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호형대구 세부 어미 꼬리 부위에 새끼가 올라 타고 있는 특이한 조형
정재학
먼저 조형 중심이 암컷 어미호랑이와 새끼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곳에 매장된 주인공은 누구였단 말인가. 혹시 여장부이었을까. 물론 같이 출토된 유물들로 미루어볼 때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러면 도대체 왜 이런 파격을 선택했을까. 또한 출토 지역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 왜 뜬금없이 중서부에 발견된 것일까. 단지 두 지역 간의 교류 관계를 시사하는 증거로만 볼 것인가. 의문은 꼬리를 물고 묻고 또 물었다. 아직 모든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고 계속 기억의 파편과 장소의 실마리가 축적되는 상황이니 계속 지켜볼 일이다.
그럼, 이 호랑이들은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생태적으로 보면 시베리아호랑이는 만주와 연해주, 그리고 한반도 북부까지 널리 분포한다. 이 분포는 자연 지리적 축인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따라 쭉 이어지고, 인간의 이동 경로 또한 그 궤를 같이하고 있었을 것이다.
문화 역시 이 길을 따라 이동했을 것이다. 중국 산동지역 무씨사당 화상석에는 단군신화와 유사한 장면들이 새겨져 있고,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동예 사람들이 호랑이를 신으로 숭배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이러한 기록과 유물들을 종합적으로 유추해 보면, 호형대구는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호랑이 숭배 문화의 물질적 표현으로 읽힌다. 스키타이 동물 문양의 기술적 형식적 영향이 일부 반영되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 본질은 만주와 동예, 그리고 한반도 북부에서 이어지는 호랑이 숭배 문화에 더 가까워 보인다.
왜 이 작은 금속장식에 이렇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가. 그것은 이 유물이 단순한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경산의 들판과 오성의 산업단지에서 느꼈던 공허함은 어쩌면 우리가 기억을 장소에만 기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억은 이동한 박물관으로 기록으로 그리고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리에게 호랑이는 무엇인가. 두려움인가, 힘인가, 아니면 지켜야 할 기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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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학예연구사이자 20여 년 동안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탐방해 온 문화유산 전문 크리에이터입니다. 김구 선생 탄생150년을 맞아 문화강국 프로젝트 일환, 2036년 전주하계올림픽 유치 및 국립한국호랑이박물관 건립 기원을 위해 기획한 연재로 "거룩한 장도-한국호랑이를 찾아서" 매주 금요일,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한국호랑이를 찾아 탐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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