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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에 빠진 초등 1학년 아들을 위해 한 일

'몰입'의 힘과 기쁨을 길러주는 교육

등록 2026.04.29 14:32수정 2026.04.3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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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 비행기 연구실
종이 비행기 연구실 이정현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가 종이비행기에 빠졌다. 작년에 TV에서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위플레이 선수들을 보게 된 아이는 "종이비행기는 얼마나 오래 날 수 있어?"라며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얼마나 날 수 있을 수 있을지 한 번 접어볼까?"라는 대답에 아이는 집에 있던 이면지 등으로 비행기를 접기 시작했다. 종이 재질과 접는 방법 등에 따라 비행시간이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된 아이는 본격적으로 종이비행기 책과 영상 등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며칠 뒤 아이 방문 앞에는 '종이비행기 연구실 : 드러 오지 마세요' 라는 종이가 붙었다. 그 후 몇 달간 아이는 눈뜰 때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머릿속에 종이비행기밖에 없는 사람처럼 지냈다. 매일 수십 개 비행기를 접고 날리며 더 멀리, 더 오래 나는 종이비행기와 자세를 연구하는 모습이 무척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어느 날 아이는 종이비행기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검색을 해보니 국내에서 매해 열리는 종이비행기 대회가 있었다. 대부분 가을에 열렸는데 가까운 시일인 4월 26일에 부산 2026 조선통신사 축제에서 '북항 종이비행기 대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오가는 시간과 교통비를 생각하니 살짝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아이를 지지하고 싶은 마음에 신청을 했다. 종이비행기 대회 종목에는 '멀리 날리기'와 '오래 날리기'가 있었다. '유치부'부터 '일반부'까지 600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몇 분 만에 신청이 마감되었다.

종이비행기 대회 당일 아침, 부산역에서 바로 걸어갈 수 있는 북항친수공원에서는 조선통신사 관련 행사와 부스들로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우리는 접수처로 가서 등록하고 종이비행기 접을 종이를 몇 장 받고서 자리를 잡았다.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위플레이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위플레이 이정현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팀이자 세계 기네스북 기록 보유자인 위플레이의 이정욱, 김영준, 이승훈 선수가 직접 대회를 진행했다. 영상으로만 보던 아이의 롤 모델을 눈앞에서 직접 만나다니! 눈과 콧구멍이 동시에 커진 아이는 흥분되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후 아이는 초등 1~3학년을 대상으로 한 저학년부에 출전했다. 한 번에 8~10명 정도의 아이들이 비행기를 날린 후, 150명의 참가자 중 기록에 따라, 예선에서 7명을 뽑는다고 했다. 아이는 주어진 종이로 비행기를 접은 후 5.42초라는 기록으로 6위로 결선에 올라가 동상을 탔다.


두 팔을 벌리고 뛰어다니는 아이는 마치 종이비행기처럼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기뻐 보였다. 결선 진출 발표가 나기 전에도, 아이는 대회에 참가해 비행기를 직접 던져 본 것 자체에 큰 기쁨을 느끼는 듯,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몰입의 힘과 조건


 종이 비행기 대회
종이 비행기 대회 이정현

이처럼 몇 달간 지치지 않고 종이비행기를 만드는 둘째를 지켜보며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Flow>라는 책이 떠올랐다. 책에서 "몰입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다른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을 정도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푹 빠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곧 이때의 경험 자체가 매우 즐겁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어지간한 고생도 감내하면서 그 행위를 하게 되는 상태이다"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몰입을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고 한다.

첫째, 그 경험은 일반적으로 본인이 완성 시킬 가능성이 있는 과제에 직면했을 때 일어난다.
둘째, 본인이 하고 있는 행위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수행하는 과제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넷째,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일상에 대한 걱정이나 좌절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고도 깊은 몰입 상태로 행동할 때이다.
여섯째, 즐거운 경험은 사람들에게 본인의 행동에 대한 통제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일곱째, 자아에 대한 의식이 사라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몰입 경험이 끝나면 자아감이 더욱 강해진다.
여덟째, 시간의 개념이 왜곡된다. 즉 몇 시간이 몇 분인 것처럼 느껴지고, 몇 분이 몇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즉, 우리가 몰입 상태에 있을 때 어느 때보다 충만하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종이비행기 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경기장을 뛰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던 학생들을 보며, 나는 덩달아 기뻤다. 동시에, 나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좋아했던 것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나에게 그것은 글이었다. 글을 읽고 쓸 때 나는 시간 가는지 모르게 기뻤다. 그래서 이번에도 내가 경험한 것을 지금 이 글을 통해 담고 있다.

부모이자 교사인 내가 하고 싶은 일

나는 지난 10여 년간 엄마로 살아왔다. 20여 년간은 학교와 여러 교육 현장에서 교사로 살아왔다. 그러면서 아이의 행복을 위해 부모로, 교사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이 고민해 왔다. 오랜 시간 수많은 아이들을 지켜보며 알게 된 것은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은 아이들이 행복한 어른으로 자란다는 것이다. 이는 신화학자인 조지프 캠벨이 "너의 기쁨의 따라가라(Follow your bliss)"고 했던 것과 일치한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나는 진정한 교육은 밖에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안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부모로서, 교사로서, 나의 역할은 앞에서 이끄는 게 아니라 한 걸음 뒤에서 아이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며,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직업이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체되는 시대의 교육은 내적 동기와 몰입이 보다 강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나의 아이들과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조력하고 싶다. 그를 위해 나부터 몰입의 기쁨을 느끼고 나누며 살아갈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가 경험하고 느낀 것을 딛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상의 더 많은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더 큰 행복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몰입 #종이비행기대회 #위플레이 #북항종이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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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예술가로 살아가며 교육, 예술, 심리에 관한 기사를 씁니다. @school_d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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