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임찬묵 지음, 문학수첩 출판) 아홉 가지 질문으로 풀어내는 K-뮤지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문학수첩
예전에는 뮤지컬이라 하면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서구권 공연이 주였다. 내가 그동안 보았던 뮤지컬도 대부분 서구권 공연들이었다. 2025년 토니상을 휩쓴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은 K-뮤지컬이다. 즉 K-뮤지컬이 세계에서 가장 핫한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토니상(Tony Awards)은 미국에서 연극의 탁월한 업적에 대해 수여하는 상으로서 연극과 뮤지컬 분야에서는 최고의 상으로 꼽힌다. K-뮤지컬이 토니상 6관왕에 올랐다는 것은 대단한 희소식이다. 이러한 때에 이 책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하다. 뮤지컬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싶었다.
나는 뮤지컬은 단순히 무대에서 배우가 연기하고 이야기를 노래와 춤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배우가 노래를 두세 곡 부르는 연극이나 판소리, 마당놀이, 악극 등도 뮤지컬과 비슷하나 뮤지컬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뮤지컬이 종합 예술이기 때문이란다.
먼저 뮤지컬은 다양한 예술 장르가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이다. 연극, 문학, 음악, 미술, 무용 등 적용되지 않는 예술 분야를 찾는 것이 더 어렵다. 두 번째, 뮤지컬은 대중예술이다. 순수 예술로 분류되는 오페라와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16쪽
나는 오페라와 뮤지컬이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그 차이점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오페라의 유령>을 오페라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점은 오페라는 순수예술이고, 뮤지컬은 대중예술이라고 한다.
또한 오페라는 음악이 가진 순수한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것을 최대 목적으로 생각하지만, 뮤지컬은 대중을 끌어모을 수 있는 오락성을 놓을 수 없기에 다음과 같은 차이점도 있다. 오페라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뮤지컬은 마이크를 사용한다. 오페라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가수'이지만, 뮤지컬 출연자들은 '배우'다. 이제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점을 조금 알 것 같다.
뮤지컬의 본고장 하면 누구든지 바로 '브로드웨이'라고 답할 것이다. 저자는 '왜 뮤지컬은 예술적 자원이 충분했던 유럽에서 발달하지 않고, 역사가 짧은 신대륙 미국 그것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완성되었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팍팍한 삶을 살던 미국 이민자들에겐 마음의 위안이 필요했고,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이민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버라이어티 쇼가 생겨났을 거라고 예측했다.
브로드웨이 제작자들은 이 다양한 공연의 장점들을 뽑아내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단순한 공연들의 한계를 넘어서서 다양한 장르가 고도로 집약된 새로운 콘텐츠였다. 이것이 바로 뮤지컬이다. 줄거리를 따라 화려한 볼거리와 음악이 연결되는 뮤지컬은 큰 인기를 얻었다. -59쪽
뮤지컬의 발전은 세상의 모든 것이 모여들어 갈등을 일으키고 그것을 극복하며 성장한 뉴욕의 역사와 함께했다. 한때 뮤지컬이 홀대받고 어려움을 겪은 시기도 있었지만, 브로드웨이는 미국의 역사를 통틀어서 쇼 비즈니스의 중심자 자리를 내준 적이 없고, 지금까지도 세계 공연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한다.
