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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고 요상한 옹알이 터지는 곳, 전주에 있습니다

금연구역에 무장애길, 편백숲까지...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은 나들이 장소 한옥마을과 건지산

등록 2026.05.05 13:28수정 2026.05.0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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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6개월도 채 안 된 아이를 차에 태워 돌아다니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담배 연기와 매연이었다. 100일을 맞이하기 얼마 전부터 바깥 공기를 쐬어주고자 했는데, 아파트 현관을 나서자마자 아기에게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아빠가 되기 전에는 잠시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으나, 이제는 그렇게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쾌적하고 안전한 산책을 하려니 제한이 많았다. 3~4개월 아기는 한두 시간 정도만 깨어있을 수 있는데, 각종 독성 물질을 피하려면 도심을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 대표적이었다. 이를 위해 겪은 우여곡절들은 지난 기사(인생 최초의 외출에서 똥과 사투를 벌인 사연)에 잘 드러나 있다.


그 해법으로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 동안 이동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점이 있었다. 낮잠을 유지하기 위해서 멀리 가다 보니 다시 돌아오는 길 또한 길었고, 피로가 누적된 아이는 돌아오는 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매우 힘들어했다. 우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도, 노심초사 운전대를 잡은 아빠도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쉽지 않은 산책길... 그렇게 찾은 곳

아빠와 아들 부부가 함께 휴직 중이라 평일 가족 나들이가 가능하다.
▲아빠와 아들 부부가 함께 휴직 중이라 평일 가족 나들이가 가능하다. 안사을

그래도 자연 속에서의 시간을 아이가 눈에 띄게 좋아하니, 일주일에 한 번만 나가는 것으로 절충안을 마련했으나 그 또한 쉽지 않았다. 나들이에서 겪은 좋은 경험이 돌아오는 차 속에서 깡그리 삭제되고 오히려 안 좋은 정서만 남을 것 같았다.

진안 읍내에서 전주로 돌아오던 어느 날이었다. 50분 거리를 오면서 세 번을 멈췄다. 아이가 너무 울어서다. 혹자는 조금은 울리면서 키워도 된다고 하겠지만, 숨이 넘어갈 듯 오열 하는 아이를 카시트에 묶은 채 계속 차를 달릴 수는 없었다. 아내가 나지막이 심정을 토로했다.

"이런 날이면 나온 것을 후회할 수밖에 없게 돼. 별헤에게 더 나쁜 경험을 주고 있는 것 같아."


멈췄던 차를 조심스레 다시 몰며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동할 때 낮잠을 보충해야 하는 필요조건만 채우면 되므로, 한적한 도로를 천천히 돌다가 집과 거리가 멀지 않은 곳으로 목적지를 정하면 될 것 같았다.

사실 애초에도 이 생각을 잠깐 떠올린 적이 있으나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것은, 조금이라도 더 깊은 숲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멀리 다녀오고 싶은 아빠의 욕심도 있었던 것 같다.


아내와의 대화 끝에 25분 안에 돌아올 수 있는 곳을 최종 목적지로 정하기로 했다. 아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새로울 테니 처음 우리가 의도한 대로 좋은 공기가 있는 곳이라면 다소 소박한 곳이라도 만족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가 거주하는 곳은 전주의 한가운데. 시간 안에 집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되 담배 연기와 매연이 없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한옥마을과 건지산

전주 향교 주말엔 사람이 많아 이렇게 한적한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전주 향교 주말엔 사람이 많아 이렇게 한적한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안사을

어른이 아닌 아이의 마음으로 장소를 생각하니 의외로 해답이 쉬웠다. 우리 집은 차로 15분만 가면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하는 위치에 있었다. 경기전, 향교, 골목 구석구석 등 여러 장소와 계절별로 바뀌는 풍경을 조합하면, 수십 번을 가도 아이의 눈에는 새로운 곳일 터였다.

주말이면 주차할 곳이 없어서 길게 줄을 서는 유명한 관광지인데 우리는 심지어 평일의 한적함을 만끽할 수 있는 조건까지 갖추었다. 특히 한옥마을은 전체가 금연 구역인데, 현재 문화적으로 자리잡았는지 흡연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평일엔 '차 없는 길'을 운영하진 않지만, 집 앞 생활 공간에 비하면 배기 가스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차가 다니지 않는다. 특히 향교나 고택 안으로 들어서면 사람도, 소음도, 매연도 없는 고요함과 고즈넉함이 우리를 감싼다.

