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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쐬는길, 콩쥐팥쥐로... 실제 도로명 주소 맞습니다

[서평] 사진으로 세상을 읽는다 <한 컷 한국지리>

등록 2026.06.30 16:33수정 2026.06.3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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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한국지리 책표지
▲한 컷 한국지리 책표지 해냄에듀

얼마 전 택배를 받아 들고 슬며시 웃음이 났다. 주소에 적힌 곳은 바로 '화성시 봉담읍 웃음길OO'. 받는 사람까지 미소 짓게 만든다. 아니, 주소가 웃음길이라니? 이게 정말 도로명 주소가 맞을까 하는 궁금증에 도로명주소 검색 누리집에서 확인해보니 실제로 존재하는 공식 도로명이었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반영해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바람쐬는길, 콩쥐팥쥐로, 펀치볼로, 법대로... 이런 이름이 정말 도로명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행정기관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실제 도로명이다. 이처럼 독특한 이름들은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해 붙여진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담아낸 결과물이다.


'바람쐬는길'(전주시 완산구)은 전주한옥마을 동쪽 한벽굴에서 자연생태박물관으로 이어지는 기분 좋은 산책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콩쥐팥쥐로'(완주군 이서면)는 이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에서 비롯됐고, '펀치볼로'(양구군 해안면)는 양구 해안분지의 독특한 지형이 화채 그릇(Punch Bowl)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법대로 하자"라는 일상적인 표현을 떠올리게 하는 '법대로'는 법조타운 조성과 함께 붙은 이름으로, 울산 남구와 속초에 같은 이름의 도로가 있다.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새로운 도로명도 있다. 포항의 '칠포재즈길'은 재즈페스티벌을 기념해 이름 붙여졌고, '구룡포리해녀길'은 해녀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국을 여행하다 보면 이런 개성 있는 도로명 표지판이 또 하나의 여행 속 재미를 선물한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찾는 것 사이

우리는 매일 같은 풍경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익숙한 풍경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자연과 인간의 선택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다. 내비게이션은 길 찾기를 혁신적으로 바꾸었지만, 한편으로는 지리이해 능력을 약화하기도 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여행을 떠나려면 최신 전국도로지도가 자동차에 한 권쯤은 실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목적지만 입력하면 최단 경로를 실시간으로 안내받는다. 덕분에 편리해졌지만,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가까운 길도 낯설게 느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길을 기억하기보다 안내를 따라가는 데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내가 다녀온 흥미로운 지명 이야기를 몇 개 소개한다. 불교 용어처럼 느껴졌던 대구의 '반야월'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었다. '반야(般若)'와 '월(月)'이 합쳐져 '깨달음을 비추는 달'이라는 시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며, 자연 지형에 대한 해석과 불교적 상징이 함께 녹아 있었다. 일제강점기 철도 건설 이후 교통의 요충지로 성장하면서 대구 동쪽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됐다고 한다.

속초의 아바이마을 역시 한국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 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은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바다 건너 고향이 보이는 청호동에 터를 잡았다. 가족을 두고 온 남성들이 서로를 '아바이'라 부르면서 아바이들이 사는 마을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생겨났고, 그것이 오늘날의 지명이 되었다고 한다.


평창을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는 '해피700'도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었다. 평균 해발고도 약 700m라는 지리적 특징을 담고 있다. 이 정도 높이는 사람이 생활하기에 비교적 쾌적한 환경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원한 여름과 깨끗한 공기, 풍부한 겨울 눈을 가진 평창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길을 잃은 시대, 지리를 다시 묻다

매일 지나는 길, 내가 살아가는 동네,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질문을 던져보자. 익숙한 지역을 새롭게 바라보는 순간, 우리가 사는 공간은 또 하나의 작은 지리박물관이 된다. 가볍게 지도를 펼쳐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한층 넓어진다.

중앙로역에서는 매년 2월 18일, 사고 시간에 중앙로역에 도착한 후 출발하는 열차는 안내 방송을 한 후 5초간 추모의 경적을 울린다. 중앙로역이라는 공간에는 아직 수많은 가족의 시간과 기억이 묶여 있다.
-P. 95, '슬픔으로 기억되는 장소, 대구 중앙로역' 중에서

조선 시대 아우라지는 전국으로 팔려나갈 목재들이 거대한 뗏목으로 엮여 한양으로 떠나던 대규모 수송 거점이었다. 당시 경복궁 중건 등 국가적 공사에 필요한 최고급 소나무들이 이곳에서 천 리 물길의 여정을 시작했다. 뗏목을 운전하며 거친 급류를 헤쳐나가는 이들을 '떼꾼'이라 불렀는데, 이들이 목숨을 건 위험의 대가로 얻은 막대한 수익이 오늘날 큰돈을 뜻하는 '떼돈'의 어원이 되었다.
-P. 179, '천 리 물길을 여는 뗏목의 출발지, 정선 아우라지' 중에서

1971년 '한강 개발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잠실 섬을 남쪽의 석촌, 송파와 연결해 육지화하는 사업이 진행되었다. 샛강이었던 신천의 물길이 더 곧고 짧았으므로 물길을 넓혀 오늘날의 한강 본류로 만들었으며, 한강 본류였던 송파강은 송파나루 근처만 남아 석촌호수가 되었다. 이렇게 잠실은 강남이 되고, 석촌호수가 만들어진 것이다.
-P. 253, '사라진 물길 위에 우뚝 솟은 마천루, 서울 잠실' 중에서

저자는 독자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이 땅은 왜 이런 모습이 되었을까, 이 공간은 어떤 역사와 사람들의 선택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을까.

자, 이제 내비게이션을 잠시 끄고 지도를 펼쳐보자. 한 컷의 사진이 던지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지리는 더는 어렵고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일상의 즐거움이 된다. 풍경은 우연이 아니라 결과이며, 그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저자는 독자에게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온 장소와 풍경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성북동 비둘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한컷한국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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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를 독창적인 시각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웃을 수 있게 재미있게 써보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 저에게 맡겨주세요 : )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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