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 집속탄두 위력을 평가하는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월 20일 "미사일총국은 19일 개량된 지상 대 지상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라'형 전투부(탄두) 위력 평가를 위한 시험발사를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2026.4.20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NPT 체제는 완벽하지 않다. 핵보유국과 비핵보유국 사이의 불평등을 안고 출발했다. 핵보유국의 군축 약속은 충분히 이행되지 않았다. 2026년 평가회의 개막에서도 미국과 이란은 이란 핵 프로그램과 회의 부의장 선출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NPT가 침식되고 있으며, 약속은 이행되지 않고 신뢰와 신용이 약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NPT는 여전히 붙잡아야 할 제도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체제가 무너지면 북한 핵 문제를 다룰 최소한의 공통 언어도 약해진다. 지금 국제사회가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핵을 가진 현실을 인정하자"가 아니다. 핵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NPT와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 체제로 돌아오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이번 NPT 제출 문서도 바로 이 점을 명시했다.
만약 국제사회가 북한 핵 보유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의 핵무장론은 더 커질 것이다. 일본과 대만의 안보 논의도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은 이를 빌미로 군비 확장을 정당화할 수 있고, 러시아는 동북아 전략을 더 거칠게 운용할 수 있다. 한반도의 위기는 동북아 핵 연쇄의 출발점이 된다.
그래서 북핵 해법은 NPT의 유지와 직결된다. 이것은 이상주의가 아니다. 매우 현실적인 미래리스크 관리다. 핵확산을 막는 규범이 무너지면, 위험은 더 빨리 확산되고 비용은 더 커진다. 안전혁명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필요하다. 사고가 난 뒤 수습하는 방식이 아니라, 위험이 커지기 전에 제도와 협력의 통로를 만들어 두는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의 선택은 굴로벌 평화를 위한 전제조건 외교가 아니라 선제적인 병행 외교다
한국이 일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북핵 문제를 하나의 조건으로만 가두지 말아야 한다. 북한 인권,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사이버 위협, 미사일, 핵물질 생산, 군사적 충돌 방지, 제재 이행, 평화체제 논의는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고 하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병행 외교다. 억제는 억제대로 강화해야 한다. 한미 확장억제와 한미일 안보 협력은 북한의 오판을 막는 현실적 장치다. 동시에 대화의 문도 닫아서는 안 된다. 군사통신선, 우발 충돌 방지, 핵·미사일 동결 논의, 검증 가능한 감축 단계, 인도적 교류, 국제원자력기구 복귀 문제를 각각의 채널에서 다뤄야 한다. 제재와 대화는 서로를 지우는 선택지가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두 개의 수단이다.
안전사회는 "강한 말"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위험을 줄이는 제도, 검증 가능한 약속, 반복되는 대화, 실패했을 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제도전환이다. 북핵을 둘러싼 안전혁명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외교의 폭을 넓히고 위험을 쪼개어 관리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버리지 않았지만, 그 문제를 전제조건으로 굳히는 과정에서 북핵 리스크 관리의 공간을 잃었다. 한국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 핵을 용인하지 않되, 핵 위험을 줄이는 모든 통로를 열어두어야 한다. 자체 핵무장론의 유혹에 끌려가기보다, NPT 체제 안에서 한국의 신뢰와 발언권을 키워야 한다.
규범이 무너지면 안전사회도 없다. NPT가 무너지면 북핵 문제는 더 이상 예외적 위반이 아니라, 새로운 핵질서의 한 사례로 취급될 수 있다. 그 순간 한국의 안보는 더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불안해진다.
북핵 문제 해결은 국제 핵확산 방지 체제의 유지와 직결된다. 일본의 실패학이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것이다. 정당한 의제도 외교 전체를 가두는 전제조건이 되면 더 큰 위험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은 문을 걸어 잠그는 외교가 아니라, 위험을 낮추는 외교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미래리스크 관리를 위한 안전혁명이고, 한반도가 안전사회로 가는 최소한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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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로 있으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글로벌 위기관리 및 재난·안전학, 일본의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국제기구론, 국경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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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실패'가 남긴 교훈... 북핵 위험 줄일 모든 통로 열어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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