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은 기업을 이길 수 있는가?

플랫폼 시대, 소비자의 편리함 뒤에서 무너지는 자영업 생태계의 진실

등록 2026.04.28 17:15수정 2026.04.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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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경제 정책을 설명하며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그렇다면 기업을 이기는 민생은 존재할까? 드물지만 있다. 사회적 합의와 법적 판단을 통해 시장의 힘을 조정해낸 사례들, 예컨대 대형마트 영업 규제 같은 정책이 그것이다. 다만 이런 사례는 흔치 않다. 그만큼 민생과 시장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어렵다.

정치권은 늘 '민생'을 말한다. 민생이란 결국 국민이 일상에서 안정된 생계를 유지하고, 경제적·심리적 불안을 덜어낸 상태를 뜻한다. 물가, 일자리, 주거 같은 구체적인 삶의 조건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 그것이 곧 민생이다. 그렇다면 자영업은 민생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자영업은 민생의 핵심이다. 자영업은 서민 경제의 기반이자 내수의 뿌리다. 골목상권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돌고, 그것이 국가 경제를 지탱한다. 그래서 정부의 '민생 대책'은 언제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설계된다.

그런데 민생에 문제가 생겼다. 배달 플랫폼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이 겪는 구조적 부담은 분명한 민생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소비자 상당수는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에 반대한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수수료 상한제에 따른 비용 부담은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반응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이전보다 더 싸고 편리한 서비스를 누리고, 플랫폼 기업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 이 구조에서 그 비용은 도대체 누가 부담하고 있는가? 자본주의에서 전에 없던 편익 창출은 비용 위에 세워진다. 특히 그것이 혁신적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현재 이 부담은 플랫폼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이 오롯이 짊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현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기대보다 낮다. 아마도 '설마 자영업자들이 이대로 무너지겠어? 할 만하니까 하는 거지'라는 막연한 낙관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과거 인류가 바다를 '고갈되지 않는 생물 자원의 보고'로 여겼던 인식과 정말 닮았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해양 생태계의 붕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받고 있다. 자영업 생태계 역시 무한하지 않다.

더 우려되는 지점은 플랫폼 기업의 구조적 대안이다. 자영업자가 무너지더라도 플랫폼은 자체 브랜드 상품이나 직영 구조로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 이미 이들 플랫폼 기업은 자사의 브랜드를 단 신선식품과 밀키트 등 자체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바다의 자연 생태계가 붕괴한 뒤 양식 산업으로 대체되는 모습과 닮았다. 생존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생태계는 사라지는 것이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방관도 한몫했다. 가맹점주들에게는 플랫폼과 협상할 권한이 없다. 메뉴 가격부터 플랫폼 정책까지 모든 결정은 본사가 내리지만, 플랫폼 수수료 부담은 오롯이 최전방 점주의 몫이다. 정책을 결정하는 자는 본사이고, 그 짐을 지는 자는 점주인 기이한 구조다. 이중가격제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수수료 상한제 목소리가 미온적이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점주들의 볼멘소리가 귀찮았던 것에 가깝다.

배달앱 규탄 기자회견 배달 플랫폼 입점 자영업자들이 '배달앱 규탄' 기자회견을, 배달의민족 본사 '우아한형제' 건물 앞에서 진행했다.
▲배달앱 규탄 기자회견 배달 플랫폼 입점 자영업자들이 '배달앱 규탄' 기자회견을, 배달의민족 본사 '우아한형제' 건물 앞에서 진행했다. 권성훈

4월 28일, 배달의민족 본사인 우아한형제들 건물 앞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단체를 포함한 다양한 자영업자들이 모였다. 그들이 이 자리에 선 이유 중 하나는 그곳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한 지 꼭 1년이 됐기 때문이다. 살을 에는 혹한과 귀청을 찢는 차량 소음 속에서 하루 매출은 물론 유일한 자산인 체력까지 소모하며 배달앱 문제를 세상에 호소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했다.


이들은 배달앱 상생협의안이 오히려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을 늘리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상위 70% 구간에 일률 적용되는 7.8% 수수료와 3400원 배달비는 중간 구간 업주들의 짐을 더 키우고, 배달 거리 제한으로 매출이 절반 이상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을지로위원회 대안을 플랫폼 측이 거부하면서 협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자영업자 단체들이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과 수수료 상한제 입법을 강하게 촉구하는 이유다.

해외도 다르지 않다. 미국 플랫폼 시장의 선례는 우리에게 하나의 예고편을 보여준다. 뉴욕시는 배달 중개 수수료를 15%+5%로 제한하는 법안을 영구화하려 했으나, 기업들의 법적 대응 끝에 2025년 타협안이 만들어졌다. 결과는 기존 주문 중개 수수료를 제한하지만, '강화된 서비스' 옵션 등을 선택할 시 추가로 수수료를 허용하는 방안이었다. 이러한 변화에 음식점들은 강력한 '이중가격제(음식점 판매가와 앱 판매가에 차별을 두는 것)'를 도입하고 있기도 하다. 기업 또한 규제에 맞서 소비자에게 별도의 '규제 대응 수수료'를 전가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우회했다고 볼 수 있다. 완전한 승리는 없었고, 끝없는 줄다리기만 남았다.

이 현실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자영업자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 한, 시장의 자율만으로는 균형이 회복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여론이다. 자영업자의 피해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둘째, 제도다. 시장이 민생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면 국가는 규제를 통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 셋째, 기업의 인식 변화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결국 입점 자영업자의 상품에서 나온다. 생태계를 소진시키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기업 스스로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민생은 언제나 시장보다 약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와 제도, 그리고 공존의 인식이 결합될 때, 그 약함은 균형을 만들어내는 힘으로 바뀐다. 지금 자영업의 문제는 단순한 업종의 어려움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민생을 어떻게 정의하고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배달앱 #배달플랫폼 #플랫폼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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