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민 씨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안심주택은 서울시가 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소를 위해 청년·신혼부부 무주택자에게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주택을 공급한 정책이다. 그러나 일부 단지는 HUG 등 임대보증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위험에 노출됐다. 실제로 송파구 잠실센트럴파크는 시행사 자금 문제로 경매에 들어가며 약 238억 원 규모의 보증금 피해가 발생했다. 가구당 피해규모는 최대 3억 원이 넘는다. 피해 세입자들은 사태 발생 전후, 서울시가 책임 있는 자세로 사업의 관리와 피해의 수습에 임했는지 되묻는다.
잠실센트럴파크 피해세입자 정소민씨(가명)는 분노, 무력감, 답답함 속에서도 끈질기게 다른 세입자와 연대하고, 임대인 그리고 서울시와 마주하며 문제 해결에 나서 왔다. 행정이 약속한 '안심'이 작동하지 않을 때, 그 공백을 메운 것은 당사자들의 조직된 목소리였다.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자,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선지급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보증금을 돌려받았으니 이제 만족하죠?'라는 서울시의 물음에, 소민 씨는 "반쪽짜리 정책"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그는 여전히 피해주택을 떠나기 어려운 세입자들의 상황을 전하며, '안심'할 수 없는 서울의 임대차시장에서 다시 집을 구해야 하는 청년당사자로서 대담에 임했다.
"서울시는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 2024년 초 청년안심주택에 입주하고, 이후 전세사기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제 첫 자취였어요. 그때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줄 알았죠. 역세권 청년주택이었다가 청년안심주택으로 정책 이름을 바꾼 걸로 알고 있는데, 그만큼 안심한다니까 그렇게 이름 붙이지 않았겠나 싶어서 들어오게 됐죠. 애증의 첫 집이라 지금 돌이켜 봐도 좋음 반 고통 반이었던 것 같아요. 좋은 것도 꽤 있었죠. 첫 자취니까 신나서 친구들도 초대하고 혼자 석촌호수도 뛰어가서 러닝도 하고 행복하게 지냈어요. 2024년 4월에 입주해서 약 1년을 살고, 2025년 2월에 강제 경매 집행이 됐거든요.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됐죠."
- 2025년 2월, 사태를 파악해 나가던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요?
"문제를 알게 된 날이 생생히 기억나요. 제가 그날 팀 회식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5시쯤 갑자기 입주자 단톡방에 혹시 최근에 등기부등본 떼어보신 분 있냐, 우리 집에 강제 경매가 걸린 것 같은데 확인해보자는 메시지가 올라왔어요. 그때 알게 됐죠. 머리가 새하얘져서 팀장님한테 팀 회식 못 간다 말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고 했던 기억이 나요.
처음엔 아주 난리였어요. 모두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니까 잘못된 정보가 오가기도 하고, 법률 자문을 먼저 받아보자 등 여러 얘기가 오고 갔어요. 그런데 건물 관리사무소에 찾아갔더니 관심도 없고 제대로 말대꾸도 하지 않더군요. 임대인과 연락도 잘 되지 않았죠. 그래서 일단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서 소통을 하려고 했어요. 비대위가 꾸려졌다는 소식이 들리니까 그제서야 임대인도 대리인을 세워서 연락해오더라고요. 자기도 말을 하고 싶었다, 억울한 부분이 있으니 만나서 설명하겠다고. 3월에 대책위 꾸리고 3월 말에 임대인의 대리인을 만났어요."
- 초기 임대인과의 소통 과정은 어땠나요? 주로 어떤 얘기를 나눴나요?
"임대인 대리인이 나와서 억울하다고 구구절절 설명했어요. 사업 초기에 예상했던 것과 달리 금융 비용이 크게 높아져서 문제가 생겼지만, (임대인이 운영 중인) 횟집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서 갚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 뭐 이런 내용이었어요. 답답했죠. 그래도 아예 연락이 안 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했었어요.
사실 임대인과 소통은 입주 초기부터 순탄치 않았어요. 2024년 계약서 쓸 때에 '보증보험 가입'이라고 체크가 되어 있더라고요(청년안심주택을 운영하는 민간임대사업자는 입주자를 모집하기 전에 임대보증금보증에 가입하여야 한다. 잠실센트럴파크 임대인은 세금 체납 등 문제로 입주자를 모집하고 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그때 입주 실무를 담당하던 업체는 '곧 보증보험에 가입될 거다. 늦어도 3개월 안에는 될 거니까 보증보험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죠. 그때 계약서에도 그렇게 되어 있었고,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니까 문제 없을 거라 생각하며 계약을 끝냈죠. 그런데 입주하고 나서 2025년 1월이 됐는데도 보증보험 가입이 안되어 있더라구요. 그때 서울시에 연락해서 '빨리 임대인한테 얘기해서 보증보험 가입 되게 해달라. 이건 계약 위반이다'라고 말했고, 시는 '계속 서면으로 통지하고 있고 관리하고 있다'고 했는데, 사실 그때부터 이미 제대로 관리가 안 되었던 거죠."
"사회에 대한 신뢰도 무너져..."

▲ 지난 2025년 6월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잠실센트럴파크 청년주택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잠실센트럴파크' 강제경매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비대위는 서울시가 청년안심주택의 보증금 피해 문제에 대해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했다.
