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야스쿠니 정치학... '헤어질 결심'은 과연 치외법권인가

공물 봉납 + 살상무기 수출 동시 결정: 극보수 연정의 '정치 코드'를 읽는다

등록 2026.04.25 15:25수정 2026.04.2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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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바로 그날, 일본 내각은 살상무기 수출 전면 허용을 각의 결정했다. 두 사건은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이익의 정치, 극보수 연정, 그리고 '야스쿠니 코드'의 연계를 추적한다.[기자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26년 4월 21일 총리 관저에서 취임 6개월 회견 및 방위장비이전3원칙 개정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26년 4월 21일 총리 관저에서 취임 6개월 회견 및 방위장비이전3원칙 개정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내각홍보실

4월 21일 오전, 도쿄에서 두 가지 사건이 거의 동시에 벌어졌다. 하나는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例大祭).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내각총리대신 다카이치 사나에' 명의로 마사카키(真榊) 공물을 봉납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그신사에.

다른 하나는 총리 관저의 각의. 일본 정부는 무기 수출 목적을 '구난·수송·경계·감시·소해(기뢰제거)' 다섯 가지 유형으로 제한해 온 방침을 폐기했다. 살상 능력을 갖춘 완제품 무기도 원칙적으로수출할 수 있도록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지침을 전면 개정한 것이다.

한국 외교부는 즉각 대변인 논평을 냈다. '깊은 실망과 유감.' 매번 되풀이되는 항의. 매번 되풀이되는 유감. 그리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현실. 이 악순환의 배경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가.

'절충'인가, '계산'인가

다카이치 총리는 각료 시절부터 야스쿠니 신사의 봄·가을 예대제와 8월 15일을 거르지 않고 직접참배해 온 인물이다. 대표적인 '야스쿠니파벌(派)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따라붙어 온 것은 그래서다.

2022년에는 야스쿠니 신사 숭경봉찬회 심포지엄 강연에서 이런 말을 공공연히 했다.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하니 상대가 기어오른다." 한국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그런 그가 총리가 된 뒤 첫 춘계 예대제에서 직접 참배를 보류했다. 현지 언론은 이유를 이렇게 전했다.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외교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선택이라고. 표면만 보면 '외교적 배려'처럼 읽힌다. 이시바 전 총리도, 기시다 전 총리도 참배를 자제했다. 그전례를 따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22일, 초당파 의원연맹인 '모두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여야 의원 126명이 단체 참배를 강행했다. 총리 본인은 한 발 물러섰지만, 정치권 전체는 야스쿠니를 향해 당당히한 발 내디뎠다. 직접 참배는 없었다. 그러나 신호는 있었다. 그것도 126명의 연서로.

공물과 무기수출, 무엇을 말했나


공물 봉납과 무기수출 전면 허용이 같은 날 결정된 것. 우연으로 읽을 것인가, 메시지로 읽을 것인가.

일본은 전후 오랫동안 무기 수출을 사실상 금지해 왔다. 2014년 아베 정권이 기존 무기수출 3원칙을 폐기하고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새로 도입해 5유형 한정 수출을 허용했다. 그것이 첫 번째 빗장이 열린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마지막 빗장마저 풀렸다.

<아사히신문>은 사설 제목에서 이렇게 물었다. '무기수출 정책의 대전환, 평화국가의 이념은 어디로'(「武器輸出政策の大転換 平和国家の理念はどこへ」). <마이니치신문>도 사설을 냈다. '무기수출 5유형 철폐, 평화주의를 굽히지 않을 안전장치를'(「武器輸出の5類型撤廃 平和主義曲げぬ歯止めを」). 일본 국내 진보 언론조차 이번 결정이 전후 평화국가 규범을 흔드는 행위라고 경고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계산법은 이렇게 읽힌다. 야스쿠니 직접 참배는 자제해 한국과의 갈등 수위를 낮추고, 무기수출 전면 허용으로 대중국 억지력을 강화한다. 한국을 향해서는 마찰 관리, 중국을 향해서는 강경 신호. 두 개의 서로 다른 메시지가 같은 날 동시에 발신된 셈이다.

다카이치 정권이 이런 행보를 할 수 있는 정치적 토대는 어디서 왔는가.