건지산은 또 어떤가. 해발 99.4미터의 야트막한 곳이지만 355만 제곱미터 면적의 깊은 숲이 있어 다양한 수종의 식물과 풀꽃이 공존하고 있다. 특히 맨발 걷기 둘레길과 편백숲 속 쉼터가 잘 조성되어 있다. 역시 신호등과 주차 시간까지 포함해 차로 25분이면 충분히 되돌아올 수 있는 곳이다.

출발점을 어디로 하느냐에 따라 느낌도 확연히 다르다. 전북대학병원 근처에서 들어가면 유모차로 다니기 쉬운 데크길이 만들어져 있다. 일명 '무장애 나눔길'이다. 총연장 1.4km 길이인 만큼 삼림욕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유모차에 비스듬히 누운 채로 빽빽한 나뭇잎을 바라보며 봄바람 같은 웃음을 짓던 아이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소리문화의전당 방면에서 시작하면 5분이 채 되지 않아 편백숲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대여섯 개의 평상이 있어서 앉거나 누워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우리 아이는 특히 이곳을 좋아한다. 평상에 눕히면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조음과 발성으로 새로운 옹알이를 시작한다. 마치 한 마리의 귀여운 맹수라도 된 양 포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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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 ⓒ 안사을


숲을 만끽하는 중 아련한 눈빛으로 나무와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숲을 만끽하는 중 아련한 눈빛으로 나무와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안사을

이맘때 아기의 발달에 꼭 필요한 터미타임(엎드려서 노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엄마 아빠 중 한 명은 아이가 떨어지지 않는지 지켜보고, 나머지 한 명은 아이 옆에서 간단한 요가 자세나 명상 호흡을 해도 참 좋을 듯하다. 초여름에는 휴대용 모기장을 지참할 생각이다.

이곳 건지산은 아이가 걷고 뛸 수 있는 때가 되면 더욱 신나는 놀이터가 될 가능성 또한 가지고 있다. 숲 어딘가에는 마치 요정이 살 것 같은 아담한 도서관도 있고, 다양한 동작으로 신체를 재미있게 단련할 수 있는 '밧줄 놀이터'도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몸과 마음을 함께 즐겁게 할 수 있는 참으로 고마운 산이 아닐 수 없다.

편백나무 숲에서 역동적인 표정으로 엎드려 놀고 있는 아들
▲편백나무 숲에서 역동적인 표정으로 엎드려 놀고 있는 아들 안사을

옆에 있는 것을 사랑할 수 있다면

순천에 살 때는 순천만 갈대밭이 시시했고 남원에서 지낼 때는 지리산의 깊이를 알지 못했다. 누군가는 몇 시간씩 이동하여 만나고자 하는 풍경이요 생태인데,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언젠가는 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등한시했다. 여행은 모름지기 멀리 가는 것이라 여겼다.

이 아이는 우리에게 한계를 주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은 오히려 선물이었다. 근처 관광지에 대한 가치 매김 뿐 아니라 어디에나 있는 연보랏빛 등나무꽃을 새삼스런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척의 것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 말이다.

'가까울수록 소중하다'라는 명제를 만들고 싶다.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 "집이 가장 좋다"는 말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간의 윤회 뿐 아니라 공간의 윤회를 생각한다면 돌아가는 길 또한 여정이고 집은 가장 가까운 여행지다. 가장 소중한 목적지는 바로 우리 집 안방이고 내 가족의 눈동자 속에 있다.

집이 최고 언제나 집에 돌아오면 가장 밝은 미소를 짓는다.
▲집이 최고 언제나 집에 돌아오면 가장 밝은 미소를 짓는다. 안사을

물론 언젠가는 이 아이와 먼 여행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야영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외딴 섬에 들어가 흙과 바람, 물과 별을 원 없이 겪게 해주고 싶다. 때로는 중력을 이기는 걸음이 생각보다 즐거운 것임을 높은 능선으로 향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을 통해 알려주고 싶다.

그럴 때마다 지금의 시간을 기억하고자 한다. 쾌적한 바람에 나부끼는 여린 이파리만 보아도 더 없이 행복해 하며, "어머, 별헤야. 나무도 너무 좋아서 산들산들 춤을 춘다"라고 설렘 가득한 말을 건네던 순간을 말이다.

옆에 있는 것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 어쩌면 그것이 먼 여행을 떠나는 가족에게 꼭 필요한 능력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것을 배우고 있다고.

아빠 배 위에서 엎드려 놀고 있는 아들
▲아빠 배 위에서 엎드려 놀고 있는 아들 안사을
#육아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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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대안교육 특성화 고등학교인 '고산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의 소통 이야기 및 소소한 여행기를 주로 작성해왔습니다. 2025년,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를 통해 한 아이의 양육 뿐 아니라 한국의 교육, 인류와 생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하는 시민기자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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