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을 통해 공부하는 일제강점기 일반인들의 삶

[독립운동가 그림쟁이의 수장고] 역사의 한 조각을 손에 쥔다는 것

등록 2026.04.24 10:09수정 2026.04.2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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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겨울 무렵, 한창 독립운동가를 그리고 그들의 삶을 공부하던 때였다.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을 알고 싶어 자료를 찾던 중 우연히 코베이라는 골동품 경매 사이트를 발견했다. 그곳에서 일본인이 한국으로 보냈던 실제 엽서 한 장을 손에 넣었다. 색이 바래 있었지만, 엽서에는 그 시대의 삶과 흔적이 남아 있었다. 활자로 찍힌 문장이 아닌, 누군가의 손으로 써 내려간 흔적은 생생했다. 이 엽서는 그냥 자료가 아니라, 어떤 사람의 '인생' 증거였다.

처음으로 수집한 엽서 우연히 알게된 코베이 사이트에서 처음으로 산 엽서다. 이 엽서 한장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요금부족 도장에 피식 웃음이 난다.
▲처음으로 수집한 엽서 우연히 알게된 코베이 사이트에서 처음으로 산 엽서다. 이 엽서 한장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요금부족 도장에 피식 웃음이 난다. 주환선

그 엽서를 계기로 동전 수집에도 관심이 생겼다. 오래된 주화라고 해서 모두 귀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 주화를 보다 보면 '정상적인 형태'가 눈에 익는다. 그때부터 가짜나 훼손된 물건이 구분되기 시작한다. 출처를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다. 경매 이력, 판매자의 신뢰도, 거래 기록은 가격보다 더 신뢰할 만한 기준이 된다.


좋은 주화의 가치는 오래된 것이 아니라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표면의 마모, 글자의 선명도, 부식이나 찍힘의 정도가 판단 기준이다. 또 세척을 한 주화인지 아닌지도 기준이 된다. 같은 연도의 주화라도 보존 상태에 따라 가격은 몇 배 차이가 난다.

여기에 희귀성이 더해지면 가치가 급등한다. 발행량이 적거나 특정 시기에 한정된 주화는 그 자체로 역사적 증거가 된다. 그러나 시장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는 분리되어야 한다. 시장은 낙찰가를 기준으로 움직이지만, 의미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이 두 기준이 뒤섞이면 수집의 목적이 흔들릴 수 있다.

일본제국 쇼와昭和 봉황 50전 순도 은72% / 무게 4.95g / 23.5mm 오사카 조폐창. 메이지3년에 처음 만들어진 일본 50전은화는 총 4번 바뀌었다. 1870~71년 제작된 욱일, 용 50전은 순도가 80% 무게가 12.5g 였다. 하지만 1엔은화(순도90%)와 차이가 너무커서 사용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정부는 1873년부터 용 50전은화를 제작, 순도는 유지하고 무게를 13.48g로 늘렸다.
▲일본제국 쇼와昭和 봉황 50전 순도 은72% / 무게 4.95g / 23.5mm 오사카 조폐창. 메이지3년에 처음 만들어진 일본 50전은화는 총 4번 바뀌었다. 1870~71년 제작된 욱일, 용 50전은 순도가 80% 무게가 12.5g 였다. 하지만 1엔은화(순도90%)와 차이가 너무커서 사용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정부는 1873년부터 용 50전은화를 제작, 순도는 유지하고 무게를 13.48g로 늘렸다. 주환선

엽서나 문서는 또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일제시대 엽서는 인쇄용, 사용된 엽서, 기록형 문서엽서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인쇄 엽서는 이미지의 선명도와 희귀성이 중요하고, 사용된 엽서는 내용도 가치에 한몫한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썼는지가 가치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또 우표, 소인 그리고 엽서의 사진이 누구인가, 또 어디를 찍은 사진인가에 따라 자료의 가치는 달라진다.

수집품들은 공통점을 가진다. 모두 당시의 시간이 묻어 있다. 주화에는 권력과 경제가, 지폐에는 국가의 의도가, 엽서에는 개인의 감정과 생활이 담겨 있다. 보통 수집의 방향은 두 갈래로 나뉜다. 시장의 가치와 시간의 의미이다. 시장은 가격으로 수집가들의 시세에 따라 움직이고, 의미는 의미 그대로 모으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정해진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수집은 후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보통 수집은 코베이 같은 국내 경매 사이트나 수집 전문 매장 홈페이지를 통해 이루어진다. 수집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고, 오래된 골동품 가게를 찾아가 주인의 견해를 듣기도 하며 경험을 쌓는다.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조건으로 얻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러나 비교하고 연구하는 과정 자체가 학습이 된다.


1900년대 달러와 몽강자치구 지폐 당시의 지폐는 지금보다 훨씬 종류도 많고 복잡하다.
▲1900년대 달러와 몽강자치구 지폐 당시의 지폐는 지금보다 훨씬 종류도 많고 복잡하다. 주환선

미국에 와서도 수집은 이어진다. 언어의 장벽은 존재하지만, 이베이를 통해 세계 곳곳의 수집가들이 연결된다. 한국만큼 활발하게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간혹 아주 마음에 드는 품목을 구할 수 있다.

나에게 수집은 역사를 더 가까이 느끼고자 하는 욕망이다. 역사관련 서적과 논문이 구조와 지식을 설명하는 것이라면, 수집품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일이다. 누군가의 손에 쥐어졌던 물건, 실제로 사용되었던 동전과 엽서에는 여러 인생의 흔적이 있는 것만 같다.


1900년에서 1945년 사이의 주화를 구입해 내 손에 쥘 때면, 그 돈으로 독립운동 자금을 모았을 누군가의 열망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로지 한국의 수집품만 수집하지 않는다. 그시대 일본, 중국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의 골동품도 수집한다. 그 당시의 디자인이 새겨져 있는 물품이라면 해방 후의 년도의 것도 수집한다.

앞으로 가야할 방향은 정해졌다. 단순히 모으는 행위에 머물지 않고, 물건의 사료적 의미와 스토리를 연구와 예술로 확장하는 길이다. 그리고 이를 해석한 이미지가 하나로 이어질 때가 과거와 현재와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이런 시도와 흔적 역시 역사로 또 골동품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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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화수집 #은화수집 #골동품수집 #역사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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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그림쟁이 개인전 8회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할 독립운동가 100인> 출판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매일 역사를 그려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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