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 회사정. 고택체험이 진행되는 영암 구림마을의 중심 공간이다.
이돈삼
둘째 날 첫 방문지는 연주현씨(延州玄氏) 종갓집이다. 종갓집 앞에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비가 세워져 있다. '만일 호남이 없으면, 그대로 나라가 없어지는 것'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편지글에 나오는 구절이다. 편지는 장군이 친구인 연주현씨 덕승(1555~1627)에게 보냈다. 1593년 7월의 일이다.
'약무호남 시무국가' 비를 훑어본 참가자들이 종갓집에 들어갔다. 죽림정(竹林亭) 앞에서 옛차림을 한 현삼식 종손이 손님을 맞는다. 참가자들은 종손의 설명을 들으며 죽림정에 걸린 이순신 장군의 친필 편지(복제본)를 봤다. 종손은 연주현씨 족보를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고택체험은 마을 돌아보기로 이어졌다. 마을길이 고즈넉한 옛집과 돌담을 따라간다. 참가자들은 돌담길에서 도선국사 탄생 설화를 지닌 국사암(國師巖)을 만났다. 국사암은 구림마을의 지명 유래와도 엮이는 곳이다.
전통마을에서 만나는 현대식 하정웅미술관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정겹다. 구림마을이 간직한 매력이다. 연둣빛으로 채색된 숲길과 숲터널을 따라가서 만난 월출산 도갑사도 넉넉했다. 연등 내걸린 절집의 갤러리에서 펼쳐지는 미술 작품 전시도 반갑다.
영암고택체험이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문화 관광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단순한 국가 유산 관람을 넘어 종손과 지역 공동체가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 덕분이다. 마을의 전통 의사 결정 방식인 '대동계' 체험도 흥미진진하다. 대동계 문서 만들기와 족보 읽기는 자신의 뿌리와 공동체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살아있는 역사 교육'이라는 찬사가 이어지는 이유다.
"구림마을을 제대로 만난 것 같습니다. 고택에 서린 문화와 종가의 생활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생생한 체험이었습니다."(김○○, 광주광역시)
"단순히 보는 관광이 아니라, 사람과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과 공동체가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라는 걸 느꼈습니다."(이○○, 서울특별시)
전라남도종가회 관계자(양재혁)도 힘을 보탰다.
"종가와 고택은 과거 유물이 결코 아닙니다. 현재에도 살아 숨 쉬는 역사 공간입니다. 앞으로도 지역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늘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구림에서 만난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주제로 한 영암고택체험은 오는 5월 30⁓31일(제2차), 6월 20⁓21일(제3차), 27⁓28일(제4차)로 이어진다. 고택 체험은 7월과 8월 쉬고 9월 5⁓6일, 12⁓13일, 19⁓20일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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