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만세' 외친 정자에서 펼쳐진 모두를 위한 공연

월출산 자락 영암에서 진행된 1박 2일 고택 체험 '구림에서 만난 약무호남 시무국가'

등록 2026.05.06 09:15수정 2026.05.0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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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보성 고택 체험했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맨 먼저 신청하고 또 왔습니다." (최○○, 경남 거제)

"몇 년 전에 고택 체험 해봤어요. 좋았던 기억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친한 언니랑 같이 왔어요." (이○○, 서울특별시)


"저희 부부는 고택체험 단골입니다. 여러 군데 해봤는데, 매번 좋았습니다. 이번에도 좋을 겁니다." (박○○, 광주광역시)

 조종수 가옥 안채. 영암고택체험 프로그램의 주무대 가운데 하나다.
조종수 가옥 안채. 영암고택체험 프로그램의 주무대 가운데 하나다. 이돈삼

고택 체험 마니아들이 모였다. 남도 고택 체험이 올해도 시작됐다. 고택 체험은 지난 2일과 3일 1박 2일 동안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구림마을에서 진행됐다. 체험 주제는 '구림에서 만난 약무호남 시무국가'다. 국가유산청의 고택·종갓집 활용 사업의 하나다.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는 광주버스터미널(유스퀘어)에서 광주송정역을 거쳐 영암으로 향했다. 영암읍내에서 점심 식사를 한 체험 참가자들은 월출산 자락 기찬랜드에서 제일 먼저 '영암아리랑' 노래비를 만났다. '영암아리랑'은 가수 하춘화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한 노래다. 월출산 허리둘레를 따라 단장된 기찬묏길을 걸은 시간은 한낮의 여유를 선사했다.

기찬랜드에서 다음 방문지는 김창조 가야금산조 기념관이었다. 김창조는 가야금산조의 창시자다. 가야금산조는 열두 줄로 풀어낸 희로애락으로 통한다. 고택체험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되는 가야금산조 공연의 계보를 미리 알아보는 시간이다.

"이런 곳이 있었네요. 영암에 여러 번 왔는데, 몰랐습니다. 덕분에 가야금산조가 뭔지 알고, 김창조라는 분도 처음 만났습니다."


영암에서 그리 멀지 않는, 광주광역시에 사는 체험 참가자 김아무개씨의 말이다. 앞 유리에 큼지막하게 '영암고택체험'을 새긴 버스는 체험 주무대인 구림마을로 향했다. 구림마을은 문화유산의 보물창고다. 영암군 문화유산의 절반 남짓이 여기에 모여있다. 450년 전통의 대동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동계는 향촌의 어려움을 서로 도우며 미풍양속을 지키는 마을 모임을 일컫는다. 이곳은 역사 인물인 백제 왕인박사, 신라 도선국사, 고려 최지몽의 태 자리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이 구림마을에서 먼저 찾아간 곳은 조종수 가옥이다. 조종수 가옥은 창녕 조씨(昌寧曺氏) 태호공파 종갓집이다. 한 자리에서 400년 넘게 대를 이어온 집이다. 참가자들은 조종수 종손의 안내를 받으며 집안을 돌아봤다. 가문의 내력과 사람들 이야기도 들었다.


 고택체험 참가자들이 유생복을 입고 조종수가옥 마당을 거닐고 있다.
고택체험 참가자들이 유생복을 입고 조종수가옥 마당을 거닐고 있다. 이돈삼

조종수 가옥은 기암괴석의 월출산을 배경 삼아 자리하고 있다. 안채는 작은 소나무 동산이 둘러싸고 있다. 풍광과 조화를 이룬 집이다. 안채가 1870년 지어졌다. 정면 5칸, 옆면 1칸 'ㅡ자'형 집이다. 가지런한 팔작지붕의 기와선도 멋스럽다. 사당 서호사(西湖祠)도 단아하다.

유생복 체험도 조종수 가옥에서 진행됐다. 유생으로 변신한 참가자들은 옛 사람 흉내를 내며 집안과 밖을 하늘거렸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소중한 추억도 만들었다. 옛 책을 만들고, 책에 적은 내용이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옛 책은 구림 대동계(大同契) 문서를 염두에 둔 체험이다.

가야금산조 공연은 조종수 가옥 앞 회사정(會社亭)에서 이뤄졌다.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회사정은 마을의 가온누리다. 옛 사람들이 마을의 대소사를 논의한 곳이다.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 장소도, 일제강점기 독립만세를 외친 곳도 여기다. 회사정은 호남을 대표하는 정자 가운데 하나다.

