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다리 아래, 박쥐와 칼새가 함께 산다

베트남 한 국립공원서 목격... 공존은 거대한 숲이 아니라 다리 밑에서도 시작된다

등록 2026.04.30 10:29수정 2026.04.3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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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짬침 국립공원을 걷다 보면 거대한 습지와 끝없이 펼쳐진 물길에 먼저 눈이 간다. 백로와 황새, 물꿩 같은 큰 새들이 하늘을 가로질렀고, 습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은 꼭 그런 거대한 풍경만은 아니였다. 오히려 아주 작고 사소한 곳에서, 생태계는 더 선명하게 각인되곤 한다. 짬침 국립공원 안의 작은 다리 하나가 그랬다. 관광객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법한 작은 콘크리트 다리였다. 칼새(쇠칼새로 추정) 수십 마리가 다리 아래를 오가고 있었다.

 비행하는 칼새(쇠칼새 유사종) 둥지의 주인이다.
▲ 비행하는 칼새(쇠칼새 유사종) 둥지의 주인이다. 이경호

탐조인이라면 직감적으로 번식지인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스럽게 발길을 다리 아래로 돌렸다. 다리 아래를 들여다보자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칼새의 둥지가 아니라 작은 박쥐들이었다. 다리 천장에 매달린 채 조용히 몸을 붙이고 있었다. 그 중 두 마리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크지 않은 그 공간을 분명한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었다.

 다리 한켠의 박쥐 교각 마다 1~2마리의 박쥐가 있었다.
▲ 다리 한켠의 박쥐 교각 마다 1~2마리의 박쥐가 있었다. 이경호

박쥐를 마주한 뒤편에서 칼새 둥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베트남의 여름 하늘을 지배하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제비가 아니라 칼새였다. 빠르고 직선적인 비행, 거의 멈추지 않는 움직임, 하늘을 가르듯 지나가는 날갯짓은 제비와는 유사한 듯 보이지만 확실히 달랐다. 국내에서는 제비가 더 익숙하지만, 이곳에서는 오히려 제비를 보는 일이 더 드물었다. 극히 가끔 제비가 지나가고, 대부분의 하늘은 칼새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칼새 둥지들
▲ 칼새 둥지들 이경호

사진을 몇 장 남기기는 했지만 너무 빨리 날아 정확한 동정을 찍는 건 쉽지 않았다. 칼새류는 형태가 비슷한 종이 많고, 비행 속도가 워낙 빨라 현장에서 종을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결국 단정 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다리 밑 구조물에 풀을 엮어 둥지를 만들고 생활하고 있었다. 같은 공간에는 집참새도 함께 둥지를 틀고 있었다.

 비행하는 칼새(쇠칼새와 유사종)
▲ 비행하는 칼새(쇠칼새와 유사종) 이경호

한 구조물 아래서 포유류와 조류가 함께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박쥐와 조류가 같은 구조물에 함께 서식하는 사례가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특이하게 느껴졌다. 특히 칼새류와 집참새, 그리고 박쥐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공생의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집참새는 인간이 만든 공간에 가장 잘 적응한 새 가운데 하나다. 건물 틈, 지붕 아래, 다리 구조물처럼 사람이 만든 작은 공간을 번식지로 적극 활용한다. 칼새류 역시 인공 구조물을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되지만, 또 다른 생명에게는 새로운 서식지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이것이 완전한 이상향이라는 뜻은 아니다. 자연의 숲이 사라지고, 새들이 어쩔 수 없이 다리 밑으로 밀려난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이 만든 공간에 적응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작은 다리 아래에서 박쥐는 천장을 선택했고, 칼새는 틈을 골랐고, 집참새는 그 곁에 둥지를 틀었다.

베트남 짬침 국립공원은 람사르 습지이고, 수많은 철새와 물새가 찾는 거대한 생태공간이다. 하지만 생태는 그런 거대한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작은 다리 하나도 충분히 하나의 세계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바로 그런 사소한 공간들인지도 모르겠다.
#짬침국립공원 #칼새 #작은다리 #공존 #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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