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대파 넣고 튀겼더니 '엄지 척' 날아옵니다

돼지고기 한 가지로 볶음, 찌개, 튀김까지... 고물가 시대 '소식' 가족 위한 살림 전략

등록 2026.05.03 11:25수정 2026.05.03 11:2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돼지앞다리 대파튀김
돼지앞다리 대파튀김 김선아

장을 볼 때마다 영수증을 보고 한숨이 나온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딱 맞다. 조금씩 슬금슬금 오른 물가는 어느 순간 "헉" 소리가 나게 만든다. 그러던 차에 지난 4월 하순, 마트 전단지에서 돼지고기 앞다릿살 세일 문구를 봤다. 세일 고기가 금세 동이 날까 아침 일찍 마트에 갔다. 얇게 썬 불고기용 두 팩, 수육용 한 팩. 거의 2킬로그램에 달하는 돼지고기 세 팩을 장바구니에 담아 왔다.

문제는 우리 집 식구들이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들이 있는 집에서는 고기 한 팩 쯤은한 끼 식사로 끝난다고 한다. '잘 먹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요리하는 재미가 얼마나 클까'라는 생각에 부럽다. 하지만 소식 하는 식구들은 나의 요리 실력을 키우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이날처럼 세일 했다고 많이 사온 재료는 같은 맛으로 한 번 먹고 끝낼 수 없으니, 어떻게든 다른 음식으로 변신 시켜야 한다.


'세일' 돼지고기의 변신

먼저 고기 한 팩을 꺼냈다. 반은 고추장 양념을 넣어 제육볶음으로 만들고, 나머지 반은 간장볶음으로 만들었다. 제육볶음은 상추, 알배기배추와 함께 한 끼 저녁으로 잘 먹었다.

아직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아이를 위해 만든 간장 볶음은 우리 집에서 '양파 고기'라고 부른다. 아이가 어릴 때 그렇게 부른 뒤로, 이 메뉴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이름처럼 양파가 맛의 중심이다. 양파의 달큼함이 고기 깊숙이 배어들고, 양념에 삭힌 양파는 입에서 녹아내린다. 그렇게 아이 아침으로 주고 그중 기름기가 많은 부위는 따로 덜어 고추장 찌개에 넣었다. 이미 양념이 밴 고기 덕분인지, 평소보다 찌개의 맛이 더 감칠맛이 났다.

양이 적은 식구들 덕분에 고기 한 팩으로 세 가지 밥상을 차릴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세일 고기를 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사 온 재료를 끝까지 맛있게 먹는 일이다. 한 팩을 제육 볶음으로, 양파 고기로, 고추장 찌개로 나눠 먹고 나니 괜히 뿌듯했다. 이 정도면 충동 구매가 아니라, 나름의 살림 전략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돼지앞다리 대파튀김 재료, 맵지않은 파프리카시즈닝 꼭 넣어보자
돼지앞다리 대파튀김 재료, 맵지않은 파프리카시즈닝 꼭 넣어보자 김선아

남은 두 팩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냉동실을 열었다. 그러자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파 무더기가 눈에 들어왔다. 냉장고에도 파가 한 가득이었다(대파를 이용한 다른 요리 : 김장 하고 남은 대파 냉동실에 넣지 마요).


"우리 집엔 대체 왜 파가 이렇게 많은 걸까."

혼잣말을 하다 문득 예전에 먹었던 돼지 강정이 떠올랐다. 비싸게 산 생고기를 냉동 시키는 건 아깝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엔 식재료 하나도 허투루 쓸 수가 없다. 냉동육은 생고기와 식감과 맛이 너무나 다르기에 주저 없이 당장 요리하기로 했다.


두툼한 덩어리 고기라면 파가 겉에서 타버릴 수도 있겠지만, 얇은 불고기용 고기라면 튀김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파가 고기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타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 섰다. 예상은 적중이었다.

 냉장고와 냉동실에 있던 대파를 잘게 다져 튀김옷에 함께 넣었다. 물을 넣지 않아도 고기와 대파의 수분만으로 튀김옷이 잘 달라붙었다.
냉장고와 냉동실에 있던 대파를 잘게 다져 튀김옷에 함께 넣었다. 물을 넣지 않아도 고기와 대파의 수분만으로 튀김옷이 잘 달라붙었다. 김선아

튀김옷은 간단하게 만들었다. 전분가루와 튀김가루를 섞되 물은 넣지 않았다. 얇은 고기와 잘게 다진 파의 수분만으로도 반죽이 고기에 충분히 붙었다. 밑간은 생강이 쌀 때 만들어둔 생강잼에 파프리카 가루, 그리고 친구가 베트남에서 사다 준 레드페퍼(붉은 후추)를 함께 썼다.

