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쇠소녀단> 한강 횡단 수영을 끝낸 진서연.
tvN
숫자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1800m. 수영장 레인이 25m이니 72번을 왕복해야 하는 거리입니다. 지금 저는 4~5번 왕복이면 벽을 붙잡고 숨을 골라야 합니다. 참가 자격인 2000m에 비하면 지금 제 실력은 10분의 1 수준도 채 되지 않는 셈입니다. 1800m는 지금의 저에게 아득한 벽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벽 앞에 당당히 서기로 했습니다.
이상하게도 겁은 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겁은 나는데 그 겁보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더 컸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루하루 정직하게 연습량을 늘려간다면, 2027년 6월의 어느 날 저는 마침내 한강 횡단을 무사히 완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도전은 단순히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이루는 사람'이라는 자격을 제 몸과 마음에 새기는 일, 그 과정 자체가 목적입니다.
1년간의 기록을 시작하며
내년이면 저는 어느덧 쉰 살, 지천명(知天命)입니다. 쉰이라는 숫자를 입안에서 굴려봅니다. 참으로 생경하고 낯섭니다. 아직도 제 안에는 서른 살의 제가 살고 있는 것 같은데, 거울을 보면 눈가의 주름과 흰머리가 나이를 조용히 증언합니다. 그래도 요즘은 모두들 100세 시대라 하니, 쉰이라고 해봐야 이제 겨우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셈입니다. 하루로 치면 오전 업무를 마치고 이제 막 맞이한 '점심시간'쯤 되는 것이지요.
돌아보면 마흔이 넘은 이후의 제 삶에는 저만의 목표가 희미했습니다. 가족의 목표, 회사의 목표. 그것들을 제 것인 양 여기며 달려왔습니다. 이제 인생의 오후를 시작하기 전, 이 소중한 점심시간에 오랜만에 다시 저 자신만을 위한 목표를 정해보려 합니다. 타인의 기대가 아닌, 제 근육과 심장이 증명해 줄 수 있는 정직한 성취를 향해서 말입니다.
옛말에 '병은 알려야 낫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하고재비'(무엇이든 하려고 드는 사람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병에 걸려버렸습니다. 쉰 살이 되는 내년에 한강을 횡단하겠다고 이렇게 기사까지 내고 나면, 포기할 도리가 없어집니다.
오늘부터 내년 대회까지의 과정을 연재 기사로 남겨보려 합니다. 아마 한 달에 한 번쯤 올라올 것 같습니다. 단순히 거리를 늘려가는 훈련 일지가 아닙니다. 쉰 살을 맞이하는 한 남자가 물속에서 건져 올리는 성찰의 기록이 될 것입니다.
잘 될 거라는 확신은 없습니다. 숨이 차서 포기하고 싶은 날도 분명히 올 것입니다. 그래도 계속 나아가 볼 생각입니다. 비겁하고 나약한 순간들까지도 결국 제 인생 후반전을 풍성하게 해줄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으니까요. 대단한 감동을 약속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있는 그대로 쓰겠다는 것만은 약속할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100m도 못 가 가쁜 숨을 몰아쉬는 초보 수영인이지만, 1년 뒤 한강 횡단을 마치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그 순간을 향해 오늘 첫 스트로크를 시작합니다. 쉰 살의 첫 페이지는, 가장 정직한 땀방울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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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사투리는 여전하고, 마음 한켠엔 늘 바다가 있습니다.
서울 하늘 아래 걷고 있지만, 그리움은 늘 남쪽을 향합니다.
조용한 산책길과 사소한 감탄 속에서
느리게, 그러나 단단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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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레인 25m를 72번 왕복...내년엔 가능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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