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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성산일출봉 앞이다. 몇몇 아이들이 버스에서 내리지 않으려 한다.
"피곤해요. 그냥 여기 있을래요."
그때 휴대전화가 울린다.
"우리 아이가 많이 피곤해하니, 그냥 쉬게 해주세요."
나는 잠시 멈춘다. 아이를 설득하여 함께 산을 올라야 한다는 생각과 혹시 모를 상황이 겹친다. 그 순간 떠오르는 것은 아이의 성장보다 이후의 장면이다. 책임의 경로, 법정의 공방, 그리고 홀로 비바람을 맞아야 할 누군가의 모습. 이 사회에서 안전사고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판단되고, 그 결과는 결국 한 사람에게 귀속된다.
"네, 어머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짧은 대답 뒤에서 무너지는 것은 교사의 권한이 아니라, 역할이다. 나는 아이를 남겨두고 산을 오른다. 정상에서 찍은 단체 사진 속 빈자리 하나가 풍경보다 오래 가슴에 남는다. 그것은 한 아이의 결석이 아니라, 우리가 포기한 교육의 자리다.
잠들지 못하는 복도의 위험사회
숙소의 복도는 길고 조용하다. 아이들이 잠든 밤, 나는 잠들지 못한 채 그 복도를 몇 번이나 오간다. 문 하나하나를 지나칠 때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고의 위험들을 떠올린다. 낮에는 아이들을 따라 걷고, 밤에는 위험의 그림자를 따라 걷는다.
안전요원이 배치되어도 책임은 나눠지지 않는다. 모든 무게는 결국 현장을 지키는 개인에게 수렴된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말한 '위험사회'는 바로 이런 모습일지 모른다. 위험은 제거되지 않은 채 그 책임을 감당할 주체만 개인으로 좁혀지는 사회. 그 무게를 홀로 견뎌야 할 때, 수학여행은 배움의 시간이 아니라 '버텨내는 시간'이 된다.
매뉴얼이 대신한 배움의 밀도
언젠가부터 학교에서는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있다. 계획되지 않았기에 더 값졌던 시행착오, 친구와의 어색한 화해, 함께 길을 잃으며 나누던 농담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경직된 매뉴얼과 체크리스트다. 확인, 점검, 보고. 모든 것이 기록되지만, 그 사이에서 아이들의 진정한 성장은 끝내 기록되지 못한다. 서류는 늘어나지만 아이들의 서사는 지워지고, 절차는 정교해지지만 경험은 얇아진다. 안전을 확보하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배움을 스스로 희석시키고 말았다.
성장은 언제나 편안함의 경계 바깥에서 시작된다. 아동 발달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강조한 교육심리학자 비고츠키의 '근접 발달 영역'은 약간의 불안과 도전이 공존하는 지점에서 가장 크게 작동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선택은 명확하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활동을 지우는 것. 그 결과는 자명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상처 받지 않도록 과보호받는 대신, 상처를 견디고 회복하는 힘은 길러지지 않는다.
교육은 다시 움직여야 한다
수학여행은 꼭 가야 하는가. 이 질문은 이제 다르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아이들이 넘어지지 않게 하는 것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
안전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교육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교육은 본래 살아 움직이는 과정이다. 낯선 상황 속에서 판단하고, 타인과 부딪히며, 스스로를 조정하는 경험이다.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말이 아니라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사 개인이 아니라 제도가 책임지는 구조, 서류가 아니라 실질적인 준비와 안전 훈련이 중심이 되는 시스템, 그리고 완전무결한 안전은 없으며 위험은 함께 관리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그 조건이 마련될 때, 교사는 다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가자."
그 말이 가능해지는 순간, 수학여행은 다시 여행이 된다. 그제야 교실 밖은 사라지지 않고, 아이들의 삶 속으로 다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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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이 많습니다. 또한 교육의 본질 회복에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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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학교에서 조용히 사라진 것들, 수학여행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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