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유가 지원금 이주민 차별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 소식을 다룬 SBS 뉴스 영상 섬네일
오승재
지난 4월 8일, 나는 울산가정법원 앞에 섰다. 울산광역시 남구청장의 동성 간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그 소식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서였다. 좀처럼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여전히 대한민국에는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지 않은가. 이 사회에 성소수자로서 존재를 밝히고 권리를 주장하는 일은 그 자체로 긴장감을 줄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울산 시민사회단체의 뜨거운 연대와 지역 언론의 많은 관심, 세심한 취재 덕분에 용기를 내어 기자회견에서 당당하게 발언할 수 있었다. 특히 방송사 중에서는 UBC(울산방송)와 울산KBS가 당일 저녁 뉴스로 소식을 알렸다. TV로 뉴스를 접한 많은 이웃들이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하루에 전할 수 있는 소식의 양이 매우 한정적인 지역 방송사의 현실적 상황을 알고 있는 터라 진심으로 감사했다.
문제는 UBC 뉴스 영상이 SBS의 SNS 채널에 게시되면서 발생했다. SBS는 해당 영상 섬네일에 "사랑하는데 왜 안 돼? 우르르 나오더니 '이건 차별'"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같이 적힌 '에디터 PICK'이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혼인평등을 요구하는 성소수자를 부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SBS에 따져 묻고 싶다. 불특정 다수가 여기저기 패거리를 이뤄 몰려다니거나 소란을 일으키는 모습을 비유할 때나 쓰일 법한 '우르르'와 같은 문구, 생떼나 칭얼거림 따위에 붙여 쓸 만한 "왜 안 돼"와 같은 문구가 과연 적절한가. "배우자가 아플 때 보호자조차 될 수 없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동성결혼의 법적 인정을 요구하는 당사자의 호소를 담은 영상에 쓸 수 있는 문구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결코 내 기분이 나빠서 부적절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SBS의 잘못된 표현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겼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영상 댓글 창은 당사자인 나에 대한 모욕과 성소수자 집단에 대한 비하와 조롱으로 가득 차있다. 변화를 열망하며 영상을 클릭했을 시민들에게, 특히 성소수자 당사자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어려운 현실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혼인평등소송 소식을 전한 UBC 기자님의 노고를 생각해 공개적 문제 제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 '실수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넘어가려고도 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같은 맥락의 부정적 표현은 계속 되었다. 최근 SBS는 정부의 고유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 이주민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소식을 다루면서도 사실상 똑같은 방식을 취했다. "우리도 똑같이 일하는데 왜 안 줘", "이민자 단체 '고유가 지원금' 우르르"라는 섬네일 문구는 성소수자인 나를 아프게 찌른 그것과 마찬가지였다.
언론으로서 이주민의 차별 시정 신청에 대해 다루면서 '왜 안 줘', '우르르'와 같은 표현을 써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부정적 맥락의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이주민의 요구는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 SBS는 언론의 말과 글이 가진 힘을 정녕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내가 묵과한다면 용기 내어 세상을 바꾸기 위해 행동에 나선 또 다른 사회적 약자들이 계속 '떼쟁이' 취급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생떼'가 아니다. '칭얼거림'도 아니다. 그것은 저마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며,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동료 시민의 엄중한 행동이다.
영상 조회수가 언론의 본령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앞설 수는 없다. 혐오를 동력 삼아 얻어낸 클릭수가 우리 사회의 공익에 대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SBS는 SNS에 게시된 영상 섬네일을 즉시 수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재발 방지 대책 또한 마땅히 내놓아야 한다. 면피성 해명은 사절한다. 담당자 개인의 책임만 묻는 '꼬리 자르기'도 거절한다.
관련하여 내부 구성원의 책임 있는 자정 노력을 바란다. 양심 있는 언론인의 성찰과 쇄신을 기대한다. "언론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그들이 차별과 소외를 받지 않도록 감시하고 제도적 권리 보장을 촉구한다"라는 언론보도준칙을 잊지 말라. 당부는 마지막이다. 이토록 애정 어린 당부마저 외면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글을 읽습니다. 글을 씁니다. 그 간격의 시간을 애정합니다.
공유하기
'왜 안 줘?' '우르르'… SBS에게 사회적 약자는 '떼쟁이'입니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