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
오마이뉴스
처음 메시지를 읽었을 때는 정말 이렇게만 보였다. 그 부분만 도드라져 보였다. 글이 소리가 되어 귀에서 윙윙대는 것도 같았다. 갑자기 겨드랑이가 축축해졌다. 할 수만 있다면 '퇴고를 꼼꼼히 해서 보내달라'는 내용의 쪽지를 회수라도 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내 할 일을 했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독자가 읽기 쉽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하는 거잖아. 그건 기본이잖아. 문장과 글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 없이,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고, 고쳐주기만 하는 게 과연 좋은 걸까?'
가끔 만나는 출판사 편집자들이 웃으면서 하는 말이 있다. 원고만 좋으면 글 고치는 건 일도 아니라고. 원고를 줄이는 건 정말 쉽고 늘리는 건 그보다는 힘들지만 마음만 먹으면 다 한다고. 안 되는 건 아니라고. 그보다 정말 힘든 건 아무런 감동도 없는 원고를 사장이 시켜서 혹은 시장에서 먹힌다는 이유로(한 마디로 돈이 된다는 이야기) 어떻게든 책으로 만들어야 할 때라고 했다.
'사람을 매출로 본다'는 그 회사 사장이 내 월급을 주는 분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러면서도 그때의 고민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책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도, 책을 팔아야 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 후로 그분의 글이 들어오면 반려하지 않았다. 손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로워도 내용이 좋으면 그냥 고쳤다. 퇴고가 덜 된 글을 보면 게으르다고, 원고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 단정했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어쩔 수 없는 미완의 글은 과거에도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내가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 뿐. 이제야 마음에 담아둘 정도가 된 것은 나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70이 넘고 80이 넘었을 때 과연 이 분처럼 계속 쓸 수 있을까?' 생각하면 '네'라는 말이 자신 있게 나오지 않는다.
그보다 걱정이 앞선다. 손가락 관절은 괜찮으려나, 지금도 노안이 와서 안경을 벗었다 썼다 난리인데, 건조증 때문에 눈알이 뻑뻑해지기 일쑤인데, 그때까지 눈 건강이 괜찮을까. 쓰는 것도 고된 일인데 몇 번씩 퇴고할 수 있는 집중력이 있을까. 기억력은? 거북목에, 일자 허리가 그때까지 아무 탈 없이 버텨줄까? 몸의 근육이 빠지는 만큼 쓰는 근육도 빠질 텐데, 마음의 근육 역시 탄탄할지 물러터질지 알 수 없는데...
막연히 걱정만 늘어놓게 되는 그런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는 7080'의 글을 만나면 용기가 생긴다. 자극이 된다. 결국엔 나도 해내겠지 하는 마음도 슬쩍 끼어든다. 그러니 지금은 걱정보다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때다. 오늘의 달리기 3km를 뛰자. 귀찮아도 해내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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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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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글을 반려했는데... 돌아온 뜻밖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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