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실기 시험, 바람 앞에서 나의 감을 믿다

등록 2026.04.24 14:22수정 2026.04.2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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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 드론 1종 실기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새벽 5시부터 일어나 분주히 준비를 하고 천안 소재 남서울대학교 드론교육원 비행장으로 향했다. 3주 간의 드론 교육을 받고, 며칠 전 1회 유지 비행까지 했지만 시험 당일에 몰려오는 긴장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륙 비행장 안전점검 후 시동을 걸고 힘차게 이륙하는 드론
▲이륙 비행장 안전점검 후 시동을 걸고 힘차게 이륙하는 드론 김영빈
초경량비행장치 무인멀티콥터 조종자 자격 취득 과정 중 실기 평가는 구술 시험과 비행 시험으로 구성되며,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S(Satisfactory), 미달 시 U(Unsatisfactory)로 평가된다. 단순한 조작 능력 뿐 아니라 비행 전 점검, 공중 조작, 착륙, 비상 대응 등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대개의 시험을 앞둔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손가락이 평소보다 더 떨릴 만큼 긴장된 상태였다. 기체 점검 순서 하나를 잠시 헷갈릴 정도로 몸이 먼저 반응했다. 하필 이날 따라 바람도 좀 심하게 불었다.

바람을 받으며 연습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바람이 불면, 초보자에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기준이 있다. 라바콘 위에 달린 얇은 끈(현장에서 '술'이라 부르는)이었다. 드론이 지날 때 하강풍의 영향으로 흔들리는 술로 위치를 참고하곤 하는데 그 술이 바람에 먼저 흔들리면서, 기준 자체가 흐트러지고 있었다.

게다가 시력도 썩 좋지 않아 원근감을 잡는데 애로가 있었다. 술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위치를 잡기에는 조건이 좋지 않았다. 바람 때문에 오히려 그 기준이 방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착륙 드론 실기 시험의 마지막 동작인 '측풍 접근 및 착륙' 과제의 '착륙' 장면
▲착륙 드론 실기 시험의 마지막 동작인 '측풍 접근 및 착륙' 과제의 '착륙' 장면 김영빈
이때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선택해야 했다. 흔들리는 기준을 끝까지 붙잡고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감각으로 전환할 것인지. 담당 교관님이 늘 술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초보자들에게 그 유혹을 완전히 뿌리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어쩔 수 없이 술을 보는 대신, 기체와 라바콘을 조금 더 집중해서 보기로 했다. 정확히는 '본다'기보다, 기체의 위치와 반응을 감각으로 받아들였다.

바람의 영향까지 포함해, 지금 기체가 어디에 있는 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했다. 이는 실제 비행 환경에서 요구되는 판단 방식과 이어진다. 호버링 위치의 콘을 왔다 갔다 하면서 솔직히 드론을 정위치에 완벽하게 올려놓았다고 장담하기 어려웠다.


수많은 연습을 해봤기 때문에, 내가 잘한 것은 몰라도 잘못한 것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조금씩 오차가 있었다. 다만, 그것이 허용할 수 있는 '1m 범위 내였나'가 관건이었다. 그 때문에 시험이 끝난 뒤에도 마음 한쪽이 계속 걸렸다.

측풍에 계속 흔들리는 기체처럼, 조종기를 움켜쥔 내 몸도 자꾸 경직되고 손가락이 떨렸다. 비상 착륙 절차를 마치고 시동을 끈 상태에서 감독관께 양해를 구하고 몸을 한번 풀고 다시 시험에 임했다. 나처럼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시험 볼 때 이런 시간을 꼭 요구해서 마음을 안정 시킨 후 진행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오전에 시험을 보았고, 예정된 합격자 발표 시간은 저녁 18:00경이었다. 기다리는 내내 마음을 졸이고, 비행하던 순간을 복기하고 있었다. 정위치를 못 잡았다는 느낌 외엔, 전체 비행 흐름은 중단 없이 매끄러웠다. 즉각 실격 될 만한 요인은 한 건도 없었다. 구술 평가도 막힘 없이 답변했다. 그럼에도 마음이 떨렸던 건, 뭘 해도 잘 하고 싶은 강박 관념 때문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본 결과 발표. 다행히 합격이었다. 채점 결과는 전 항목 S였다. 구술부터 비행 전 점검, 공중 조작, 착륙, 종합 능력까지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3주간 먼 거리를 다니며 교육 받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쳤다.

실기 과제 평가표 TS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합격자 발표와 함께 제공하는 평가표 후반부
▲실기 과제 평가표 TS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합격자 발표와 함께 제공하는 평가표 후반부 김영빈

돌이켜보면, 시험은 '정확도'만을 보는 게 아니었다. 나의 비행이 완벽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비행 흐름을 유지하고, 위험 상황을 만들지 않으며, 돌발 상황에 맞게 판단할 수 있는 지를 보고 주어진 결과였던 것 같다.

이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한 가지를 분명히 말하고 싶다. 기본적인 흐름도 중요하지만 비상 착륙, 정상 접근 및 착륙(GPS off 후 자세 모드 변경), 측풍 접근 및 착륙. 이 세 과제에서는 반드시 착륙장(사각형) 안에 기체를 넣어야 한다. '안전선 침범'과 함께, '착륙장 이탈'은 즉각 실격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조건은 언제든 흔들린다. 바람이 불고, 시야가 흔들리고, 기준점이 흔들린다. 그럴수록 조급하게 밀어 넣기보다, 흐름을 유지하며 기체를 끝까지 통제해야 한다. 착륙은 마지막 동작이 아니라, 비행 전체가 모여서 만들어내는 결과다.

이 자격은 취미를 넘어,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 의식과 책임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 모든 이들이 드론을 조종하며 준수해야 할 사항들을 모두 알고 있을 것 같진 않다. 비행금지구역, 비행제한구역이 뭔지, 최대이륙중량 몇 kg 이상의 드론은 기체 검사나 안정성 검사를 받아야 한다든지, 비행 승인이나 촬영 승인을 어느 곳에서 받아야 하는지 등등. 드론 비행에는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도 이 과정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현실의 비행 환경은 언제나 완벽한 기준을 제공하지 않는다. 바람은 불고, 시야는 흔들리고, 기준점은 움직인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외부 기준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스스로 중심을 잡는 능력이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프레임 안에 무엇을 담느냐 이전에, 어디에서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드론은 그 시선을 지면에서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린다. 익숙한 풍경도 다른 구조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 시험은 단순히 자격을 얻는 과정 만은 아니었다. 연습 때와 다른 돌발적인 변수 앞에서, 무엇을 믿어야 하는 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그 순간, 기준이 아니라 내 감각을 선택했다. 최악의 긴장 속에서도 끝까지 버텨냈고, 그 선택은 결과로 증명되었다.
덧붙이는 글 실기 시험 장면을 직접 촬영할 수 없기 때문에 여기에 사용된 사진은 교육 기간 중 촬영해 둔 사진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
#드론 #실기시험 #남서울대학교 #드론교육원 #제대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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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빈 │ 디카시 작가·시민기자 2017년 이병주 문학관 디카시 공모전 대상, 2025년 경북문경연가 디카시 공모전 대상, 사진시집 『세상의 모든 B에게』와 디카시집 『Pause』를 펴냈으며, 청주에서 지역의 자연과 문화 현장을 취재하고 기록한다. 사진과 문장을 통해 사라지기 쉬운 작은 목소리를 기사로 옮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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