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숲 관람대 인공구조물과 너무 가깝고 개방적인 관람대가 아쉽다.
정재학
하지만 이내 실망감이 몰려왔다. 축구장 6개 크기 규모의 사육환경이 무색할 정도로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또한 동물원에서나 볼 법한 인공 구조물, 너무도 가깝고 개방적인 관람환경 등은 아쉬웠다. 그들이 받을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일부러 유리 벽을 두드려 호랑이의 심기를 건드리는 관람객들이 있었다. 좀 더 높은 트리하우스 같은 관람탑, 좀 더 격리된 관람대, 좀 더 호랑이의 생태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인간과 호랑이가 공존할 수 있는 곳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 다큐 감독이 만든 숲
봉화를 떠나 다음 목적지인 홍천으로 향했다. 역시 강원도답게 길이 구불구불 멀미가 날 정도로 곡예 운전해야 했지만, 펼쳐진 숲과 강은 다시 감정을 정화하기에 충분했다. 홍천 소재 '나는 숲이다'는 이름처럼 '머무는 공간'이라기보다 '스며드는 공간'에 가까운 문화복합 숲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해 조성된 숲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었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길, 자연스럽게 자란 나무들, 그리고 그사이를 흐르는 물과 바람. 이곳의 숲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나는 숲이다 입구 집 모양의 안내부스가 인상적이다.
정재학

▲펜션 전경 머무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스며드는 공간에 가까운 문화복합 숲
정재학

▲이끼연못 전경 이끼가 자라는 연못이 인상적이다. 보이는 건물에는 야생곰 사진을 볼 수 있다.
정재학

▲트리하우스 전경 이곳에 트리하우스를 조성해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정재학
이곳에서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를 촬영하셨고 이 분야 다큐 일인자이자 주인장인 최기순 감독을 만났다. 이 숲은 30여 년 전에 사들여 최대한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최소한의 손길로 조금씩 조금씩 일구고 있다고 하신다.
트리하우스, 이끼 연못, 자작나무 숲길 등은 마음을 정화하는데 충분했다. 저녁에는 반딧불이도 수십 마리가 보일 정도라고 하니 하루 정도 묵고 가고 싶은 숲이었다. 또한 이곳에는 숲뮤지엄, 표범갤러리, 나는 숲이다 카페, 펜션 등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숲뮤지엄 전경 카페로 조성된 숲뮤지엄에는 야생호랑이 다큐 영상과 호랑이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정재학

▲최기순 감독과 호랑이 촬영천막 여러 차례 야생호랑이 촬영을 하면서 사용했던 천막들을 보여주고 있다.
정재학

▲호랑이 촬영천막 15m 높이 나무 위에 조성된 호랑이 촬영 천막
정재학
하지만, 이 숲이 특별한 것은 야생 호랑이를 사진과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는 1997년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호랑이를 기록해 왔다. 오랜 시간 카메라 뒤에서, 더 많은 시간을 숲 속에서 야생 호랑이와 동고동락하면서 지내왔다.
호랑이를 찍는 건 기다림이지만 그 바탕은 숲과 호랑이에 대한 존중이란다. 다큐 촬영 당시, 15m 나무 위에 얇은 천막 하나에 의지해 숲 속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존재를 위해, 인간의 시간을 내려놓는 작업이었다. 그가 보여준 사진 속 호랑이는 우리가 수목원에서 본모습과는 아주 달랐다. 더 거칠고, 더 자유롭고, 더 멀리 있었다.

▲시베리아 호랑이 촬영 장소 저 멀리 호랑이를 촬영하던 천막이 보인다. 가는 길에 선명하게 찍힌 호랑이 발자국
정재학

▲호랑이발자국 문신 20년 만에 다시 만난 호랑이를 기념하기 위해 새긴 문신
정재학
아울러 그의 팔뚝에 호랑이 발자국 문신이 있기에 물어보니, 20여 년 전에 처음 야생 호랑이를 만났고 그 후 20년 후에 호랑이를 다시 만나게 된 기념으로 새긴 거란다. 이는 마치 "이건 제가 따라간 길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그의 삶의 궤적이었다.
앞으로 이 숲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그의 고민도 들었다. 글로 머리로 이해하는 보여주기식 숲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직접 체득하면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숲으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숲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곳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공간일 뿐이다. 동물복지는 결국 인간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가두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다. 숲 역시 마찬가지다. 개발이 아니라, 최소한의 개입과 세심한 관리로 유지되어야 한다.
봉화의 호랑이숲과 홍천의 작은 숲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자연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호랑이는 더 이상 우리 곁에 없지만, 그 부재는 오히려 더 큰 존재로 남아 있다. 숲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속에,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 속에. 어쩌면, 진짜 호랑이숲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방식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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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학예연구사이자 20여 년 동안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탐방해 온 문화유산 전문 크리에이터입니다. 김구 선생 탄생150년을 맞아 문화강국 프로젝트 일환, 2036년 전주하계올림픽 유치 및 국립한국호랑이박물관 건립 기원을 위해 기획한 연재로 "거룩한 장도-한국호랑이를 찾아서" 매주 금요일,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한국호랑이를 찾아 탐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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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호랑이'와 '홍천 호랑이'가 건넨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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