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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6.04.24 14:13수정 2026.04.24 16:32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비교와 경쟁을 넘어, 자신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피워내며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과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이들과 숲 속에서 하는 수업을 기록합니다.[기자말] |
"애앵" 소리가 들렸다. '설마 모기겠어?' 했는데, 진짜 모기였다. 4월 중순에 모기라니!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지 않았지만, 이유는 알 수 있었다. 바로 전 주만 해도 보일러를 틀고, 긴 팔에 얇은 패딩까지 입었는데, 한 주 만에 여름 옷을 꺼내야 할 만큼 기온이 올랐기 때문이다.
뉴스에서는 이상 고온 현상과 올 여름 폭염에 대해 미리 경고를 하고 있었다. 뉴스를 보니 '119년 만에 4월 중순 최고 기온'이라고 했다. 이 뿐 아니라 뉴스에는 황사에, 미세 먼지에, 끝나지 않는 전쟁 등 암울한 기사들이 가득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며 인간의 일과 역할을 대체한다는 AI와 로봇 기사까지 읽다 보니 마음이 뒤숭숭했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생각하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며칠 잠을 뒤척이다가 아이들과 숲에서 수업 하는 날이 다가왔다. 아래의 시구처럼 야생의 숲에서 몸과 마음을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세상에 대한 절망이 싹틀 때
내와 내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에
한밤중 아주 작은 소리에도 잠에서 깰 때
나는 아름다운 오리가 쉬고 있는
왜가리가 먹이를 먹고 있는 물가에 가서 몸을 누인다.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부담을 주지 않는
야생의 삶 속에서 평온을 얻는다.
...(후략)
- 웬델 베리의 '야생의 삶' 中
사라진 봄을 찾아서
"선생님, 더워요."
숲으로 출발하기 위해 모인 아이들은 나를 보자마자 덥다고 아우성이었다. 땡볕 아래 화초처럼 몸을 축 늘어뜨리고서, 연신 손부채질을 하는 아이들과 근처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으며 출발했다. 숲으로 가는 길에 1학년 은수가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선생님, 봄은 건너뛰고 바로 여름인 것 같아요."
"그러게. 진짜 많이 덥지?"
은수의 작은 손을 잡으며 대답을 하는데, 손바닥에 땀이 맺혀 있었다. 잠시 후, 숲의 입구에 들어섰는데 마치 에어컨이라도 튼 것처럼 기온이 낮았다. 키가 큰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곳에서 드리워진 그늘 덕분인 것 같았다.
"깍깍, 까까가가."
인기척을 듣고, 나무를 옮겨다니던 까치와 까마귀들이 요란하게 울어댔다.
"오! 물까치다!"
까치와 닮았지만 깃털이 푸른 물까치 한 쌍이 계곡 근처 땅을 거닐다 푸드득 날아갔다. 지난주까진 개나리가 가득 피어 있던 곳이었는데, 노란빛 개나리가 저물어가는 길목에 하얀 귀룽나무꽃과 조팝나무꽃이 소담스럽게 피어나고 있었다. 꽃봉오리였던 철쭉도 채도가 높은 선명한 자주빛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봄이 숲 속에서는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 귀룽나무꽃
이정현
산으로 올라가던 연제가 발걸음을 멈추고 "어, 밤송이다!" 한다. 잠시 후 "어, 봄인데 왜 밤 껍질이랑 낙엽이 있지?" 하더니 "아, 숲에는 4계절이 같이 있구나!" 스스로 답하고는 더 깊은 숲을 향해 들어갔다.
숲이 하는 말 받아쓰기
오늘의 수업 주제는 '숲이 하는 말 받아쓰기'었다. 숲 속의 생명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잘 듣고 받아 쓰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모든 생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 다른 언어로 말을 하고 있으니 귀와 마음을 열고 그 말을 적어 보자"고 말했다.
