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교육기관에서 텃밭 가꾸는 아이들과 선생님 인공지능(AI) 기술로 생성된 이미지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야외 텃밭에서 텃밭놀이를 하고 있는 유아와 선생님을 표현함.
박창현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1970년 4월 22일 미국에서 약 2천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시작된 이 날은, 정부가 만든 기념일이 아니라 시민이 만든 기념일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56년이 지난 오늘, 한국의 시민들도 작은 실천을 이어 간다. 저녁 8시 전국에서 진행되는 10분 소등 행사에 동참하는 시민도 있을 것이다.
지구의 날을 맞아 함께 짚어야 할 더 무거운 질문이 있다. 한 달 반 뒤면 17개 시·도교육감을 뽑는 6.3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집에는 기후위기 대응, 생태전환교육, 탄소중립 학교 같은 의제가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어린 시민들의 자리는 후보들의 공약에서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 지난 30년 한국의 기후·환경 정책에서 영유아는 정책의 중심에 자리잡지 못했다.
기후·환경·생태교육은 추가 교육이 아니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이 있다. 기후·환경·생태교육은 영유아에게 더해지는 또 하나의 교육 영역이 아니다. 자연과 비인간 존재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일은 영유아가 세계와 처음 관계 맺는 기본 방식이다. 흙을 만지고 물을 느끼고 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일, 식물과 동물과 사람이 모두 같은 세계의 동료라는 감각을 기르는 일은 영유아의 발달과 권리의 출발점이다.
기후위기는 이 기본을 흔든다. 폭염은 야외 활동을 멈추게 하고, 미세먼지는 호흡을 좁히며, 산불은 숲을 빼앗는다. 영유아가 자연과 관계 맺을 가능성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라 권리에 닿는 문제다. 기후·환경·생태교육은 이 권리를 지키는 일이며, 추가 사업이 아니라 영유아 교육과 돌봄의 기본이어야 한다.
다섯 번의 패러다임, 좁았던 영유아의 자리
한국의 환경·기후 정책은 지난 30년간 다섯 번의 큰 흐름을 거쳐 왔다. 1990년대 환경 보전, 2000년대 지속가능발전, 2008년 이후 녹색성장, 2020년 이후 탄소중립과 생태전환, 그리고 최근의 정의로운 전환이다.
이 흐름들 동안 영유아가 정책에 호명된 적은 있다. 환경 보전기에는 보호 대상으로, 지속가능발전기에는 미래세대라는 추상적 호명으로, 탄소중립기에는 학교의 일부로, 정의로운 전환기에는 산업·노동 영역의 부담 분배 논의 안에서 간접적으로 다뤄지는 식이었다. 그러나 영유아를 권리 주체로, 정책 결정의 단위로 본격적으로 다룬 흐름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유치원은 비중이 낮고, 어린이집은 더 멀다
한국의 학교 환경교육 논의에서 영유아의 자리는 좁은 편이다. '학교 환경교육'이라는 말이 쓰일 때 그 학교는 대개 초·중·고를 가리키며, 유치원의 비중은 낮다. 환경교육법은 2023년부터 학교환경교육을 의무화했지만 그 대상은 초등·중학교에 한정된다. 유치원은 의무화 범위에 들어 있지 않고, 어린이집은 학교가 아니어서 학교환경교육의 법적 정의에서도 떨어져 있다.
세 부처의 30년, 교육기본법, 그리고 좁아진 자리
지난 30년간 환경부 계열의 5년 주기 법정 계획은 누적되어 왔다. '제3차 환경교육종합계획(2021~2025)'을 거쳐 지난해 12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4차 국가환경교육계획(2026~2030)'을 수립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섰다. 산림청은 '제3차 산림교육종합계획(2023~2027)'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별도의 5년 주기 법정 종합계획 없이, 관계부처 합동 '기후위기 극복 및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학교 기후·환경교육 지원 방안'(2021)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생태전환교육 반영 등 사안별 대응을 이어 왔다.
