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장병의 죽음에 국가는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입증 책임은 유족에게... 순직 등급 차별에 가려진 국가 책임 구조

등록 2026.04.28 09:57수정 2026.04.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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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4년 1월 1일 UAE 아크부대 파병 중 사망한 고 곽진수 중위의 어머니가 작성했습니다.

아들의 사망 이후 약 2년간 국방부·육군본부·국가보훈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와 국민신문고 민원을 진행하며 관련 자료를 수집·확인해 왔습니다. 이 글은 그 과정에서 확보한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주요 내용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문(2023.9.14.), 인권위 보도자료(2024.12.31. 공표), 육군본부 민원 회신 공문(2025.9.10., 보훈지원과-2218호) 등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본 기고문은 개인적 경험을 넘어, 군 사망사건 이후의 국가 책임 구조와 제도 운영 전반을 함께 살펴보기 위한 취지에서 작성하였습니다.[기자말]
해외파병 중이던 아들이 사망한 지 2년이 지났다.

사건이 종결된 뒤에야 유가족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분명해진 것은, 이 일이 단순한 한 건의 사망사건이 아니라 반복된 관행이 굳어진 하나의 구조라는 점이었다.

군 사망사건은 처음에는 국가의 문제로 시작된다. 군이 조사하고, 군이 기록하고, 군이 판단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책임과 질문은 유가족에게 넘어온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일,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설명하는 일, 그 결과를 바로잡는 일까지 결국 유가족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군 사망사건 이후의 보험, 보상, 연금, 보훈, 각종 행정 절차는 겉으로는 서로 다른 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나의 축 위에서 움직인다. 국방부의 수사와 조사, 그리고 그 판단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판단이 충분했는지 다시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입증하고,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는 일은 대부분 유가족에게 남겨진다. 국가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조차 유가족에게 다시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유가족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수사 기록의 실체를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국가가 "기록으로 말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돌아온 자료만으로는 사건의 핵심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웠다. 결국 국가의 기록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사실을 유가족이 다시 찾아내고 다시 입증해야 하는 현실이 반복된다. 이런 구조에서 국가의 책임은 점차 흐려지고, 유가족의 고통은 길어진다.

이 문제는 특정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군인의 사망사고 처리와 예우 제도 전반에 대해 개선을 권고하면서(국가인권위원회, '군인의 사망사고에 따른 예우·지원 관련 제도 개선 권고', 2023.9.14.), 순직 Ⅱ형과 Ⅲ형을 가르는 기준이 자의적으로 판단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군이라는 조직 자체가 국가의 수호와 안전보장을 위해 존재하는데, 그 안에서 어떤 직무는 더 직접적이고 어떤 죽음은 덜 직접적이라고 선별하는 기준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차별의 구조가 보상과 심사 단계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겨우 '순직'을 인정받은 뒤에도 차별은 계속된다. 현재 제도는 순직을 1형, 2형, 3형으로 나눈다. 그 결과 어떤 죽음은 더 크게 예우되고, 어떤 죽음은 더 빨리 주변으로 밀려난다. 누군가는 국가의 이름으로 오래 기억되고, 누군가는 같은 복무 중 사망했음에도 점점 지워진다.


추모의 방식에서도 드러나는 차이

이 차등은 더 이상 추측이 아니다.

육군본부는 2025년 9월 민원 회신에서, 순직 장병 추모식을Ⅰ형은 5주기, Ⅱ형은 3주기, Ⅲ형은 1주기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은 공식적인 추모식을 5주기까지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훈령 어디에도 순직 유형에 따른 차등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순직'으로 인정된 죽음인데, 어떤 유가족은 5년 동안 국가의 이름으로 추모를 받고, 어떤 유가족은 단 한 차례의 추모 이후 점차 잊혀진다.

이 차이는 법이 아니라, 행정 내부의 기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국가기념일인 '순직의무군경의 날' 역시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부는 이 기념일을 의무복무 중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과정에서 순직한 장병들의 희생을 국민과 함께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날이라고 설명한다. 이 정의 어디에도 특정 유형의 순직만을 기리는 날이라는 제한은 없다.

올해 제3회 순직의무군경의 날 기념식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순직의무군경 유가족 여러분"이라고 부르며, "순직의무군경과 유가족분들께 정성으로 예우할 수 있도록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적어도 국가의 공식 언어는 전체 유가족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가족들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 행사 연락과 초청 과정에서는 순직 1형·2형 유가족 중심으로 운영되고, 순직 3형 유가족은 배제되었다고 한다. 만약 국가가 모두를 기억하겠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추모의 자리에서 다시 선을 긋고 있다면, 그것은 추모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차별이다.

살아서는 국가의 명령 아래 복무했고, 죽어서는 다시 등급으로 나뉘는 현실 앞에서 유가족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책임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이미 문제는 확인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순직 Ⅱ형과 Ⅲ형 통합 등 제도 개선을 권고했고, 국방부는 '개선방안 검토 추진' 의견을 냈다. 인권위가 2024년 12월 31일 공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 10개 권고 가운데 7개가 불수용되었고, 국방부는 6건 중 3건, 국가보훈부는 5건 전부를 불수용했다(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국가보훈부, 군인의 사망사고에 따른 예우·지원 관련 제도 개선 권고 대부분 불수용', 2024.12.31. 공표). 인권위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다. 알고도 바꾸지 않은 것이다. 군 장병의 죽음은 시간이 지났다고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조직이 조사하고, 조직이 판단하고, 그 한계를 유가족이 메우는 구조는 끝나야 한다. 의무복무 중 사망한 모든 장병의 죽음은 끝까지 국가의 책임 아래 놓여야 한다.

예우와 기억에서도 예외는 없어야 한다. 그 기준은 누구에게나 동일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고 곽진수 중위 온라인 추모공간 고 곽진수 중위를 기억하기 위해 유가족이 마련한 온라인 추모공간 QR코드
▲고 곽진수 중위 온라인 추모공간 고 곽진수 중위를 기억하기 위해 유가족이 마련한 온라인 추모공간 QR코드 고 곽진수 중위 유가족 제공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해외파병 중 사망한 故 곽진수 중위의 유가족이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기사에 첨부된 QR코드를 통해 고인을 기억하는 온라인 추모공간에 방문하실 수 있습니다. 진수의 이름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함께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군사망사고 #순직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책임 #해외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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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일, UAE 아크부대 파병 중 유명을 달리한 故 곽진수 중위의 엄마 이은순입니다. 아들을 가슴에 묻고 보낸 2년의 시간 동안, 개인의 슬픔을 넘어 우리 군의 파병 시스템과 수사 체계의 허점을 기록해 왔습니다. 제 아들의 죽음이 한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대한민국 군을 더 안전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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