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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의 길을 따라, 도요새의 삶 속으로 들어가다

대전환경운동연합 탐조모임 '새나래' 5월 유부도 도요 탐조

등록 2026.05.03 15:55수정 2026.05.0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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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경운동연합 탐조모임 '새나래'는 지난 1일 유부도에서 탐조 활동을 진행했다. 이날 탐조에는 총 11명이 참여했으며, 오동필 단장(이하 오 단장)의 안내로 봄과 가을 유부도를 통과하는 대표적인 나그네새인 도요새들을 만났다. 참가자들은 새벽 3시 30분 대전 월드컵경기장을 출발해 5시 배를 타고 이동했고, 유부도에 도착한 시간은 이른 아침 5시 30분이었다. 조금만 늦어도 바닥이 드러나 배가 뜰 수 없을 정도로 물이 빠지는 시기였기에, 이른 출발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탐조중 유부도에서
탐조중 유부도에서 이경호

유부도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다. 참가자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섬의 산새들을 먼저 탐조했다. 봄철 섬에서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종을 모두 만나지는 못했지만, 어둠이 걷히는 시간 속에서 조용히 깨어나는 새들의 기척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유부도 전경
유부도 전경 이경호

짧은 산새 탐조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장화를 착용하고 본격적인 갯벌 탐조에 나섰다. 오동필 단장은 유부도 어민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갯길을 따라 드넓게 드러난 갯벌 안으로 참가자들을 안내했다. 대부분 갯벌 '밖'에서 탐조를 해왔던 참가자들에게, 갯벌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경험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30여 년 동안 탐조를 해온 필자에게도 처음 접하는 방식이었다.

갯벌 안으로 들어서자 새들의 행동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먹이활동 방식에 따라 개체 간 간격이 달랐고, 사냥하는 자세와 실루엣의 차이 또한 뚜렷하게 구분되었다. 마치 교과서 속 설명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장면이었다. 어민들 사이를 가르며 날아오르는 도요새 무리는 그 자체로 장관이었고, 참가자들은 감탄을 멈출 수 못했다.

 조개를 채취하는 어부와 날아다니는 도요새가 보인다.
조개를 채취하는 어부와 날아다니는 도요새가 보인다. 이경호

시간이 흐르자 도요새들은 점차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 움직이는 어민처럼 인식했는지 점점 더 가까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기운이 선명한 큰뒷부리도요를 비롯해 종종걸음으로 움직이는 뒷부리도요, 화려한 색채의 꼬까도요, 흑백 대비가 인상적인 개꿩, 맑은 소리를 내는 청다리도요, 무리를 지어 먹이활동을 하는 붉은어깨도요, 가장 큰 체구를 자랑하는 알락꼬리마도요, 그리고 그와 유사한 중부리도요까지 다양한 종이 확인됐다.

탐조의 마지막에는 검은가슴물떼새 한 개체가 모습을 드러내며 긴 여운을 남겼다. 참가자들이 가장 기대하며 찾았던 넓적부리도요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좀도요 무리가 확인되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날 탐조는 도보로 약 2시간 30분 동안 갯길을 따라 이어졌다.

 멸종위기야생생물2급 믄뒷부리도요
멸종위기야생생물2급 믄뒷부리도요 이경호

 민물도요의 모습
민물도요의 모습 이경호

 꼬까도요의 모습
꼬까도요의 모습 이경호

이 탐조의 또 다른 묘미는 갯벌 체험이었다. 모래 갯벌에서 백합과 동죽을 직접 잡는 활동이 이어졌고, 오 단장의 구령에 맞춰 발을 구르며 조개를 찾는 과정은 색다른 즐거움을 안겼다. 금세 한 줌 가득 모인 백합은 갯벌이 주는 풍요를 실감하게 했다.