민달팽이유니온
- 서울시는 초기부터 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나요? 문제해결 과정에서 서울시의 역할은 어땠나요?
"서울시는 그래도 처음부터 거의 회의에 들어오긴 했어요. 워낙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서울시가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었어요. 그렇지만 서울시는 초기에 저희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그냥 '설명회'를 했던 것 같아요.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 시작하니까 '자기들이 잘 책임을 질 테니 안심해라'는 식으로 단순히 안심시키려 한 거죠. 저는 그때 일 때문에 참석을 잘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해결되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아서, 저도 그때부터 '빨리 뛰어들어서 해결을 해보자' 싶어서 비대위에 들어갔어요.
당시에 서울시가 했던 일은 임대인에게 사업자금을 대출해준 대주단으로부터 공문을 받아온 일이었어요. 서울시는 '경매에 넘어갔을 때에도 세입자 보증금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서류를 받아올 테니까 걱정 말라'고 했죠. 그렇지만 그걸 받아도 안심은 되지 않더라고요. 이후에 다른 법률지원을 받으러 갔을 때 알게 된 사실인데, 변호사 분께서 '이건 하나도 법적인 실효성이 없는데 왜 줬는지 모르겠다. 이건 안심시키려고 준 것뿐이지, 만약에 소송 절차에 들어간다면 이건 그냥 종이일 뿐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때는 '서울시한테 농락당했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때부터는 여기저기 들쑤시기 시작했습니다. 언론, 방송에 출연하고 기자회견도 진행하고요. 안되겠다 싶어서 그렇게 길거리로 나갔죠."
- 서울시의 피해세입자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반쪽짜리 정책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요구했던 건 항상 일관성이 있었어요. 애초에 여기 들어올 때 10년 거주할 수 있다고 계약서를 다 쓰고 들어온 거잖아요. 그걸 보장해 달라, 계속 거주하고 싶은 사람은 거주하게 해주고, 나가고 싶은 사람은 서울시에서 보증금을 지급해달라는 거였어요. 지금은 계속 거주하는 옵션은 아예 없어져 버린 거고, 그냥 '보증금반환채권만 양도하면 선지급 해줄게'가 된 거예요."
- 계속 거주한다는 선택지는 아예 없어진 건가요?
"그렇죠. 저희는 처음에 서울시(SH공사)에서 매입해달라는 주장도 했었어요. 내부에서 논의는 되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매입은 안 된다고 하니, 그럼 저희는 '계속 거주가 여기서 어려운 건 알겠다. 그러면 다른 청년안심주택 중에 조금 안전한 데로 우리를 이주시켜주거나 아니면 다른 방안을 모색을 해 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묵살됐어요. 그래서 저처럼 나가고 보증금을 돌려받은 선택을 한 분이 30가구 정도 밖에 안 된다고 들었어요. 서울에서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로 집을 구하는 게 사실 쉽지 않다 보니, 지방에서 올라왔다거나 일단 어디 갈 데가 없으신 분들은 특히 남아 계신 것 같아요.
저희는 전세사기로 여러 고통을 받았고, 처음에는 여기 신청해서 쭉 살다가 다른 데로 갈 줄 알았지 이렇게 쫓겨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보증금만 받으면 끝이 아니라, 그에 대한 억울함이 아직도 피해세입자들에게 남아 있죠. 사회에 대한 신뢰도 많이 무너졌어요. 서울시가 청년안심주택이라고 이름에 박을 정도로 공언했던 건데, 이것도 이러면 다른 집은 사실 되게 더 위험하다는 거잖아요?"
"전세사기를 중요한 의제로 여기는 후보에게 투표 하고파"

▲ 지난 2025년 8월 22일, 잠실센트럴파크 청년주택 비상대책위원회는 잠실 센트럴파크 전세사기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 1,043인의 탄원을 모아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잠실센트럴파크 세입자 뿐만 아니라, 타 청년안심주택과 사회주택에서 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과 정치인,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사회에서도 참여해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민달팽이유니온
- 전세사기피해자로서, 그리고 한 명의 청년세입자로서 짧지 않은 기간 전세사기 대응 활동을 이어 오셨는데요. 그 시간에 대해 어떻게 회고하시나요?
"저도 처음에는 엄청 막막했거든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피해 이후 과정에서 저희를 진심으로 도와준 분들도 많이 만났어요. 그래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딘가에 연락해서 상담받고, 같이 활동도 하고. 그런 절차나 매뉴얼, 혹은 단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운이 나빴지만, 그럼에도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제가 민달팽이유니온을 통해서 활동했던 것처럼, 피해 입은 분들이 자기를 계속 알리고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는 게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혼자 생각할 때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려고 마음 먹으니까 할 수 있는 게 많구나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습니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나설 후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후보에게 더 투표할 것 같나요?
"일단 전세사기 관련해서 진심을 갖고 있는 후보. 또 전세사기가 해결하기 너무 힘든 일이잖아요? 그래서 사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 예방책이 잘 마련되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정책사업이라고 한다면 임대인과 관련해서 확실히 검증한다든지, 그외에도 전세사기를 일으킨 임대인에 대한 처벌이나 피해자에 대한 구제, 지원 정책을 잘 마련해주는 후보. 어쨌든 전세사기를 중요 의제로 여기는 분께 투표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인터뷰어 김기성 민달팽이유니온 회원,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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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약속한 '안심'은 어디로..." 전세사기 피해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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