공연은 '더 현음재'가 맡았다. '더 현음재'는 김창조의 가야금산조 맥을 잇고 있는 영암의 전통문화 단체다. 공연은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가야금병창, 한량무로 이어졌다. 피날레는 25현 가야금으로 연주한 가요 메들리가 장식했다. 사방으로 트인 정자 덕분에 마을 주민과 함께 보는 공연이 됐다.

 회사정에서 진행된 가야금산조 공연. 고택체험 참가자들이 가야금산조 공연을 보고 있다.
회사정에서 진행된 가야금산조 공연. 고택체험 참가자들이 가야금산조 공연을 보고 있다. 이돈삼

참가자들의 흥에 겨운 발걸음은 상대포(上臺浦) 역사공원으로 향했다. 상대포는 옛 무역항이었음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일본에 천자문과 문화를 전한 백제 왕인박사가 배를 탄 곳이다. 구림마을 앞바다가 간척 되기 전의 일이다.

하룻밤은 낭주최씨 종가에서 묵었다. 저녁 식사도 종부가 준비했다. 전라도 잔칫집에서 빠질 수 없는 홍어회무침을 비롯해 몇 가지 나물이 차려졌다. 옛 음식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맛있고 정갈하게 버무려 내놓았다.

"두릅이 이렇게 맛있는 것인지, 예전에 몰랐습니다. 정말 맛있습니다."(고○○, 전남 순천)

"연포탕이 개운합니다. 한옥에서 먹으니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 국물 좀 더 주십시오."(유○○, 광주광역시)

밤늦게 내리기 시작한 비가 아침까지 내렸다. 밤사이 비가 그치길 기대했지만, 어차피 예보된 비였다. 황태미역국으로 아침 식사를 한 참가자들이 우산을 펴기 시작했다. 일부 참가자는 주최 측에서 준비한 비옷을 입었다.

 영암 회사정. 고택체험이 진행되는 영암 구림마을의 중심 공간이다.
영암 회사정. 고택체험이 진행되는 영암 구림마을의 중심 공간이다. 이돈삼

둘째 날 첫 방문지는 연주현씨(延州玄氏) 종갓집이다. 종갓집 앞에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비가 세워져 있다. '만일 호남이 없으면, 그대로 나라가 없어지는 것'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편지글에 나오는 구절이다. 편지는 장군이 친구인 연주현씨 덕승(1555~1627)에게 보냈다. 1593년 7월의 일이다.

'약무호남 시무국가' 비를 훑어본 참가자들이 종갓집에 들어갔다. 죽림정(竹林亭) 앞에서 옛차림을 한 현삼식 종손이 손님을 맞는다. 참가자들은 종손의 설명을 들으며 죽림정에 걸린 이순신 장군의 친필 편지(복제본)를 봤다. 종손은 연주현씨 족보를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고택체험은 마을 돌아보기로 이어졌다. 마을길이 고즈넉한 옛집과 돌담을 따라간다. 참가자들은 돌담길에서 도선국사 탄생 설화를 지닌 국사암(國師巖)을 만났다. 국사암은 구림마을의 지명 유래와도 엮이는 곳이다.

전통마을에서 만나는 현대식 하정웅미술관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정겹다. 구림마을이 간직한 매력이다. 연둣빛으로 채색된 숲길과 숲터널을 따라가서 만난 월출산 도갑사도 넉넉했다. 연등 내걸린 절집의 갤러리에서 펼쳐지는 미술 작품 전시도 반갑다.

영암고택체험이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문화 관광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단순한 국가 유산 관람을 넘어 종손과 지역 공동체가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 덕분이다. 마을의 전통 의사 결정 방식인 '대동계' 체험도 흥미진진하다. 대동계 문서 만들기와 족보 읽기는 자신의 뿌리와 공동체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살아있는 역사 교육'이라는 찬사가 이어지는 이유다.

"구림마을을 제대로 만난 것 같습니다. 고택에 서린 문화와 종가의 생활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생생한 체험이었습니다."(김○○, 광주광역시)

"단순히 보는 관광이 아니라, 사람과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과 공동체가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라는 걸 느꼈습니다."(이○○, 서울특별시)

전라남도종가회 관계자(양재혁)도 힘을 보탰다.

"종가와 고택은 과거 유물이 결코 아닙니다. 현재에도 살아 숨 쉬는 역사 공간입니다. 앞으로도 지역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늘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구림에서 만난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주제로 한 영암고택체험은 오는 5월 30⁓31일(제2차), 6월 20⁓21일(제3차), 27⁓28일(제4차)로 이어진다. 고택 체험은 7월과 8월 쉬고 9월 5⁓6일, 12⁓13일, 19⁓20일 계속될 예정이다.
#영암고택체험 #약무호남시무국가 #국가유산청 #고택종갓집활용사업 #영암구림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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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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