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등급 매기는 우리들의 상여금 '유감'

[주장] 교육공무직 상여금 차등 지급 현실에 씁쓸... 원죄는 이런 구조를 만든 교육청과 정부에 있다

등록 2026.05.04 20:06수정 2026.05.04 20:06
0
원고료로 응원
"와~ 상여금만 6억이라고?", 평범한 서민이라면 상당수가 박탈감 섞인 생활 감정부터 올라올 것이다. 하물며 해당 반도체 회사들의 하청이나 비정규직이라면 더할 것이고, 손쉬운 대상을 찾아 분노의 키보드를 두드릴지도 모르겠다. 이해할만한 사회적 반응이다 싶지만, 그 분노가 대개는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노조를 겨냥할 경우가 많아 또 다른 씁쓸함을 남긴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능력주의의 말들이 그렇듯, 반도체 회사의 노조나 조합원들의 메시지에서 사회 공동체성이 눈에 띄지 않아서 아쉽기는 하다. 기업에 사회적 책임이 있듯이 노조에도 사회적 책임이 있는데, 그 규모와 사회적 연결성이 클수록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별로 없다. 다만 나로서도 일종의 박탈감이 드는 건 사실인데, 우리의 상여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남지역 학교 특수운영직군의 일하는 모습. 교육청들은 환경미화 직원들을 특수운영직군이라고 하여 다른 비정규직과 또 다른 별도의 임금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전남지역 학교 특수운영직군의 일하는 모습. 교육청들은 환경미화 직원들을 특수운영직군이라고 하여 다른 비정규직과 또 다른 별도의 임금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2025년 학교 특수운영직군 월급 명세서 정규직은 평균 250만원 이상의 연 상여금을 받지만, 비정규직인 교육공무직의 상여금은 연 100만원이고, 그마저도 같은비정규직인 특수운영직군 연 50만원의 상여금을 방학에 25만원씩 나눠서 받는다.
▲2025년 학교 특수운영직군 월급 명세서 정규직은 평균 250만원 이상의 연 상여금을 받지만, 비정규직인 교육공무직의 상여금은 연 100만원이고, 그마저도 같은비정규직인 특수운영직군 연 50만원의 상여금을 방학에 25만원씩 나눠서 받는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시도교육청 소속 교육공무직의 상여금이라곤 정기상여금 연 100만 원이 전부다. 게다가 상여금 외 모든 임금까지 다 합치고, 1원도 안 쓰고 10년을 모아봐야 6억이 되지도 않으니, 차원이 너무 달라서 이게 반도체 회사들의 잔치와 비교할 일인가 싶은 체념적 분리 감정까지 든다. 아무튼 알뜰한(?) 우리들의 상여금은 학교 정규직 노동자 상여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데, 이건 정규직의 이기주의 때문이 아니다.

이건 짚어야겠다. 첫째, 전례 없이 막대한 기업 초과이익에 대해 노동조합이 분배를 요구하는 건 마땅한 권리이며, 노동조합의 당연한 존재 이유다. 이 상식조차 한국은 취약하다. 둘째, 억대 성과급 논란은 초과이익 창출의 연관 범위, 그리고 그 분배의 정도를 따지는 구조의 문제이지, 노조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분배 논란의 원죄는 기업과 정부에 있다. 즉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분할 구조를 만든 정부와 기업의 책임에서 분배의 격차와 배제가 발생하는 것이지 노조가 만든 게 아닌데, 한국 자본주의는 늘상 이런 식이다.

학교 상여금의 격차 또한 원죄는 교육청과 정부에 있다. 우선 비정규직의 상여금은 정규직과 달리 '왜 어떻게 지급하는지', 명확한 지급 기준 자체를 찾기 어렵다. 그 결과 비정규직인 교육공무직의 상여금은 오를 일도 별로 없고 정규직 상여금 평균액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합당한 이유가 있냐!"고 노조가 교섭 때마다 교육 당국에 따져 묻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대부분 '침묵과 외면'뿐이다.

