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엘리베이터 벽에 붙은 소등 안내문 무심함 속에 놓여 있던 메시지는 이제야 비로소 의미를 드러내며 작은 실천의 시작을 조용히 일깨운다.
진재중
작은 학교가 만든 큰 변화
무심코 지나쳤던 운양초등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사천면 이설당1길 36번지, 학생 수 77명, 교원 수 13명. 숫자로만 보면 작은 학교다. 도시의 대형 학교들과 비교하면 쉽게 눈에 띄지 않을 규모다. 아마도 우리는 그동안 이런 학교들을 '작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지나쳐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밤, 10분의 어둠을 만들어낸 곳이 바로 이 작은 학교였다.
학생 수가 많아서도 아니고, 특별한 지원이나 거창한 시스템이 있어서도 아니다. 이학교 6학년 학생들이 지구의 날을 생각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을 뿐이다.
10분의 어둠이 밝혀준 것들
잠시 후, 아파트는 마치 정전이라도 된 듯 일제히 불이 꺼졌다. 빛으로 가득 차 있던 공간은 순식간에 어둠으로 바뀌었고, 아파트는 잠시 숨을 죽인 듯 고요해졌다. 불과 10분. 그 짧은 시간이 이렇게 길고 깊게 느껴진 적이 있었던가. 그 어둠 속에서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불을 켜고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불빛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평소에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 10분간 꺼진 아파트의 불빛,순간의 불편함이 지나간 자리에는 깊은 울림이 남았다. 어둠 속에서 더 또렷해진 것은 빛이 아니라, 작은 실천이 만들어낸 큰 의미였다.
진재중
아이들이 먼저 켠 질문, 어른들이 답해야 할 시간
무엇보다 마음을 건드린 것은 이 작은 실천의 출발점이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이었다는 점이다.환경을 말하고, 지구를 걱정하는 일은 늘 거창한 구호나 정책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그들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선택했고, 설명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어둠 속에서 문득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어른들은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삶을 바꾸는 작은 실천에는 얼마나 인색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와 동시에 묘한 안도감도 함께 찾아왔다. 이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든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10분이 지나고 다시 불이 켜졌다.
아파트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그 시간은 단순히 '불을 끈 시간'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10분은 어른들의 무관심을 비추는 거울이었고, 아이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으며,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어둠은 사라졌지만, 그 안에서 떠올랐던 생각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밝은 빛이 아니라, 잠시 불을 끄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이런 '10분의 어둠'인지도 모른다.

▲ 어린이들의 부탁으로 하나둘 꺼진 아파트의 불빛, 창 너머로 펼쳐진 어둠은 고요하지만 깊다. 그 어둠 속에서 도시의 밤은 잠시 멈춰 서고, 아이들의 작은 실천은 보이지 않는 빛이 되어 어른들의 마음을 조용히 비추고 있는 듯하다.
진재중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