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린 틸먼의 『어머니를 돌보다』 (2023) 돌베게 출판사
돌베게 출판사
린 틸먼의 <어머니를 돌보다>(2023년 10월 출간)는 편안한 독서를 허락하지 않는 책이다. 병든 어머니를 11년간 돌본 경험을 기록했지만, 흔한 효도의 서사나 감동을 기대한다면 쉽게 읽히지 않는다. 대신 돌봄이라는 행위에 내재된 피로, 분노, 죄책감, 안도감 같은 감정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 불편함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이다.
"나는 어머니를 몰랐다. 그 모든 일을 겪었음에도."
이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압축한다. 가장 가까운 가족조차 끝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돌봄이 관계를 깊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낯설게 만들 수 있다는 역설을 드러낸다.
이 책이 주목하는 지점은 '노년'과 '돌봄'을 둘러싼 현실이다. 노년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질병과 의료 의존, 그리고 가족 역할의 재편을 동반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돌봄은 감정적 헌신을 넘어선 노동으로 변한다. 저자는 어머니를 사랑하면서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동시에 경험한다. 이 양가감정은 돌봄을 '도리'로만 설명해 온 기존 인식을 흔든다.
또한 <어머니를 돌보다>는 가족 돌봄의 한계를 드러낸다. '병든 노인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개인의 선택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간병은 현실적으로 가족에게 집중되지만, 그 부담은 장기화될수록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른다.
특히 의료 현장에서 드러나는 혼란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동일한 증상을 두고 의사들의 진단이 엇갈리고, 치료 방향에 대한 판단은 가족에게 전가된다. 환자는 스스로 선택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이고, 돌봄 제공자는 정보 부족과 책임 사이에서 끊임없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장면들은 노인 돌봄이 의료 체계와 긴밀히 연결된 문제임을 드러낸다.
본문의 "삶은 완전하고 완벽한 통제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이러한 상황을 함축한다. 노년과 질병은 예측과 통제의 영역 밖에서 발생한다. 이 점에서 돌봄은 개인의 의지나 도덕성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나아가 이 책은 돌봄을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적 준비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든다. 가족 구성원의 건강 상태와 삶의 이력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장기적인 돌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일상 속에서 함께하는 작은 실천들이 돌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제시된다.
결국 <어머니를 돌보다>는 돌봄을 개인의 헌신에 맡겨둘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가족, 의료 체계, 사회적 제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 속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틸 린먼 작가는 위로보다 현실을 선택한다. 돌봄을 미화하지 않으며, 사랑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의 무게를 보여준다. 그리고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돌봄은 개인의 책임인가, 아니면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할 영역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