문제는 더 있다. 같은 비정규직 중에서도 다른 비정규직에 비해 또 절반의 상여금, 즉 정규직 대비 1/4만 받는 직종이 있다. 청소와 경비를 담당하는 이른바 특수운영직군이다. 그 특수운영의 의미는 이렇다. 고령자 취업 친화 직종이라 정년이 5년 길다. 대신 임금을 낮게 지급한다는 것인데, 연장된 정년 기간도 아닌 같은 50대 시기에도 기본급까지 차별했었고, 지금도 상여금은 다른 비정규직과 차별해 50%만 지급한다. 결국, 청소와 경비 일을 하는 나이 많은 사람들은 학교 운영의 기여도는 매우 낮고, 같은 직원으로서 똑같이 격려할 가치도 없다는 의미나 다름없는데 교육 당국이 만든 차별적 구조가 아닐 수 없다.

정규직처럼 상여금에 개인 등급을 매기는 건 원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노조는 정규직과 같은 금액을 요구해본 적도 없다. 어느 정도 격차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청소 일을 하찮게 여기고, 나이가 많다고 상여금을 절반의 절반만 지급하는 건 교육 당국의 차별 정책과 구조의 문제이지 노동자들 때문이 아니다.


식당이 잘 돼서 보너스를 주는데, 요리사는 100만 원, 설거지하는 사람은 20만 원으로 차등 지급한다면 공정한 구조일까? 축구 승리 상여금을 공격수는 100% 수비수는 50%만 지급한다면 능력에 따라 당연한 건가? 대놓고 차별해 비용 줄이려고,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하청도 두는 건 아닐까? 이러려고 고령자 친화 직종이라고 취업을 권장한 것일까? 고령자 친화 직종이라면서, 왜 보호가 아닌 차별로 작동하는 것일까? 이게 노동자 간 문제고 노동조합의 잘못일까? 대통령은 왜 지나친 격차가 생기는 구조를 말하지 않는 것일까? 언감생심 억대 상여금도 억대 연봉도 꿈꾸지 않는다. 상식에 답해주길 바란다.

경남지역 청소(특수운영직군) 직원의 휴게실 모습 냉난방조차 취약한 낡은 컨테이너 휴게실
▲경남지역 청소(특수운영직군) 직원의 휴게실 모습 냉난방조차 취약한 낡은 컨테이너 휴게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청소 전 학교 화장실 모습. 2025년 학교 화장실은 매우 많은 일들이 일어나며 거칠게 사용되므로 청소 강도가 높다.
▲청소 전 학교 화장실 모습. 2025년 학교 화장실은 매우 많은 일들이 일어나며 거칠게 사용되므로 청소 강도가 높다. 전국교유공무직본부



#상여금 #교육청 #교육공무직 #특수운영직군 #비정규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노동조합 안의 낮은 목소리, 조력자. 자유로운 공동체를 생각하는 사람. 금지가 없는 사유의 항해. 소속되지 않으려는 집단주의자. 부의 근본은 노동이며, 인류의 시작도 노동하는 손에서 시작됐다는 믿음. 그러나 신념을 회의하는 사람.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8년 다닌 회사에서 잘렸다, 구직급여 신청하고 깨달은 것 8년 다닌 회사에서 잘렸다, 구직급여 신청하고 깨달은 것
  2. 2 김어준이 맞았나, 민티07 뜨자 유튜브 적극 시청자 늘어 김어준이 맞았나, 민티07 뜨자 유튜브 적극 시청자 늘어
  3. 3 악취 풍기던 성남 탄천, 이젠 이런 동물까지 산다고? 악취 풍기던 성남 탄천, 이젠 이런 동물까지 산다고?
  4. 4 언더조직 빠져나온 내가, 용혜인을 '양심 없다' 말하는 까닭 언더조직 빠져나온 내가, 용혜인을 '양심 없다' 말하는 까닭
  5. 5 김승원 지키려다 정권 무너져... 아닌 건 아니다 김승원 지키려다 정권 무너져... 아닌 건 아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