숲속으로 흩어진 아이들은 짝을 지어 다니는 나비들을 쫓아 다니기도 하고, 몸을 낮춰 작은 꽃마리나 냉이꽃을 들여다보거나, 반짝이는 돌을 찾아 관찰하거나, 쭈글거리는 고욤나무 열매를 주워 와서 "선생님, 이건 무슨 열매예요?"라고 묻거나, 눈을 감고 바람이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 꽃마리
이정현
나는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숲의 일부가 되어 고요하게 집중해서 보고, 듣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책의 구절들이 떠올랐다.
'조금 자란 아이들은 들판에 나가 하루 종일 새소리나 바람 소리, 벌레들이 우는 소리, 냇가의 돌멩이가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 덕에 인디언 아이들은 새소리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 들판에서 나는 벌레 소리, 바람 소리는 말할 것도 없다. 물 흐르는 소리, 천둥 치는 소리, 달빛이 내는 소리까지도.
그때쯤 되면 어른들은 귀로만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으라고 가르친다. 모든 소리에는 감정이 있고 사연이 있으니 그것을 들으라는 것이다. 자연의 친구들이 내는 소리에 귀가 완전히 열릴 때쯤, 그들은 소리만 듣고도 바람의 이야기를 알아듣고, 나무가 슬퍼하는지 기뻐하는지 안다. 그들은 말한다. 인간의 생존은 새들과 동물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데 달려있다고. 식물과 동물, 그 모든 존재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 서정록, <잃어버린 지혜, 듣기> 中

▲ 아이들이 숲에서 받아적은 말들
이정현
숲을 자유롭게 누비던 아이들이 모여, 자신이 들었던 말들을 하나둘 꺼내 놓기 시작했다. 그 말들을 모으니 그 자체로 아름다운 노래 가사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이들의 글을 모으고 다듬어, 지구의 날에 맞춰 AI 도구들을 활용하여 노래와 영상을 만들어 뮤직비디오를 완성했다.
▲ 숲이 내게 하는 말 #동요 #지구의날 ⓒ 달리아스쿨
| 숲이 내게 하는 말 |
오늘은 나를 찾아온 친구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나비) 나는 꽃을 찾아 하늘을 날아다녀 달콤한 꿀을 마시려고 (풀) 나는 흙의 머리카락 바람에 살랑이며 새들의 연주회를 들어 (나무) 나는 언제쯤 열매를 맺게 될까 햇살을 품고 기다려 (새) 어떤 나무에게 가서 어떤 먹이를 먹을까 숲은 늘 나를 부르지
(나무)나를 흔들지 마 (돌)나를 던지지 마 나는 여기에서 숨 쉬고 있어
가만히 들어봐 살며시 느껴봐 숲이 너에게 말을 걸어 랄라라— 나비가 웃고 뿌루루— 새들이 노래해 또르르— 물이 흐르고 음— 향기로 가득해
오늘도 숲은 말하고 있어 "함께 살아가자"
|
이처럼 아이들이 함께 쓴 글로 노래를 만들며, 나는 내 마음 속 어둠이 서서히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이 숲에서 듣고 받아쓴 여러 생명들의 말 속에, 우리가 지켜야 할 것과 나아갈 길이 분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오랜 시간 궁금했었다. 왜 사람들은 지구 상에 굶주린 사람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는 돈으로 사치와 낭비를 하는지. 왜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생명들의 보금자리를 빼앗고, 많은 생명들을 멸종하게 하는지. 왜 여러 환경 문제들을 해결하여 지구를 되살릴 수 있는 천문학적인 돈으로 화성에 가려고 하는지. 그리고 생각했다. 그것은 다른 생명들이 하는 말을 듣지 못하는 데 있다고.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든다. 아이들이 숲에서 들은 여러 생명들의 말들이 민들레 홀씨처럼 기사와 노래를 타고, 널리, 멀리 퍼져 더 많은 사람들의 귀와 마음을 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희망을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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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예술가로 살아가며 교육, 예술, 심리에 관한 기사를 씁니다. @school_d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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