국보다 가격이 낮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필요하면 약사에게 상담도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제주에도 최근 이런 형태의 약국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문 닫은 동네 약국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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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곧 익숙한 변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흐름을 여러 번 경험 했기 때문이다. 더 넓은 공간, 더 많은 상품, 더 낮은 가격. 소비자 입장에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창고형 약국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약을 고르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구매하는 것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 받는 구조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매력적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다양한 제품을 비교하며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 지는 지 조금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가격 경쟁이 심화될수록 소형 약국의 수익 구조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가격을 기준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 동네에서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약국은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익숙한 장면이 떠올랐다. 대형 마트가 처음 들어섰을 때의 풍경이다. 시장 상인들은 생계를 걱정하며 입점을 반대했고, 결국 시간이 지나며 많은 소규모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더 싸고 편리한 선택지는 소비자에게 이익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지역의 작은 가게들은 하나둘 사라져갔다. 약국도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물론 지금 당장은 더 저렴하고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소형 약국들이 점점 사라진다면, 우리는 정작 필요할 때 가까운 곳에서 약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선택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형태에 의존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은 아닐까. 편리함은 늘 좋은 방향으로만 작동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더 싸고 쉽게 물건을 구매하는 대신,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자주 생각하지 않는다. 약국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가격과 접근성만으로 판단하기에는, 그것이 지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을 닫은 집 앞 약국을 다시 떠올려본다. 그곳은 단순히 약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필요할 때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가까운 안전망 같은 존재였다. 만약 그런 공간이 점점 사라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얻게 되고 무엇을 잃게 되는 것일까. 더 싸고 더 편리한 선택을 하는 대신, 정작 필요할 때 문을 연 약국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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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작은 가게들... 동네 약국의 '폐업'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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