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의 불길, 동맹의 이름으로 강요되는 전쟁

한국이 왜 타인의 전쟁에 동원되어야 하는가

등록 2026.05.05 15:07수정 2026.05.0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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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또다시 위험한 선을 넘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적 긴장을 이유로 한국의 군사 작전 참여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프로젝트 프리덤'이라는 이름 아래 포장된 이 작전은 민간 선박 보호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상은 중동 해역에 대한 군사적 지배를 강화하려는 노골적인 패권 전략이다. 문제는 이 전쟁의 논리가 너무도 익숙하다는 데 있다. 위기를 과장하고, 위협을 부풀리고, 결국 동맹을 명분으로 타국의 참여를 압박하는 방식. 그리고 그 끝은 언제나 같다. 누군가는 전쟁을 수행하고, 누군가는 대가를 치른다.

지금 우리는 그 오래된 시나리오의 다음 장면 앞에 서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것이 과연 선택인가, 아니면 강요인가.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로'라는 이름의 지배

호르무즈 해협은 해상 교통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좁은 바다는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이며, 글로벌 경제의 생명선과도 같은 공간이다. 이곳에서의 작은 긴장 하나가 국제 유가를 출렁이게 하고, 금융시장과 물류 체계를 뒤흔든다. 다시 말해, 이 해협은 군사적 요충지를 넘어 경제적 패권의 관문이다. 이처럼 전략적 가치가 압도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군사적 개입은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 미국은 '항행의 자유'와 '민간 선박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한 의도가 존재한다. 그것은 해상 통제권의 확보이며, 더 나아가 그 통제권을 국제질서의 일부로 고착시키려는 시도다.

물론 이란 역시 긴장을 고조시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드론 공격, 해상 위협, 군사적 시위는 모두 지역 안정성을 해치는 행위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측의 행위를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구조 자체가 상호 긴장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지금의 상황은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왜 이 긴장이 계속 유지되고 확대되는가'의 문제다. 그리고 그 답은 군사적 충돌을 넘어선 권력과 통제의 문제에 있다.

전쟁의 정치학: 위기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가

전쟁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정치적 산물이며, 특정한 조건 속에서 선택되고 유지된다. 현대 국제정치에서 전쟁은 무력 충돌을 넘어 전략적 도구로 기능한다. 긴장은 관리되고, 위협은 강조되며, 그 위협은 다시 정치적 자산으로 전환된다.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을 이 맥락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외부의 적을 설정하고, 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행동을 촉구하는 방식은 정치적으로 매우 효과적이다. 그것은 지도자의 결단력을 부각시키고, 내부의 비판을 상대화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정치적 효과는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 전략에도 작동한다. 중동에서의 긴장은 미국에게 다양한 이익을 제공한다. 군사적 존재를 유지할 명분을 제공하고, 에너지 흐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며,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위기'는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 된다. 이것이 바로 전쟁의 정치학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긴장은 정책 실패나 우발적 충돌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는 순간, 그 긴장을 통해 얻어지던 정치적·전략적 이익 역시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이 전쟁은 정말로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되는 것인가.


동맹인가 압박인가: 한국을 향한 구조적 동원

이 거대한 구조 속에서 한국의 위치는 매우 복합적이다. 한편으로는 에너지 의존 국가로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동맹 관계 속에서 미국의 전략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이 두 요소가 결합되면서, 경제적 이해가 군사적 참여 압박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한국 선박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분명 심각한 사안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군사적 개입의 정당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피해에 대한 대응은 외교적, 법적, 국제적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참여가 요구되는 것은, 그 요구가 보호 조치를 넘어선 전략적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분명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동맹이 곧 자동적인 군사적 동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동맹은 상호 이익을 전제로 하는 관계이며, 그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재검토와 조정이 필요하다. 지금의 상황이 바로 그렇다. 중동에서의 군사 작전에 참여하는 것이 과연 한국의 안보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위험을 초래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참여의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는 사실이다. 군사적 개입은 외교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갈등의 한 축으로 한국을 고정시킨다. 이는 향후 외교적 선택지를 제한하며, 예상치 못한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결국 이것은 참여 여부를 넘어서는 문제다. 그것은 한국이 어떤 국가로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전쟁을 거부할 용기: 한국의 선택은 무엇인가

지금 한국이 직면한 상황은 외교적 수사나 원칙적 입장 표명으로 넘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선택은 이미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와 있다.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 이 질문은 정책 판단을 넘어, 국가의 방향과 정체성을 가르는 분기점이다. 우선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한국은 이 분쟁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긴장은 한국의 안보 위기라기보다, 글로벌 질서 속에서 파생된 외부 충돌에 가깝다. 물론 한국 선박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그 피해가 곧바로 군사적 개입의 당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은 언제나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는 그 순서를 거꾸로 뒤집고 있다. 군사적 대응이 먼저 제시되고, 그에 대한 정당성이 사후적으로 덧붙여지는 방식이다. 이것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문제다.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은 언제나 더 큰 갈등을 낳는다. 한국이 군사적 참여를 선택하는 순간,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우리는 더 이상 외부의 충돌을 관찰하는 위치에 머물 수 없게 된다. 그 즉시 갈등의 한 축으로 편입되며, 이후의 모든 전개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과 위험을 떠안게 된다.

이것은 회피가 아니라 선택이며,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적극적 전략이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책임을 감당하는 방식이다. 갈등을 확산시키는 대신 완화하는 역할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국가의 태도다. 동시에 한국은 외교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중립적 위치에 머무르는 것을 넘어, 긴장을 완화하고 협상의 여지를 넓히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는 군사적 기여가 아니라, 위기 관리 능력과 평화적 해결 의지에서 비롯된다. 한국은 이미 충분한 역량을 갖춘 국가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역량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결론: 우리는 전쟁의 도구가 아니다

한국은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 이 선택은 쉽지 않다. 압박은 계속될 것이고, 비판도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선택일수록 그 의미는 더 크다.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전쟁의 논리에 편입될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거부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은 현재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국가로 기억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힘에 의해 움직이는 국가인가, 아니면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국가인가. 지금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전쟁에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전쟁을 거부할 것인가.

호르무즈 해협의 불길은 단지 중동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 질서의 방향을 가르는 시험대이며, 동시에 한국의 주권을 시험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야 한다. 한국은 타인의 전쟁을 수행하는 도구가 아니다. 동맹은 전쟁 동원의 명분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평화보다 우선하는 군사적 충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 하나다. 전쟁에 참여할 용기가 아니라, 전쟁을 거부할 용기다. 그 답은 분명해야 한다.
#프로젝트프리덤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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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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