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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봄나물 넣어 만든 비빔밥에 계란프라이 대신 놓은 꽃

살짝 쌉싸름하면서도 아삭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향이 일품인 으름꽃

등록 2026.04.28 13:45수정 2026.04.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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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지나간 뒤, 온 산과 들이 용트림 하듯 기지개를 켜며 살아 꿈틀거린다. 역동적인 봄기운에 우리 은퇴 부부도 밖으로만 돌던 마음을 내려놓고, 며칠간 본격적인 '산골 살림'에 나섰다.

우리의 살림이란 게 사실 대단할 건 없다. 자연의 순리에 맡기는 태평농법의 작은 텃밭, 숲으로 이어지는 산기슭의 내맘대로 꽃밭, 그리고 주택 관리가 전부다. 제대로 농사를 짓고 산골 살림을 하는 분들이 보면 "애들 소꿉장난하냐"며 웃으실지 모르겠으나, 제초제나 농약 없이 집 주변을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몸뚱이는 늘 할 일의 양을 따라가지 못해 겨우 시늉만 내기 일쑤다.


누운주름잎풀꽃 지피식물로 넓게 퍼져 피어있으면 꽃잔디처럼 예쁘다
▲누운주름잎풀꽃 지피식물로 넓게 퍼져 피어있으면 꽃잔디처럼 예쁘다 유상신
하늘 매발톱꽃 지금 한창 피고 있다. 점점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다가 꽃잎이 떨어지며 진다.
▲하늘 매발톱꽃 지금 한창 피고 있다. 점점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다가 꽃잎이 떨어지며 진다. 유상신

그저께는 하루를 꼬박 꽃밭에서 보냈다. 꽃 잔디와 누운주름잎꽃이 줄지어 피어나고, 활짝 핀 하늘매발톱꽃과 금낭화는 '제발 그만 돌아다니고 자기를 봐 달라'며 아우성이다. 모란은 통통하게 꽃살을 찌워가고 작약도 그 뒤를 따를 기세다. 분홍 앵초가 수줍게 '나도 여기 있어요' 하고 속삭이는 틈을 타, 숨어있던 풀들도 고개를 쑥쑥 내밀며 "여기 나 있다!"를 외친다. 가만 들어보니 '개망초' 소리가 제일 크다.

벌개미취 새순 가을에 연보랏빛 꽃이 핀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벌개미취 새순 가을에 연보랏빛 꽃이 핀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유상신

벌개미취는 생명력의 끝판왕답게 길목을 점령하더니, 길 건너 꽃밭까지 땅굴을 파며 진격 중이다. 그 기세가 어찌나 무서운지 서둘러 단속하지 않으면 꽃밭이 초토화되는 건 시간 문제다. 작년에 "부디 이곳에서만 잘 살아다오" 부탁하며 귀퉁이를 내어준 참나물은 어느새 담장을 뛰어넘어 이웃 꽃밭에서 보란 듯이 새끼를 쳤다.

다래순 으름덩굴과 자주 힘겨루기를 한다. 이만할 때 나물을 무쳐먹거나 비빕밥에 넣어 먹는다.
▲다래순 으름덩굴과 자주 힘겨루기를 한다. 이만할 때 나물을 무쳐먹거나 비빕밥에 넣어 먹는다. 유상신

숲으로 가는 꽃밭 끄트머리는 더 점입가경이다. 연자주색 꽃을 매단 으름덩굴이 무엇이든 잡히기만 하라는 듯 덩굴손을 뻗치고, 등허리에 새순 달고 마주 오던 다래덩굴과 뒤엉켜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그대로 두었다간 무법천지가 될 판. 결국 꽃밭의 '정리 대상 1호'들에게 과감히 낫과 호미를 빼어 들었다.

해 질 무렵에서야 허리를 펴보니, 꽃밭에서 끌어낸 불청객들의 잔해가 수북하다. 조금 전까지 넘치는 생명력을 뿜어내던 것들이라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추려내었다. 길목을 점령했던 벌개미취, 눈치없이 나도 여깄다를 외친 개망초, 덩굴 등허리를 장식하고 등장한 다래의 새순들, 꽃밭 더부 살이에 재미붙인 참나물, 그리고 연자주빛 우아한 자태의으름꽃까지.

