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식하는 모습
이경호
정밀한 조사는 아니었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규모만 해도 적지 않았다. 쇠백로 약 30쌍, 작은 가마우지 10쌍, 황로 100쌍, 해오라기 100여 쌍으로 추정됐다. 상당한 규모의 집단번식지였다. 높은 곳까지 직접 확인할 수는 없어 육추가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본격적인 새끼 기르기가 시작되면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다. 먹이인 생선이 떨어지며 비린내가 심해지고, 배설물과 소음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도 악취는 분명히 있었다. 국내였다면 이미 민원이 수없이 들어왔을 상황이고, 벌목이 진행되고도 남았을 환경이다. 악취, 소음, 배설물, 분진, 가지 부러짐. 익숙한 갈등이 떠올랐다.
이곳은 달랐다. 사찰은 그 모든 불편을 감수하며 백로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주지 스님은 이곳에 처음 백로가 자리 잡은 것이 1980년대부터라고 설명했다. 이후 개체 수가 점차 늘어나 지금과 같은 대규모 번식지가 되었다고 했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곳은 백로들의 안정적인 쉼터이자 번식지가 되어온 것이다.
사찰에서는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와 "살생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중요하게 여긴다.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종교적 가치가 백로에게는 가장 안전한 보호막이 된 셈이다.
40여 년 이상 버텨온 회화나무도 여전히 건재했다. 일부 황로는 그 가지를 잘라 둥지 재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나무는 새를 지탱하고, 새는 그 위에서 삶을 이어간다. 불편함 속에서도 생태계는 그렇게 지속되고 있었다.

▲ 주지스님 인터뷰 모습
이경호
주지 스님은 백로 배설물 문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관련 기관과 협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배설물을 제거하고 있으며,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무조건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현실적인 관리가 함께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곳의 번식 구조였다. 국내 백로 번식지에서는 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황로, 쇠백로, 해오라기 등이 함께 대규모 집단번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굴사찰에서는 황로, 쇠백로, 해오라기와 함께 가마우지류가 함께 번식하고 있었다.

▲ 알을 품는가마우지류의 모습
이경호
국내에서는 가마우지류와 백로류가 대체로 분리된 공간에서 번식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공간 공유를 넘어, 서로 다른 종이 하나의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번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단지 새를 보호하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주지 스님은 우리의 방문을 계기로 앞으로 법회에서도 백로 보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번식지 보전과 활성화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40년 넘게 공존해온 곳이다. 그런데도 스님은 "더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황로와 가마우지류의 모습
이경호
우리는 늘 무엇을 없애야 할지부터 고민한다. 민원을 줄이고 불편을 없애기 위해, 조용하게 만들려 장애물을 제거한다. 하지만 이곳은 반대로 무엇을 지켜야 할지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조차 배워야 하는 상황이다. 베트남의 작은 사찰에서, 백로들은 오늘도 안전하게 잠들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아주 작은 씨앗을 보았고, 그 씨앗을 함께 받았다. 백로를 지키는 일이 결국 사람의 태도를 바꾸는 일이다. 어쩌면 이번 베트남 일정은, 그 작은 씨앗을 함께 심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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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내지 않고 함께 산다"... 베트남 사찰이 보여준 백로 공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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