치킨을 시켜 먹을 때 곁들이는 케이준 시즈닝 같은 맛이 날까 싶었는데, 소금간과 어우러지니 맵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살아났다. 반죽의 팁은 베이킹파우더를 조금 넣는 것이다. 그러면 반죽이 살짝 부풀어 오르며 조금 더 바삭하게 튀겨진다.

"오늘 최고의 아침" 엄지 척 부른 맛

파의 흰 부분을 채 썰어 튀겨 올렸더니 모양도, 맛도 한결 살아났다. 얇은 튀김옷으로 고기가 바삭하게 파와 함께 씹혔다. 감칠맛 넘치는 짭조름한 간이 밥과 잘 어울렸다. 아이는 "오늘 최고의 아침!"이라며 엄지 척을 날리더니 밥 한 공기와 양배추 물김치를 뚝딱 비웠다. 사실 아침이 아니었다면 맥주를 부르는 맛이었다.

 바삭하게 튀겨진 결과물. 맛보느냐 하나씩 먹다 보니 꽤나 많이 사라졌다.
바삭하게 튀겨진 결과물. 맛보느냐 하나씩 먹다 보니 꽤나 많이 사라졌다. 김선아

넉넉하게 튀겨 남긴 고기는 다음번엔 에어프라이어로 바삭하게 되살린 뒤 소스를 발라 돼지강정처럼 먹거나, 샐러드 위에 얹어 상큼한 소스와 함께 유린기처럼 즐겨 볼 생각이다. 물론 아침에 못 마신 맥주와 함께 말이다.

소식하는 식구들 덕에 다양한 음식을 만들다 보니, 장바구니 물가가 오를수록 한 가지 식재료를 얼마나 다양하게 쓰느냐가 살림의 실력이 된다. 혼자 뿌듯해하며 오늘도 다음 변신을 상상하며 설거지를 했다. 이 정도면 번거로움이 아니라 행복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돼지앞다리 대파튀김]

▶ 재료
돼지고기 앞다리 불고기용 800g, 대파 넉넉히, 파프리카 시즈닝 1큰술, 붉은 후추(후추) 1/2큰술, 생강잼 1큰술, 맛술 1큰술, 소금 약간, 전분가루 1/2컵, 튀김가루 1/2컵
* 생강잼은 생강가루, 생강술, 다진 생강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 만드는 법
① 돼지고기 앞다리 불고기감은 먹기 좋게 자른다. 대파는 곱게 다지고, 일부는 고명으로 올릴 수 있게 길게 채 썰어 둔다.
② 돼지고기에 튀김가루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③ 전분가루와 튀김가루를 넣고 버무린다. 물은 따로 넣지 않아도 된다. 고기와 대파에서 나온 수분만으로도 튀김옷이 충분히 입혀진다.
④ 잠시 두면 날가루가 가라앉는데, 이때 다시 한 번 버무린다. 이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하면 고기에 튀김옷이 더 잘 붙는다.
⑤ 고기를 손으로 잘 펴가며 대파가 고기 위에 붙도록 모양을 잡는다. 마치 수제비를 뜨듯이 한 장씩 기름에 넣어 튀긴다.
⑥ 튀겨진 고기는 기름기를 잘 뺀 뒤 접시에 담는다. 마지막으로 채 썬 대파를 살짝 튀겨 위에 올린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인스타그램에도 실립니다.
#요리 #레시피 #돼지고기 #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상에서 마주치는 장면, 문화와 예술, 요리, 사는 이야기로 글을 씁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도식 날 노무현 모욕 떼창? 이게 힙합인가 추도식 날 노무현 모욕 떼창? 이게 힙합인가
  2. 2 국립수산과학원 기간제 연구원 숨진 채 발견... 유서에 '손찌검 당했다' 적어 국립수산과학원 기간제 연구원 숨진 채 발견... 유서에 '손찌검 당했다' 적어
  3. 3 아버지가 건넨 까만 비디오테이프... 보고 난 뒤 다른 사람이 됐다 아버지가 건넨 까만 비디오테이프... 보고 난 뒤 다른 사람이 됐다
  4. 4 "계엄군이 먼저 쏘지 않았다"는 아이들 말에, 학교에 518m 길을 냈다 "계엄군이 먼저 쏘지 않았다"는 아이들 말에, 학교에 518m 길을 냈다
  5. 5 삼성가 두 재벌 총수의 서로 다른 사과가 남긴 것 삼성가 두 재벌 총수의 서로 다른 사과가 남긴 것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