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오페라 하우스를 가득 채운 영화 <기생충>의 음악

정재일 음악감독이 지휘하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기생충: 라이브 인 콘서트>

등록 2026.04.26 15:07수정 2026.04.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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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만난 <기생충> 영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만난 <기생충> 영화 이지은

오랜만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찾았다. 회사에서 오페라 하우스의 기프트 카드를 작년에 선물로 받은 뒤 '무엇을 볼까' 고민만 하다 시간을 흘려보냈다.

잘 모르는, 관심이 안 가는 공연을 오페라 하우스 가기 위해서 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이곳을 찾았던 건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협연 무대였으니, 꽤 긴 시간이 흐른 셈이다. 그러던차, 어디서 많이 본 포스터가 보였다.


<기생충: 라이브 인 콘서트>(parasite: Live in Concert, 현지날짜 24~25일 공연). 단순한 영화 상영이 아니고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라이브 인 콘서트' 형식이었다. 이거다 싶어 예약했다. 우리나라 영화의 음악을, 호주의 명실상부 대표적인 공연장에서 듣는다는 사실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날은 ANZAC Day였다. ANZAC 은 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의 약자로, 호주 뉴질랜드 연합군들의 희생을 생각하며 국경일로 보내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현충일과 같은 날이다. 이런 날에 많은 호주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한국 영화를 감상한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과연 이 홀이 어떻게 메워질까? 나는 40분 전에 도착했는데, 콘서트홀이 점점 관객으로 채워졌다. 아시아 인이 대다수일 줄 알았는데 다양한 인종으로 채워지는 걸 바라보는 것도 신기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영화와 오케스트라의 결합은 처음이어서 어떨까 궁금했다.

영화가 상영되긴 하는데 앞에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니 나는 '영화를 눈여겨 봐야 할까, 음악을 들어야 할까'라는 낯선 고민이 들었지만 초반의 어색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영화와 음악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지며 깊이 몰입하게 되었다.

정재일 음악감독님과 호주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보는 게 한 편의 뮤지컬처럼 느껴졌다. 영화속에 스며있는 웃픈 상황들을 보며 웃음이 터져나올 때는 그때 <기생충>의 감동이 전해졌다. 그렇게 1부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인터미션 이후 시작된 2부는 오케스트라 연주로 문을 열었다. 스크린 없이 음악만으로 시작된 순간은 오히려 더 강렬했고, 다시 영화로 이어지는 흐름 또한 자연스러웠다.

마지막 장면에서 흐른 곡 '소주 한 잔'도 인상 깊었다. 이 음악은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보고 나서 소주 한잔이 떠오르길 바란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알려졌다. 지휘를 하고 피아노를 치며 다양한 악기를 다룬 정재일 감독님이 기타와 노래로 마무리 한 이 곡의 여운이 길게 남았다.


이 정서를 호주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국어 대사가 스크린에 띄워지는 것도 아니라 나는 괜히 조마조마했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자연스럽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관객들 사이에서 나는 이 작품이 국적을 넘어 공감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보편성'이라는 정서, 그리고 이 <기생충>의 음악과 영화에 찬사를 보내는 호주 관객들. 그 안에 한명으로서 나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주기도 했다. 예술의 전당이 아니라 오페라 하우스가 맞는 거지?

이날의 <기생충>은 단순한 영화 상영이 아니었다. 오페라 하우스라는 시드니의 아이코닉한 공간에서, 라이브 오케스트라와 함께 경험한 이 작품은 오랫동안 내 기억에 남을 공연이 될 것 같다. 앞으로도 다양한 한국인 아티스트들의 무대가 이 오페라 하우스 공연장에서 울려퍼지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시드니 #호주 #기생충 #정재일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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