쭉 훑어보니 내 눈엔 완벽한 비빔밥 재료다. 얼른 숲에 들어가 취나물 몇 개 더 뜯고 텃밭에서 돌나물 한 줌 따서 보태니, 봄기운 가득 품은 '비빔밥 선물 꾸러미'가 따로 없다.


으름꽃 산들나물 비빔밥 재료들 입안을 천국으로 만든 고마운 봄선물들이다
▲으름꽃 산들나물 비빔밥 재료들 입안을 천국으로 만든 고마운 봄선물들이다 유상신
그렇게 차려진 그날의 밥상 제목은 '으름꽃 산들나물 양푼 비빔밥'. 만든 방법은 이렇다. 꽃밭과 숲에서 채취한 나물들(벌개미취·개망초·다래순·참나물·취나물·두릅·돌나물)을 데친 후 참치 액과 참기름으로 가볍게 무치고 당근 채를 볶아 초록나물들에 색을 더한다.

콩나물을 삶아 일부는 비빔 재료로, 일부는 시원한 국으로 낸다. 커다란 양푼에 밥을 담고 준비한 나물들을 빙 둘러 얹는다. 마지막으로 다진 삶은 계란을 올리고 정중앙에 화룡점정으로 으름꽃을 얹은 후 적당히 비빔장과 참기름을 넣으면 완성이다.


으름꽃 산,들나물 비빔밥 꽃밭정리하며 나온 각종 봄나물에 으름꽃을 얹었다.
▲으름꽃 산,들나물 비빔밥 꽃밭정리하며 나온 각종 봄나물에 으름꽃을 얹었다. 유상신
으름꽃 식감이 아삭하고 연자주빛 색감이 우아하다. 가을에 달콤한 으름열매로 변신한다
▲으름꽃 식감이 아삭하고 연자주빛 색감이 우아하다. 가을에 달콤한 으름열매로 변신한다 유상신

으름꽃 비빔밥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을에 달콤한 '으름' 열매로 변신하는 으름꽃은 살짝 쌉싸름하면서도 아삭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향이 일품이다. 자료(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및 한의학 자료)에 의하면 생으로도 식용이 가능하며 소염, 이뇨작용, 혈액순환 등의 약효능이 있다고 한다. 성질이 차다는 점을 고려하여 체질에 따라 적당량을 섭취하고 꽃차로 만들어 먹으면 더욱 좋다고 한다.

양푼속의 모든 재료를 잘 섞어 쓱쓱 비빈 다음, 크게 한 입 넣으니 봄의 정기가 온몸으로 퍼지며 입안이 금세 천국이다. 얼마 전까지 온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봄동 비빔밥이 울고 갈 '원기충천' 맛과 영양이라고 해야할까.

오색꽃봄나물비빔밥 며칠전에 비벼 먹은 또 다른 양푼비빔밥이다
▲오색꽃봄나물비빔밥 며칠전에 비벼 먹은 또 다른 양푼비빔밥이다 유상신

로또 한 번 당첨된 적 없고 경품 운도 지지리 없던 우리 부부에게, 철마다 예쁜 꽃을 선물하고 제철 봄나물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이 '꽃밭 무료마트'야말로 인생 최고의 로또가 아닐까 싶다. 온종일 호미질에 허리는 뻐근해도, 산천의 정기가 담긴 비빔밥 한 그릇에 산골 부부 몸 겨드랑이 어디 쯤에서도 근질근질 새 날개가 돋아나는 듯하다. 온몸으로 이 계절을 만끽하며 기운을 내보라고 생명력을 북돋아 주는 바야흐로 봄, 봄, 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산골무료마트 #으름꽃산들나물비빔밥 #오색꽃나물비빔밥 #입안의천국 #산천의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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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책과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은퇴 후 나의 하루는 내가 디자인하며 삽니다. 지금 여기에 사는 즐거움(기쁨이자 슬픔)을 글로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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