 조개를 줍기위해 발을 구르는 참가자들
조개를 줍기위해 발을 구르는 참가자들 이경호

 금새 잡은 동죽과 백합
금새 잡은 동죽과 백합 이경호

이번 탐조는 관찰 자체에는 더없이 만족스러웠지만, 사진 촬영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방식이었다. 기다림을 통해 장면을 포착하는 촬영 방식과 달리, 이동하며 관찰하는 탐조는 사진 결과물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것' 자체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갯벌 탐조를 마친 후에는 약 두 시간 동안 각자 산새 탐조가 진행됐다. 먼바다 섬처럼 종 다양성이 폭발적이지는 않았지만, 흰배멧새, 노랑눈썹멧새, 꼬까참새, 쇠붉은뺨멧새, 촉새, 노랑눈썹솔새, 흰눈썹황금새, 노랑딱새, 큰유리새, 쇠유리새 등 다양한 종이 확인됐다.


 노랑눈썹솔새
노랑눈썹솔새 이경호

 흰눈썹황금새 암컷의 모습
흰눈썹황금새 암컷의 모습 이경호

탐조 도중 밭에서 번식 중인 검은머리물떼새도 관찰됐다. 참가자들은 알이 무사히 부화하길 바라는 마음을 나눴다. 그러나 곧 시작될 농사로 인해 번식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있어, 인간 활동과 야생생물의 공존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둥지에서 알을 품는 검은머리물떼새
둥지에서 알을 품는 검은머리물떼새 이경호

마무리는 만조 시간에 맞춘 탐조였다. 갯벌이 완전히 잠기지 않고 일부가 남는 공간에서 새들을 기다리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만조 수위가 낮아 기대했던 만큼 가까이에서 관찰하기는 어려웠고, 사진 촬영에도 적합하지 않은 조건이었다. 여기에 해무까지 겹치며 망원경으로 새를 식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아쉬움 속에서 만조 탐조는 마무리됐다.

 유부도의 도요새떼
유부도의 도요새떼 이경호

멀리 노루섬, 검은여 눈에 들어왔다. 보이지 않은 밝은여까지 유부도 주변의 3개의 섬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저어새가 번식 중이었다. 약 100여 쌍에 달하는 개체가 이 일대에서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멸종 위기에 몰렸던 저어새는 지속적인 복원 노력의 결과로 개체 수를 회복하고 있다. 보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저어새가 번식하는 검은여의 모습
저어새가 번식하는 검은여의 모습 이경호

섬을 빠져나오는 길에는 참가자 중 한 명이 표범장지뱀과 그 서식 굴을 발견했다.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된 표범장지뱀의 서식 역시 유부도의 생태적 가치를 입증해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작은 생명 하나까지 품고 있는 유부도의 생태적 깊이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유부도에 서식하는 표범장지뱀
유부도에 서식하는 표범장지뱀 김호열

이날 탐조는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총 9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됐다. 긴 여정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유부도를 떠났다. 그러나 일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말처럼, 오동필 단장의 즉흥 제안으로 인근 수라갯벌로 이동해 추가 탐조가 이어졌다.

수라갯벌에서는 아직 북상하지 않은 혹부리오리 무리가 머물고 있었고, 저어새의 비행과 번식을 준비하는 검은머리갈매기의 모습이 관찰됐다. 두 종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마치 자연이 연출한 갈라쇼 처럼 이어졌고, 이날 탐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번 유부도 탐조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 왜 사람들이 새를 보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하나의 답을 던지는 시간이었다. 수만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새들의 여정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고, 그 존재만으로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곧 이들이 의지하는 갯벌의 가치와 입증하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그동안 갯벌을 더 나은 방향으로 지켜왔다기보다, 훼손과 개발의 대상으로 삼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탐조는 그 모순을 다시 마주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이들의 빛남이 계속될 수 있기를 바라며, 갯벌을 지키는 길에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새겼다. 환경운동가로서의 책임과 방향을 다시 확인하는 하루였다.
#유부도탐조 #멸종위기종 #대전환경운동연합 #새나래 #탐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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