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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던 화물노동자의 죽음...실질적 사용자 BGF리테일, 사과해야

'촛불 가수'이자, 5.18의 아픔 알았던 서아무개 조합원...원청, 책임 회피 말고 성실히 교섭 임해야

등록 2026.04.22 18:34수정 2026.04.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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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 조직국장으로 일하는 박진현 시민기자가 지난 20일 경남 CU 진주물류센터 앞 집회 과정에서 사망한 화물노동자 서아무개 조합원을 기리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이 추모글을 전합니다.[편집자말]
경남 CU 진주물류센터 앞 집회 현장에서 서아무개 화물연대 조합원이 4월 20일 2.5t 화물차에 치여 운명을 달리했다. 4월 22일에는 고인의 입관식이 있었다. 고 서아무개 조합원의 죽음은 원청의 교섭회피와 집회 현장에 있던 경찰의 과잉 대응이 부른 비극이다.

고 서아무개 조합원은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컨테이너지부장이다. 고인은 광양 컨테이너부두에서 화물 트레일러 운전을 했다. 부두 내 셔틀 운전이 고 서아무개 조합원의 업무였다. 화물연대에는 2011년에 가입했다. 화물연대에 가입한 이후에는 사무부장, 부지회장, 부지부장, 최근 지부장까지 간부활동을 계속했다. 특수고용노동자로서 고단한 노동과 지난한 투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CU 화물노동자의 투쟁에 함께 했다.

CU 화물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윤정옥 지회장은 "1년에 설·추석 당일 하루씩만 쉬는데, 일요일과 겹치면 그 마저도 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편의점 브랜드의 경우 원청이 비용을 부담해 기사들이 지역센터에서 분류작업을 하지 않지만, 우리는 매일 같이 분류작업을 했다"며 "하루 12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CU 화물노동자는 아파서 쉬고 싶어도 대차 비용으로 적게는 30만 원에서, 많게는 90만 원까지 사비로 부담해야 했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5.18 겪은 67년 광주 출생... 특수고용노동자의 길을 택하다

 고 서아무개 조합원은 2025년 10월 공공운수노조 여순항쟁 역사기행 때 해설사로 참여했다.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
고 서아무개 조합원은 2025년 10월 공공운수노조 여순항쟁 역사기행 때 해설사로 참여했다.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 공공운수노조

고 서아무개 조합원은 주민등록증에는 1968년생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1967년 광주 출생이다. 고인은 1980년에 광주역과 전남도청 사이에 살았어서 5.18 당시 현장을 생생히 겪었다고 한다. 광주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 고 서아무개 조합원도 5.18이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조선대 87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해서는 노래패와 문학회 활동을 했다. 사회에 나가서도 노동자 노래패 활동을 계속했다. 1995년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가 출범했을 때는 문화부장으로 일했다.

고 서아무개 조합원은 1990년대 후반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를 그만두고 노동자로서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IMF 이후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특히 사실상 노동자이지만 개인사업자로 둔갑한 특수고용노동자가 늘었다. 고인의 오랜 지인인 양기창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조합원은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특수고용노동자이더라"라는 말을 고인이 했다고 밝혔다. 결국 서아무개 조합원 본인 스스로 특수고용노동자가 됐다. 처음 시작한 일은 택배였다. 2011년 경부터 광양에서 화물노동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고 서아무개 화물노동자 탄핵 집회 손편지 고 서아무개 조합원이 지난 윤석열 탄핵 집회 시 썼던 손 편지이다.
▲고 서아무개 화물노동자 탄핵 집회 손편지 고 서아무개 조합원이 지난 윤석열 탄핵 집회 시 썼던 손 편지이다. 공공운수노조

양기창 금속노조 기아동차지부 조합원은 "서아무개 지부장이 못 다루는 악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고인의 이러한 재능은 2017년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때 고스란히 활용됐다. 집회 홍보는 물론, 앰프 설치·사회·공연·기타 연주 등 1인 5역 이상을 소화했다.


양기창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조합원은 서 조합원이 "박근혜 탄핵 집회 때 광양에서 촛불가수였다"고 말했다. 고 서아무개 조합원이 돌아가신 후 윤석열 탄핵 집회 때 쓴 자필 편지가 SNS에 올라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다.

1인 5역을 소화하던 노동 활동가... 누가 그를 쓰러트렸는가


 고 서아무개 조합원이 2025년 10월에 열린 공공운수노조 여순항쟁 역사기행에서 해설을 하고 있다.
고 서아무개 조합원이 2025년 10월에 열린 공공운수노조 여순항쟁 역사기행에서 해설을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강은미 정의당 전 국회의원은 "서아무개 지부장은 노동운동 뿐만 아니라 평화운동도 했다"며 '광양 평화와 통일은 여는 사람들'(광양 평통사) 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그는 광양평통사 사무국장도 맡았다. 노동운동 뿐만 아니라 지역활동에서도 궂은 일은 피하지 않고 도맡아 했다.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 조직국장으로 일하는 나도 고인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지난 2025년 10월 중순 1박 2일로 공공운수노조에서 여순항쟁 역사기행을 할 때, 고인은 해설사로 참가했다.

BGF리테일이 CU 물류 배송 업무를 담당하는 화물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다. CU 배송 업무는 'CU 운영사인 BGF리테일→그 물류 자회사인 BGF로직스→BGF로직스가 운영하는 지역물류센터→물류센터와 계약을 맺은 운송사→이 운송사와 계약을 맺은 화물노동자'를 거쳐 이뤄진다. BGF리테일은 CU 화물노동자의 처우는 자신들이 나설 사안이 아니라고 교섭을 거부해 왔다. 그러면서 BGF로직스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태라고 본다.

양기창 금속노조 기아자동치지부 조합원은 "'서아무개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필증이 없는 화물연대의 경우 개정 노조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실질적 사용자성' 판단을 거쳐 원청과의 교섭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법 2조가 담지 못하는 영역인 셈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하청노동자가 실질적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노동권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에 부합할 것이다. 노란봉투법으로 이런 문제를 규율하기 어렵다면, 차제에 다른 제도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고인의 죽음을 불러온 BGF리테일은 고인의 유가족과 동료들에게 사과하고 원청으로서 책임을 지고 성실히 교섭에 임해야 한다. 1년에 설·추석 이틀만 쉬고 매일 12시간 노동하는 CU 화물노동자의 삶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22일 오전 진주노동지청에서 이민재 BGF로지스 대표와 김동국 화물연대 위원장이 만났다고 밝혔다. 이어 오후 5시에는 대전역에서 실무교섭 상견례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 편집자 주, 노동자 사망 끝에 교섭 응한 원청, CU사태 해법 찾을까 https://omn.kr/2hwbg).
#화물연대 #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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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 조직국장으로 일한다. 노동조합, 노동관련단체에서 쭉 일했다. 두 아이의 아빠다. 평등육아를 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어색한 조합이지만, 노동과 육아가 내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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