법적 근거도 갖추어졌다. 2021년 교육기본법이 개정되어 제22조의2가 신설되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하여 생태전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는 조항이다. 한국 교육법 체계에서 생태전환교육이 처음 법적 자리를 얻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이 흐름 속에서 영유아가 호명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산림청 유아숲체험원은 영유아를 직접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사업이다. 2021년 6개 부처 합동 학교 기후·환경교육 지원 방안에도 '유아·장애학생 맞춤형 학습지원'이 포함되었고, '제4차 국가환경교육계획' 도 시·도교육청의 유아기후환경교육관 운영을 지원과제로 담았다.
다만 이러한 사업들이 영유아 정책의 큰 흐름을 바꿀 만한 비중으로 다뤄졌는지는 짚어 볼 일이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기본법의 원칙이 영유아 단계의 체계적 시책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고, 누리과정에는 기후위기와 생태전환의 관점이 더 적극적으로 반영될 여지가 남아 있다.
교육부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교육기본법 제22조의2의 시행 책임 부처이자 누리과정의 주관 부처가 교육부다. 교사 양성 단계에서도 기후, 환경교육이 충분히 포함되지 않은 채 교사가 현장에 배치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교사가 배우지 않은 것을 영유아에게 가르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유보통합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교육부 소관으로 모이고 있는 지금, 교육부는 영유아 기후 대응에서 더 큰 책임을 진 부처가 되었다.
같은 폭염, 다른 결과
이 빈자리는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같은 폭염이 와도 기관 간의 시설 여건에 따라 영유아가 다른 환경에 놓일 수 있다. 같은 미세먼지에도 공기청정기와 인력이 충분한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의 영유아가 다른 호흡을 한다. 같은 산불이 나도 도시의 어린이집과 산림 인근의 어린이집이 다른 위험에 노출된다. 정의로운 전환의 본래 정신 — 기후위기 대응의 부담이 취약계층에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 — 을 영유아에 적용하면, 가장 어린 시민과 그를 교육하고 돌보는 유치원교사와 보육교사의 자리가 보인다.
다가오는 시기, 함께 짚어야 할 일
2026년은 영유아 정책 환경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겹치는 시기다. '제4차 국가환경교육계획(2026~2030)'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섰고, 산림청 산림교육종합계획도 이어지고 있다. 유보통합이 본격 시행 단계에 들어섰고, 6월 지방선거로 새 교육감들이 4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큰 새 사업을 새로 시작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시·도교육청의 기후 사업과 새 교육감의 공약이 설계 단계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단위로 포함하는 일, 시행 중인 국가환경교육계획과 산림교육종합계획의 연차별 시행에 영유아 항목이 더 깊이 반영되는 일, 탄소중립 중점학교·환경교육도시·유아숲체험원 같은 기존 사업의 대상에 영유아를 더 폭넓게 받아들이는 일이 함께 가야 한다.
영유아는 기후위기의 결과를 가장 오래 살아낼 세대다. 그 세대가 자연과 비인간 존재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자랄 권리,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안전한 환경에서 돌봄받을 권리,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갈 시민으로 자랄 권리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영유아 기후권리는 시혜가 아니다. 어린이를 시민으로 대우하는 사회의 기본적인 책임이다.
기후위기는 가장 어린 시민에게 가장 먼저 닿고 있다. 정책은 그보다 늦게 따라간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교육감 후보들과 시행에 들어선 종합계획을 운영하는 정부 부처들이 이 격차를 함께 줄여 나가는 일이 오늘 지구의 날의 또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다. 가장 어린 시민의 권리를 빠뜨리지 않는 기후 대응. 그것이 한국 사회가 함께 시작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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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영유아 교육·보육 정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국가책임교육돌봄분과 자문위원이며, 2026년 서울시교육감 2기 공약추진위원회 위원(유아교육 분야)을 역임했습니다. 재개념화 교육의 토대 위에서 유보통합과 ECEC 정책의 현장 중심 대안을 제안하는 데 연구의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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