K-뮤지컬에 대한 이해
한국에서 뮤지컬이 만들어질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있었다. 한국 대중들은 뮤지컬 영화에 열광하고 있었다. 미 8군 무대로 숙련된 쇼 전문가들이 공연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흐름을 관심 깊게 지켜보는 연극계의 창작자들이 있었다. -123쪽
대표적인 인물로 극작가이자 연출가였던 유치진과 극단 '제3극장'의 전세권이 있었다. 이들은 당시 한국 연극계가 바라던 희망찬 미래를 뮤지컬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으나 한국 공연계에서 뮤지컬을 만들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 뮤지컬은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이후에 <살짜기 옵서예>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영 국단 '예그린 악단'이 만든 창작 뮤지컬로 주인공 '애랑'역에 당시 최고 가수였던 패티 김이, 인기 많은 코미디언 '후라이 보이' 곽규석이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 <살짜기 옵서예>는 많은 문헌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뮤지컬이 되었다고 한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초연은 한국 시장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150억 원이라는 제작비, 7개월 244회라는 장기 공연 등 전례 없는 규모였다. 유료 관객 24만 명, 매출 192억 원, 추정 수익 2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흥행까지 모든 것이 충격이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규모의 대성공이었다. -162쪽
<오페라의 유령>이 무대에 올려지기까지 상상할 수 없는 많은 난관을 이겨내야 했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 성공 이후 <레미제라블>, <캣츠>, <맘마미아> 등 많은 메가 작품들이 수입되어 무대에 올려졌고, 한국 뮤지컬의 소비 경향도 바뀌게 되었다. 즉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만들어낸 일등 공신 작품이다.
또한 남편과 관람했던 조승우 주연 <지킬 앤 하이드>는 브로드웨이 원작을 한국 관객의 정서를 완전히 휘어잡는데 성공한 첫 사례가 되었단다. 이 작품으로 조승우 배우는 뮤지컬계의 최고 스타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뮤지컬 티켓 가격은 왜 비싼가
뮤지컬은 티켓 가격이 비싸다. 좌석 등급별로 다르긴 하지만, 남편과 나도 큰맘 먹어야 볼 수 있다. 일 년에 몇 번 안 보기에 비싸도 조금 앞자리, 가운데로 예매한다. 그래도 VIP석은 너무 비싸서 주로 R석을 선호한다. 책을 읽으며 뮤지컬 티켓 가격이 왜 비싼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뮤지컬 티켓 가격은 제작비 규모에 맞춰 산정된단다. 뮤지컬 작품이 팔 수 있는 티켓의 총량이 정해 있기에 뮤지컬에 따라 같은 공연장이라도 좌석 등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단다. 즉 작품마다 같은 좌석이 VIP가 되기도 하고 R이 되기도 하는 속사정이 생긴다. 이 외에도 뮤지컬 티켓 가격은 복잡한 계산에 의해 정해진다.
뮤지컬 티켓 가격이 비싼데도 요즘 '회전문 관객'들이 많아지고 있단다. 회전문을 돌듯 돌고 또 도는 반복적인 관람 형태를 빗대어 일컫는 말이다. 같은 작품을 10~20번 이상 관람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 흔한 실정이라니 부럽기만 하다. 이런 회전문 관객이 많아지면 뮤지컬 시장도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는 영화 열 편 볼 비용을 한 번에 다 써야 하는 것이 뮤지컬이다. 스스럼없이 쓸 정도는 아니고 아주 특별한 날을 기념해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편과 나는 생일이라든가 기념일에 주로 뮤지컬을 관람한다. 바람이 있다면 제작자와 소비자 모두 합리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공감대가 찾아지길 바란다.
책을 덮으며 뮤지컬에 대한 애정 없이는 뮤지컬의 역사와 K-뮤지컬의 역사를 비교, 분석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료와 문헌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평에 모든 것을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나도 책을 읽으며 뮤지컬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알게 되었고, 공연 에피소드도 알게 되어 뮤지컬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와 뮤지컬을 보고 싶은 열정이 꿈틀거렸다.
이 책은 뮤지컬에 대한 오해를 저자는 '아홉 가지 비밀'이라는 특징을 제시한 후에 하나씩 친절하게 풀어 주었다. 책을 읽으며 한국 뮤지컬에서만 보이는 특이한 현상들을 재미있게 바라보게 되었다. 뮤지컬이나 공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K-팝, K-드라마, K-푸드가 세계를 사로잡았듯이, K-뮤지컬 또한 독창적인 매력으로 국제 무대의 중심에 서기를 기대해 본다.
뮤지컬의 9가지 비밀 - The story of K-musical
임찬묵 (지은이),
문학수첩, 2026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교사 출신 할머니로 8년 째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2025년 6월에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를 출간하였습니다.
공유하기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 이 책 보고 알게 됐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