2026년 2월 중의원 총선거다. 자민당은 단독으로 316석을 쓸어담았다. 465석 중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310석을 가볍게 넘었다. 연립여당 일본유신회의 36석을 합치면 352석이다. 참의원과반 확보까지는 별도의 과정이 남아 있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강경 노선에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그 정치 구조 속에서 야스쿠니 공물 봉납은 무엇인가

'총리'라는 공인의 자리와 '야스쿠니족(派) 정치인'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최소 비용최대 효과의 정치적 신호다. 직접 참배는 자제하되, 명의를 걸고 공물을 봉납하는 방식. 보수 지지층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소신'을 보여주고, 외교 무대에서는 '관리 가능한 마찰' 수준으로 처리하는, 정교하게 계산된 선택이다.

야스쿠니 신사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논점은 달라진다. "단순한 종교적 공간이 아니라, 전후일본 정치 엘리트들이 민족 정체성과 보수 권력 기반을 결집시키는 '전략적 수단'인가. 또한, 참배여부 자체가 지지층 결속, 보수적 정통성 확보, 외교적 발신까지 동시에 계산된 정치 장치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다카이치의 이번 행보는 그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일본 정치사를 돌아보면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야스쿠니 문제를 전략적 모호성으로 봉합하려 할때마다, 더 큰 외교적 대가가 뒤따랐다는 것이다.

2013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가 야스쿠니를 직접 참배했다. 미국 정부가 즉각 공식 반응을 냈다. '실망했다(disappointed).'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부터 받은 공개 비판이었다. 아베는 이듬해부터8월 15일 직접 참배를 중단했다. 표면적으로는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역사인식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후의 역사가 이미 증명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현재 방식도 그 연장선이다. '참배 없는 공물'은 한국과 중국의 항의를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억제하는 동시에, 국내 보수 지지층에게는 야스쿠니와의 연결고리가 끊기지 않았음을확인시켜 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야스쿠니 공물이라는 상징 정치와, 살상무기 수출 허용이라는 구조적 정책 전환이 같은 날 결합됐다. 역사인식 문제는 이제 안보정책 전환과 한 묶음이 된 복합 사안으로이동하고 있다. 야스쿠니 공물과 무기수출 확대를 따로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유감'은 이제 그만

한국 외교부의 논평은 이번에도 익숙했다. '깊은 실망과 유감.'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 언어가 수십 년째 반복되는 동안, 일본의 야스쿠니 행보는 단 한 번도그 언어 때문에 바뀐 적이 없다.

지금 한국 외교에 필요한 것은 다른 질문이다. 야스쿠니 코드가 일본 국내 정치의 어떤 지층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 그것이 무기수출 정책 전환, 개헌 논의, 대중국 강경 노선과 어떻게 연동되는가. 감정적 반응을 넘어, 구조를 읽어야 한다.

다카이치가 '공물만 봉납'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것은 한국을 배려해서가 아니다. 그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정치적 균형점이기 때문이다. 그 계산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그다음 외교 전략이나온다.

'야스쿠니 참배 중단'을 촉구하는 것이 '치외법권적 간섭'이라는 반발은 일본 강경 보수층 사이에서 오래된 레퍼토리다. 그 논리 구조를 해부하는 작업 없이는 한일 역사인식의 최소 공분모조차 찾기 어렵다.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지난 지금. '헤어질 결심'을 촉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물음이 있다. 무엇과 헤어지고, 무엇을 함께 쌓을 것인가.

야스쿠니 신사에 놓인 공물 하나가 촉발한 파문은 단순한 외교적 잡음이 아니다. 그것은 일본이 전후 80년을 지나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나침반이다. 그리고 한국 외교가 그 좌표를 얼마나 정밀하게 읽고 있는지를 묻는 시험지이기도 하다.

 <일본, 야스쿠니> 김영근·김용철 엮음(2019)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총서, 진인진
<일본, 야스쿠니> 김영근·김용철 엮음(2019)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총서, 진인진 진인진

참고기사:
야스쿠니로 보는 일본 자민당의 '정치 코드': 이시바 총리가 참배를 포기한 이유는
(https://omn.kr/2f0c8)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영근은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겸 인문학과동아시아문화산업과정 교수이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도쿄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취득한 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및 계명대학교 일본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다. <일본, 야스쿠니> 책의 공동저자로, "AI 시대의 안전경제학: 글로벌 불확실성 및 위기관리" 및 "북핵 리스크 관리와 국제안보레짐의 변용", 『포스트 제국주의』(공저), 『한일관계사 1965-2015. II: 경제』(공저), 『한일 관계의 긴장과 화해』(편저)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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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로 있으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글로벌 위기관리 및 재난·안전학, 일본의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국제기구론, 국경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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