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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가부지 술 당궈 줄라고 따지

[시로 읽는 오늘] 정동철 '엄마는 꽃등을 달고 - 모롱지 설화·23'

등록 2026.05.07 09:00수정 2026.05.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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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기자말]
엄마는 꽃등을 달고 - 모롱지 설화·23
- 정동철

봄이 오면 꽃찰메 한가득 진달래가 피었지
해 질 녘 밭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행주치마를 앞에 두르고 꽃을 땄지


옴마, 진달래꽃은 머다로 따요?
느가부지 술 당궈 줄라고 따지

따고 또 따도 꽃은 지천이고
지천이 꽃밭인데 엄마는
벌써 저만치 앞서 가서 꽃을 따고
쫓아가면 또 저만치 앞서 가서 꽃을 따고

맨날 술 많이 먹는다고 잔소리하던 울 엄마
저물도록 힘들게 일하고
꽃을 따서 술 담그던 그 마음 알 수 없는데

해 떨어진 꽃찰메 저쪽 끝에서 꽃등을 달고
꽃무덤이 되어 걸어오던 우리 엄마

엄마 생각 꽃처럼 차 올라
꽃찰메라는 서러운 말을 떠올리는 밤


엄마는 진달래 분홍 꽃무덤이 되었지

출처_시집 <모롱지 설화>, 걷는사람, 2023
시인_정동철 2006년 <광주일보>와 <전남일보> 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나타났다> <모롱지 설화>가 있다.


 꽃무덤이 되어 걸어오던 우리 엄마
꽃무덤이 되어 걸어오던 우리 엄마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추천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술 많이 먹는다고 잔소리"하는 엄마지만 남편에 대한 사랑은 손수 진달래꽃을 따서 정성껏 술을 담그는 것이다. 엄마의 사랑 표현이 두견주다. 모롱지는 모롱이의 전남 방어로 산모퉁이의 휘어 둘린 곳을 말한다. 황방산 아랫자락에 길게 이어졌던 서곡 마을을 모롱지라고 불렀다 한다. 아이와 엄마의 대화가 정겹고 따고 따도 지천이 꽃인 마을의 사람 냄새 나는 풍경이 설화처럼 아련하다. 내 고향 부여도 봄이면 진달래 산천이었다. 엄마는 찹쌀 반죽에 꽃잎을 붙여 화전을 만들어 주셨다. 우리 엄마들의 사랑이 진달래꽃처럼 화사하게 핀다.(이지호 시인)
#정동철시인 #엄마는꽃등을달고 #모롱지설화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
댓글

(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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