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해저를 덮던 녹색의 해조 숲이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생명이 거의 없는 모래와 암반만 남아 있다.
진재중
해조류는 미래 해양산업의 핵심… 국제협력과 복원 필요성 강조
이어진 발제 순서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문제 인식과 해법이 공유됐다. '다시마가 사라진 동해안과 포럼의 역할'을 시작으로, 해조류 복원을 위한 생태적 과제, 다시마 종의 다양성과 산업적 활용, 그리고 한국 해조산업의 글로벌 확산 전략까지 폭넓은 주제가 다뤄졌다. 이는 현재의 위기를 진단하는 동시에 미래 산업으로서 해조류의 가능성을 조망하는 자리였다.
바다를 오랫동안 조사해온 한규삼
박사는 "바다 생태계에서 다시마숲의 형성은 먹이사슬과 물질순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한 박사는 "다시마가 성장해 숲을 이루게 되면 그 군락을 중심으로 다양한 해양생물이 모여들고, 종 다양성도 크게 높아진다"며 "특히 해조류를 먹는 작은 생물들이 늘어나면서 주변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더욱 복잡하게 연결되고 건강한 먹이망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원광대학교
생물학과 최한길 교수는 "한반도는 북서태평양을 대표하는 다시마 생물다양성 핵심 지역으로 높은 생태·산업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서 "기후변화와 갯녹음, 해수온 상승 등으로 해조류 자원 감소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는 다시마 자원 보전과 지속가능한 양식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고수온 내성 품종 개발과 바다숲 복원, 외해 해조류 양식, 국제 공동연구를 확대해 해조류 기반 블루카본과 탄소중립 산업을 미래 해양생명산업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조류학회 김장균 회장은 "세계가 이미 한국의 해조류 산업과 해조류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관련 논의와 연구 성과를 글로벌 수준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그 주변에서 살아가던 다양한 해양생물들도 서식지를 잃고 동해안을 떠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해조류 복원은 곧 동해안 생태계 회복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 발제자, 최한길 원광대 교수
진재중

▲ 발제자,김장균 한국조류학회회장
진재중
해조류와 K-콘텐츠의 만남… 미래형 문화 브랜드 가능성
특히 해조류는 생태 협력의 현실적인 출발점으로 주목받았다. 해조류 복원은 연안 생태계 회복뿐 아니라 식량 자원, 탄소흡수, 지역 산업 활성화까지 연결될 수 있어 환경과 경제를 함께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자원으로 평가됐다.
송영택 현대해양 발행인은 "동해안 해조류 산업의 가치를 단순한 수산업의 범주를 넘어선 '미래 해양 전략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동해안의 해조류 산업은 어촌 공동체의 삶을 지탱하던 공동체 경제의 기반이었다"며 "오늘날에는 K-푸드와 바이오, 탄소중립 산업과 연결되며 K-해조류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정미숙 교수는 "동해안의 다시마 등 해조류 자원은 단순 식품 산업을 넘어 애니메이션·게임·웹툰 등 디지털 문화 콘텐츠와 결합할 수 있는 미래형 브랜드 자산"이라며 "K-콘텐츠와 친환경·블루푸드 산업을 연계해 지역의 문화적·경제적 가치를 함께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정 시인은 "예전에는 우리 식탁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다시마와 톳, 지누아리 같은 해조류가 어느새 사라진 지 오래됐다"며 "해조류 복원은 단순히 바다 생태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도 연결된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포럼이 해조류를 다시 살려내고 건강한 바다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어 국민 건강 증진은 물론 바다 생태계 복원에도 기여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 한반도해조류 포럼 토론자들
진재중
"바다는 국경이 없다"… 해조류 복원, 남북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
이어 토론자들은 해조류 문제를 특정 지역의 현안이 아닌, 한반도 전체가 함께 대응해야 할 공동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바다는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해류와 수온 변화, 생태계 훼손 역시 남과 북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군사적 갈등이 지속될수록 오히려 생태 분야에서의 협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환경 문제는 피해가 현실로 드러나고 주민 삶과 직접 맞닿아 있는 만큼, 비교적 협력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운 분야라는 설명이다.
