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기억산책 프로그램 시범 운영 당시 마을해설사가 고잔동의 기억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모습
정란수
생명안전공원, 기억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조성될 4.16 생명안전공원은 단일 추모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학교 가는 길'과 '기억 산책 프로그램'처럼 흩어져 있던 기억의 시도들이 이 공원을 중심으로 체계화되고 연결되어야 한다.
공원 안에서 시작된 경험이 마을로, 지역으로, 다시 다른 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 전국 각지에서, 나아가 세계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안산이라는 도시를 기억과 함께 경험하는 여행지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경험의 동선 설계이다. 단순 관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따라 이동하는 구조, 공원 내부와 주변 지역을 잇는 '기억의 루트'가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는 프로그램의 지속성이다.
연극, 산책, 교육 프로그램은 일회성이 아니라 계절과 시기, 대상에 따라 반복되고 축적되어야 한다. 셋째는 참여의 확장성이다. 방문자가 보고 돌아가는 것을 넘어 기록하고 공유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깊이라 할 것이다.
공감의 마케팅, 조용한 초대
더 많은 사람의 방문을 이끌되, 유가족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가. 투어, 또는 관광이라는 용어가 갖는 부정적인 느낌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할 것인가. 이것이 이 공간 운영의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오세요'라고 크게 외치는 방식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공간과 경험, 그리고 기억에 대한 마케팅은 '조용한 초대'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 경험한 사람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방식, 즉 방문자의 진솔한 이야기가 방문자 스스로 은은하게 퍼져나가도록 하는 구조가 유효하다.
자극적인 홍보 대신 문화 예술을 매개로 한 은유적 접근도 필요하다. 생명과 평화를 주제로 한 계절별 전시, 낭독회, 음악회처럼 예술적으로 승화된 방식은 유가족에게는 위로가 되고, 일반 방문자에게는 무겁지 않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치유라는 개념 안에서 유가족, 방문자 모두가 위안을 받는 경험이어야 한다.
채널의 다양화도 중요하다. 교육여행, 시민단체, 종교기관,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의미 있는 방문'의 통로를 넓히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코스로 편입될 수 있도록 교육 과정과 연결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가 시민 해설사가 되어 방문객을 안내하는 구조는, 이 공간이 고립된 섬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따뜻하게 연대하는 곳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공간을 찾는 이들이 지켜야 할 태도, 콘텐츠가 유지해야 할 무게감, 운영의 윤리성이 처음부터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방문자 수보다 방문의 질이 중요하다. 많이 오는 것보다, 제대로 느끼고 돌아가는 것이 이 공간의 존재 이유에 더 부합한다.
기억을 지키는 방법은 여럿 존재한다. 기념일도 있고, 기록도 있고, 교육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지속적인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사람이 계속 찾는 것이다. 방문은 기억을 현재로 만들고, 경험은 기억을 타인의 것으로 확장시킨다.
4.16생명안전공원이 그 기억에 대한 만남의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이 공원을 다녀온 사람이 조금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공간이 이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목적일 것이다. 여행은 결국 '나'를 바꾸는 일이다.
그리고 달라진 '나'들이 모여 사회를 바꾼다. 본디 관광이라는 말은 다른 지역의 빛(문화나 문물)을 본다는 뜻을 지녔다. 그런데 그 다른 지역을 본다는 것은 더 근원적으로 다른 지역의 거울을 통해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과 같다. 내가 변하게 되고 다시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다.
기억이 있는 장소에 방문하여 다시 기억을 살려 나가는 것, 그것이 4.16생명안전공원과 주변을 방문하고 산책해야 하는 이유이다. 세월호 12주기가 지나고 이제 내년까지 4.16생명안전공원이 만들어지기 전에 다시금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길 희망해본다.
[함께 만들어가는 4.16생명안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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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으로 남긴 기억은 어떻게 도시가 되는가 https://omn.kr/2gvw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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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생명안전공원 설계의 변 https://omn.kr/2h6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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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기억과 약속 https://omn.kr/2hj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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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수호자'로 '기억의 편'에 함께 해주세요 https://omn.kr/2hm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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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장소를 방문하면서 비로소 다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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