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군 삽교읍 삽교중학교 교정
심규상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는 단순한 기기 보급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처방'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충남은 지난해 개교한 충남온라인학교를 통해 특정 과목 교사가 없는 소규모 학교 학생들도 온라인으로 원하는 심화과정이나 진로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김 교장에 따르면 과거에는 시험을 치른 뒤 성적표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려 학습 결손을 보완할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충남 '온(On)시스템'과 같은 AI 플랫폼을 통해 학생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어떤 개념에서 막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기반의 '온(On)시스템'은 학생 맞춤형 진단과 체계적인 이력 관리를 지원하며 온한글(초등 저학년 한글 해득 맞춤형 지원), 온채움(교과별 학습 수준뿐만 아니라 인지·정서·행동적 학습 저해 요인을 종합 진단), 온생각 (학생들의 문해력과 자기주도학습 능력 지원)의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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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On)시스템' 플랫폼은 학생의 오답 패턴을 분석해 90% 이상 이해한 부분은 건너뛰고, 부족한 50%의 개념을 보완할 수 있는 유사 문제를 즉각 생성해 줍니다. 이는 교사 한 명이 30명의 학생에게 동시에 제공하기 어려웠던 1대1 맞춤형 지원 효과를 냅니다. 또 학생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 기록합니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학습 데이터가 쌓여가는 모습을 보며 배움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죠."
다만 그는 디지털 전환이 곧바로 좋은 교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AI 기반 학습 지원은 부족함을 드러내는 장치가 아니라, 아이의 가능성을 붙잡아 주는 '손잡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족함을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배울 수 있다'는 손을 내미는 것이어야 합니다. 한 번쯤 경험해 봤겠지만, <해리포터>를 책으로 읽을 때는 머릿속에 무한한 마법의 세계가 펼쳐지죠. 반면 영화로 접하는 순간 우리의 상상력은 스크린 속 장면에 갇히기도 합니다. 이처럼 디지털은 정보를 즉각적이고 선명하게 보여주는 강력한 힘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며 채워야 할 '생각의 틈'을 닫아버릴 수도 있어요. 그래서 디지털 기술 그 자체가 교육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의 깊은 아날로그적 사색을 돕고 확장하는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충남미래교육 2030 추진 과제의 또 다른 축인 생태 전환도 삽교중학교에서 뚜렷하게 실천되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전교생이 1년에 네 차례씩 플로깅 활동에 참여한다. 겉으로 보면 학교 주변과 마을을 정화하는 봉사활동처럼 보이지만, 김 교장은 이를 훨씬 더 큰 교육적 맥락에서 바라봤다.
"플로깅은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살아가는 마을과 공동체의 터전을 돌보는 일이자, 기후위기 시대에 책임 있게 행동하는 생태 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이죠. 학생들은 책으로만 환경 문제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 속에서 직접 몸을 움직이며 공동체와 생태의 관계를 배웁니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뜻하는 교육협력 전환에 대해서는 일정한 성과와 함께 과제도 짚었다. 그는 "마을 체험처가 이전보다 획기적으로 늘어나면서 학교와 마을의 인식 확산에는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지속가능한 마을교육을 위해서는 질적 성장과 지자체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지역별, 마을별 편차가 있어요. 이런 편차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전담 인력을 양성·배치해 학교와 마을을 촘촘히 잇는 행정 체계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반환점에 선 충남미래교육, '거대한 배움의 생태계' 향해 달려가야"

▲ 충남미래교육 2030 추진 과제의 또 다른 축인 생태 전환도 삽교중학교에서 뚜렷하게 실천되고 있다. 사진은 삽교중 교정에 마련된 텃밭
심규상
김 교장은 충남미래교육 2030의 현재 단계를 '안착과 내실화, 곧 질적 심화의 과정'으로 평가했다. 배움의 과정을 주목하는 문화가 학교 현장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고, 기기 보급과 교실 환경 개선 같은 물리적 기반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다만 공간 전환이나 교육협력 전환에서는 여전히 예산과 지역 인프라의 차이로 인한 학교 간 격차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충남미래교육의 현재 위치요? 저는 안착과 질적 심화의 반환점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기 보급과 교실 환경 개선의 물리적 토대는 높은 수준에 도달했고, 가르침에서 배움으로 시선이 이동하면서 교사의 교수법보다 아이의 배움 궤적을 관찰하는 성찰적 문화가 자리 잡고 있죠. 또 학생 주권과 자치의 일상화를 통해 삶의 효능감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의 벽과 교육 본질의 회복 사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는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김 교장이 그리는 미래교육의 종착지는 분명했다. 교육과정 전환을 통해 학생 주도성을 높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공간 전환, 디지털 전환, 생태 전환, 교육협력 전환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미래교육은 비로소 정책을 넘어 삶의 체제가 된다는 것이다.
"미래교육은 화려한 디지털 기기나 AI 시스템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기술을 활용해 아이 한 명 한 명의 고유한 빛깔을 찾아내고, 누구도 소멸하지 않도록 보듬는 것입니다. 또 수업 시간에 배운 지식이 교과서 속에 갇히지 않고, 자신이 발 딛고 선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힘이 될 때 교육은 완성됩니다. 학교라는 높은 담장이 허물어지고, 지역사회 전체가 아이를 함께 키우는 '거대한 배움의 생태계'가 되는 것이죠."
그가 교육감 후보들에게 바라는 바람 역시 이러한 미래교육 과제와 맞닿아 있다.
"교육청 소속 행정지원센터를 권역별로 대폭 강화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교사가 모든 아이와 눈을 맞추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학교별 맞춤형 예산, 즉 총액교부금을 확대하고,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학교장을 외로운 판단자로 남겨두지 않도록 교육청 차원의 강력한 법률적·심리적 보호 시스템도 마련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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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래교육인가? "미래는 삶이자 생존" https://omn.kr/2d9q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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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왜 멈췄을까' 함께 관찰하는 교사들, 충남 미래교육이 바꾼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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