서해안 백령도에서 온 장태헌 서해5도평화운동본부대표는 "동해안과 서해안을 가리지 않고 해안 전반에 대한 공동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인 전찬길
위원은 산림청이 과거 강원도 접경지역인 남북 고성군 일대에서 공동 묘판장(육묘장)을 운영하며 환경 복원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았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이러한 협력 모델을 바다로 확대해, 기후변화와 갯녹음으로 해양 생태계 훼손이 심각한 북한 연안에 우리나라가 2010년부터 축적해 온 세계적 수준의 바다숲 조성 기술을 공유하고, 남북이 함께 해양 생태계를 복원하는 민간 중심의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해양생태보전복원협회 신성균 박사는 북한의 다시마 자원과 남한의 양식기술·바다숲 조성 인프라를 연계한 남북 공동 해양생태 복원과 해조류 평화수역 추진을 제안했으며, 아울러 한국수산진흥공사 설립과 수산뉴딜200을 통해 2~3조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분산된 수산 정책을 통합하고 해양·수산환경의 혁신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반도해조류포럼 현장
진재중
윤중경은 국민안전산업협회 명예회장은 "해조류를 국가 전략자산으로 지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책과 제도, 중장기 계획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해양생태와 산업, 관광, 금융, 교육이 융합된 새로운 미래 해양경제 모델을 육성하고, 남북 및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와 거버넌스를 강화해 지속가능한 국가 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은 공동연구와 생태 복원 노력이 꾸준히 축적된다면 결국 남북이 함께 해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대학교 박현제 교수는 "바다숲은 우리 해양의 미래이자 기후위기 시대를 대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안"이라며 "오늘 창립된 한반도해조류포럼이 그동안 흩어져 있던 해조류 복원 노력을 하나로 연결하고, 화학적 지표를 기반으로 한 정밀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동해안 다시마 숲을 다시 풍성하게 되살리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럼에서는 해조류 문제가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이 공유됐다. 참석자들은 서로를 분리해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바다를 함께 지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과거 풍성한 미역 군락이 형성돼 다양한 해양생물이 함께 서식하던 동해안 연안 모습. 최근에는 해수온 상승과 갯녹음, 연안 환경 변화 등으로 군락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진재중
한반도해조류포럼 출범… "연결된 바다, 함께 복원할 미래"
이날 포럼에서는 한반도해조류포럼 창립도 함께 진행됐다. 정관 승인과 임원 선출을 통해 공식 조직이 출범했지만, 참석자들은 형식적인 조직 구성보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협력을 이어갈 것인지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그동안 연구와 산업, 지역 현장이 서로 분리된 채 움직여 왔다면 이제는 해양 생태와 해조류 문제를 중심으로 협력과 연결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이러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남북 해양 협력의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행사 말미 김수아 한국조류학회 부회장은 "바다는 이미 하나"라며 "연결된 바다의 현실을 함께 바라보고 공동의 생태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형근 한반도해조류포럼 대표는 "이번 포럼은 단순한 학술 교류를 넘어 한반도의 바다를 함께 이해하고 복원하며 미래를 공동으로 설계하기 위한 협력의 출발점"이라며 "앞으로 해조류를 매개로 지속가능한 해양환경과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한반도해조류포럼 발제
진재중
바다를 살리는 작은 시작… 해조류 복원에서 찾은 협력의 가능성
이날 포럼은 거창한 선언보다 현실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바다는 이미 연결돼 있고 해양 생태계의 변화 역시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참석자들은 해조류 복원이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남과 북·지역과 세계를 잇는 새로운 협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사라진 다시마를 다시 바다로 돌려놓는 일. 그리고 그 복원의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일은 결국 생태계 회복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정치와 이념이 멈춰선 현실 속에서도 바다를 살리는 작은 실천이 한반도의 미래 협력 가능성을 다시 열 수 있다는 기대를 남겼다.

▲ 한반도해조류 포럼 홍보동영상 캡쳐
진재중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공유하기
"바다는 이미 하나" 해조류로 남북을 다시 잇자는 사람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