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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책의 날'에 전하는 우울증 이후의 삶

<삶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이후 또 다른 책을 준비하며

등록 2026.04.23 12:02수정 2026.04.2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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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5년, 책을 쓰기 시작한 지 16년 만에 첫 책 <삶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가 나왔다.

처음 책을 쓰기 시작한 건 2009년. 9개월 간의 깊은 우울증에서 빠져나올 무렵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어둠에서 벗어나며, 나처럼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에게 손을 뻗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우울증에 걸렸을 때는 '세상에서 나만 고립되어 멈춰있는 것 같다'는 단절감과 '영영 우울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는 막막함이 가장 힘들었었기 때문이다.


지독한 절망 속에서 누워만 있던 나를 다시 일으켰던 건, 나처럼 고통 받고 상처 받았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내게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너는 고통보다 큰 존재야'라는 걸 몸소 알려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먼 길을 떠날 힘을 얻었다. 세상에서 정해 놓은 기준과 목표를 따라 성실한 모범생으로 살아왔지만 결국 불행했기에,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찾고 싶었다.

너무나 똑똑하고 재능이 많았던 고등학교 동창이 자살을 하고, 대학 졸업 후 교사가 되어 만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선생님, 죽고 싶어요"라고 했을 때, 나는 지금까지 내가 자라왔던 사회에서의 교육과 문화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이정현

그래서 떠난 히말라야 자락에서 만난 티베트 스님이 "어떻게 자신을 미워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은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티베트어에는 '자책'과 '죄책감'이라는 단어와 개념 자체가 없다는 걸 듣고, 끝없는 비교와 경쟁 속에서 살아왔던 지난 삶이 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후 히말라야와 태국의 명상센터, 인도의 마더 테레사 하우스, 프랑스의 평화공동체, 호스피스 병동 등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국내외의 많은 곳들을 다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달라이라마, 틱낫한 스님, 이해인 수녀님, 제인 구달,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책에서 궁금했던 분들을 직접 만나 질문을 하기도 하고 강연을 듣기도 했다.

그렇게 직접 찾아다니며 온 몸으로 느끼고 배운 것들을 학교와 여러 교육 현장에서 나누고, 가르치며, 글로 담았다.


 <삶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책표지.
<삶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책표지. 생각의 힘

책을 낸 후, 북토크나 강연에서 사람들이 종종 묻는 질문들이 있다. "이제는 우울하지 않으세요?" 이메일이나 SNS 메시지로 자신의 내밀한 고통이나 우울을 털어놓는 이들도 비슷한 질문을 한다. 그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저는 여전히 종종 우울해요. 기쁨이나 다른 감정처럼 우울도 느끼지요. 하지만 우울이 느껴질 때 제 태도와 행동이 바뀌었어요. 마음이 우울이라는 감정으로 신호를 주는 거라고 생각해서, 먹는 것과 자는 것 등 기본 생활 습관과 리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몸과 마음을 더 따뜻하게 잘 돌보려고 노력해요."


돌아보면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의 큰 차이점을 꼽으라면, 나 자신에게 더 다정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를 평가하고, 비판하고, 혐오하던 날카로운 시선과 마음을 내려놓고, 나를 이해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커지는 만큼, 나는 나의 가족과 이웃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과 사랑을 주고 받는 일상을 살아가며, 나는 비로소 행복해졌다.

책에 쓴 아래의 구절처럼, 나는 우울과 고통과 상처와 아픔을 겪으며,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계속해서 가르치고, 배우며 치유와 성장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고통이 축복이고 아픔은 은혜"라는 말은, 고통과 아픔 가운데 있을 때는 저주처럼 들리던 말이었다. 하지만 고통과 아픔이 다른 이들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통로가 되어주는 것을 경험하며 나는 그 말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 6p
아픔이 아픔을 안고, 외로움이 외로움을 달래고, 고통이 고통을 쓰다듬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하면서 우리 사이에 흐르는 사랑의 힘을 실감했다. 일방적인 치유와 가르침은 없음을, 두 팔을 뻗어 다른 사람을 안는 것은 결국 나를 안는 일임을, 가르친다는 건 배우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7p

첫 책을 낸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현재 나는 두 번째 책을 퇴고 중이며, 세 번째 책을 기획하고 있다. 둘 다 어린이 대상 책이다. 그리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어 최근 하는 숲 속에서의 수업에 대한 글을 연재하기도 하고 틈틈이 기사를 쓴다. 이처럼 나의 생각과 마음을 글로 담고, 나눌 수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

이 기사를 쓰는 오늘은 '세계 책의 날'이다. 넘쳐 나는 콘텐츠와 영상의 시대에 책이 사라질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책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을,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수단이자 통로가 된다. 나 역시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책을 통해 빛과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왔다.

그렇기에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우울과 어둠과 절망 속에 있는 누군가에게 책의 제목과도 같은 메시지와 마음을 가득 담아 전한다.

'삶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삶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달리아 이정현 (지은이),
생각의힘, 2025


#삶이당신을사랑한다는걸잊지마세요 #달리아이정현 #달리아스쿨 #베스트에세이 #치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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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예술가로 살아가며 교육, 예술, 심리에 관한 기사를 씁니다. @school_d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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