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5.04 09:26수정 2026.05.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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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시장 식자재 마트에서 구한 것은 '명이나물'이다. 한 박스 1kg에 1만 원, 한 달 전 비쌀 때 2만 5천 원까지 했다고 한다. 이날 마트에서 할인행사를 벌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30년 전 울릉도 '나리분지'에 있는 명이나물 연구소를 들른 적이 있다. 나물을 울릉도 주민들의 특산작물로 육성하던 시절이다. 지금은 여러 곳에서 명이나물을 키우지만 울릉도에서 마늘 향 나는 명이나물을 처음 먹었다.

▲ 지난 주 아내가 만든 명이나물과 양파 장아찌
이혁진
앞서 아내는 명이나물을 조금 사다 장아찌를 담갔다. 거기에는 조그만 양파도 곁들였다. 맛이 기가 막혔다. 장아찌 깻잎처럼 밥 위에 얹어 먹었다. 그것만으로 밥을 먹기도 했다. 깻잎 장아찌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김치 맛이 떨어져 기억에서 사라질 즈음 장아찌를 만든 조상님들의 지혜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집에 와 바로 명이나물 장아찌 작업에 들어갔다. 아내는 내가 맛있다고 하면 한번 더 솜씨를 발휘하는 습관이 있다. 입맛이 돌 때 만들면 실패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도 옆에서 거들었다.
요즘에는 명이나물에 장아찌용 소스를 넣어 팔고 있다. 편리해졌다. 사실 간장 소스 만드는 것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간장을 조려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염도를 맞춰 달이고 붓고 하는 것이 장아찌 맛을 좌우한다.
그런데 힘든 것은 따로 있다. 명이나물을 세척하는 작업이다. 한 박스에 들어있는 6백여 개 되는 나물 하나하나 흙과 오물을 씻어내고 채소 탈수기로 물기까지 제거하는데 족히 3시간 걸렸다. 이런 일련의 단순노동을 아내는 힘들어 한다. 평생 해온 일이기 때문이다.
40여 년을 반복했으니 지겹고 귀찮기도 한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반복적인 일을 불평 없이 잘 견디는 편이다. 아내가 나를 부러워하는 측면이기도 하다. 나는 마늘 한 접을 하루 종일 혼자 깐 적도 있다.

▲ 어제 담근 명이나물 장아찌, 이삼일 숙성시키면 먹을 수 있다.
이혁진

▲ 하루 만에 숨 죽은 명이나물 장아찌 모습
이혁진
세척한 명이나물을 김치통에 차곡차곡 쌓고 여기에 간장 소스를 골고루 뿌려주면서 작업이 끝났다. 이삼일 숙성하면 맛있는 명이나물을 먹을 수 있다. 장아찌를 함께 만들면서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내가 하는 일을 곁에서 돕고 하라는 대로 순응하면 그게 가정의 행복일지 모른다.
대부분 은퇴한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아내가 하는 집안 살림에 관심을 가지고 돕다 보면 의외로 할 일이 많고 그럼으로써 아내의 노고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친구 중에는 매년 김장 김치는 자기가 담근다며 영웅담을 자랑하는 친구가 있다. 해마다 수고하는 그에게 나는 엄지척을 보내고 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아내는 조만간 양파 장아찌도 만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기 주먹만 한 장아찌용 양파도 지금 한철이란다. 앞으로 김치를 대신해 당분간 다양한 장아찌가 우리 집 식탁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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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통에 차곡차곡 가득 담은 것, 입맛 싹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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