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량 등록증 AI로 생성함
박혜현
우리나라의 주차 표지 발급 기준은 철저히 행정 편의적인 '차량' 중심이다. 이 시스템 안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은 등록된 특정 차량 한 대 안에 갇혀버린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은 단순히 '주차를 못 한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첫째, 공유 경제 시대와의 괴리다. 카셰어링이나 렌터카 이용이 보편화된 시대에도 장애인은 자신의 차가 아니면 주차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여행지에 가서 차를 빌리는 순간, 장애인의 이동 편의는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둘째, 사회적 관계의 위축이다. 지인의 차를 탈 때마다 주차 문제로 폐를 끼치게 될까 봐 약속을 주저하게 된다.
셋째, 긴급 상황의 무방비다. 사고로 대차를 받았을 때, 보행 장애가 있는 당사자는 집 앞 주차장조차 이용하기 힘든 처지에 놓인다. 실제 법의 시선은 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이 타는 특정 쇠붙이'에 고정되어 있다.
국민권익위도 인정한 '사람 중심'으로의 전환 필요성
다행히 최근 의미 있는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2025년, 국민권익위원회는 보건복지부에 장애인 주차 표지 발급 방식을 기존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차량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보행 장애가 있는 당사자라면 어떤 차량을 이용하더라도 주차 구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휴대용 표지를 도입하라는 취지다.
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당사자가 소지하고 탑승 차량에 비치하는 '개인별 퍼밋(Permit)' 제도가 보편적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 '장애인이 타는 차'가 아니라 '장애인 본인'의 권리에 집중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디지털 복지카드나 스마트폰 인증 시스템을 활용하면 부정 사용을 방지하면서도 얼마든지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다. '부정 사용의 가능성' 때문에 '정당한 권리'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행정의 직무유기다.
'마음의 경사로'를 까는 법령의 재설계
나는 평소 우리 사회에 '마음의 경사로'를 놓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휠체어가 오갈 수 있는 물리적인 경사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동등한 시민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제도의 온기다. 현재의 낡은 법령은 비장애인들로 하여금 "표지 없는 차는 무조건 신고 대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강화하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법이 사람을 따라와야지, 사람이 법의 낡은 틀에 자신을 구겨 넣어서는 안 된다. 장애인 주차 구역은 단순히 차를 세우는 공간이 아니다. 보행이 불편한 누군가에게는 '세상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이자, 비장애인 중심의 설계에서 유일하게 보장받는 '최소한의 접근권'이다.
권리의 주인은 '사람'이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권익위의 권고를 적극 수용하여 법령을 재정비해야 한다. 장애인의 이동권이 차량 번호판에 묶여 있는 이 기이한 풍경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장애인 주차 표지의 주인은 '자동차'가 아니라,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장애인 편의증진이자,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품격이다. 나아가 이는 장애인만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언젠가 노인이 되거나 일시적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보편적 권리'의 시작이 될 것이다. 강단에서 내가 던진 질문에 우리 사회가 "당연히 사람 중심"이라고 당당히 답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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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손길에서 편견 없는 일상을 배우는 특수교사입니다. 휠체어 바퀴를 굴리며 만나는 보도블록의 요철만큼이나 선명한 삶의 이야기들을 강연과 글로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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