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생명과학연구소에서 국경을 넘는 백로 보전의 출발을 말하다

[베트남 백로와 공존을 위한 비행] 보전을 넘어, 연결을 고민하다

등록 2026.05.06 11:30수정 2026.05.0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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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과학기술한림원 산하 생명과학연구소에 도착했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방문지였다. 단순한 현장 방문이 아니라, 국제 연대와 보전을 위한 목적을 가진 자리였다. 짬침 국립공원과 사찰, 니호아 마을, 그리고 구찌터널까지 이어진 일정은 공존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마주한 이곳은, 그 가능성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진단해 보는 생명과학연구소 였다.

세 단체는 백로 보전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베트남을 찾았다. 연구소는 베트남과학기술한림원(VAST) 산하 핵심 연구기관으로, 생물다양성 보전과 생태계 변화 연구, 생명공학 기반 자원 활용 등 폭넓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생명공학과 배양 기술을 통한 자원화 연구와 기초 생명과학 연구가 함께 이루어지는 구조로, 단순한 학술기관을 넘어 자연을 어떻게 이용하고, 동시에 지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곳이다. 이번 여정을 안내한 뷔 박사 역시 이곳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연구소에서 발제를 간담회를 마치고
연구소에서 발제를 간담회를 마치고 김병기

방문에 앞서 세 단체는 구체적인 제안을 준비했었다. 번식지에서 이동 경로, 월동지까지 이어지는 공동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보 공유 플랫폼을 만들며, 도시와 생태가 공존하는 모델과 국제 보호 기준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았다. 기대와 달리 MOU 체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연구소측의 설명중인모습
연구소측의 설명중인모습 대전환경운동연합

연구소 측은 보다 현실적인 조건을 제시했고 향후를 약속하는 선에서 정리했다. 네트워크 구축과 운영에는 예산과 지속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며,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즉각적인 합의는 아니었지만, 함께 고민하고 발전시켜 보자는 방향성에는 공감이 이루어졌다. 짧은 간담회였고, MOU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자연과의 공존은 선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결국 구조를 만들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공동으로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의 사례를 공유했다. 발표는 단순한 현황 설명이 아니라, 왜 이 문제가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지를 보여주었다. 2010년 파주에서 발생한 첫 대규모 벌목 사례 이후, 대전·청주·전주 등 여러 지역에서 번식지 갈등이 반복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번식 중이던 새끼들이 폐사하는 일도 발생했다.

환경부 조사결과 2018년 기준 전국 76개 집단번식지에서 약 3만4천 개의 둥지가 확인됐으며, 번식지는 증가하는 반면 개체 수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서식지 파괴와 반복된 벌목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특히 1,000개 이상 규모의 대형 번식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변화다.

 백로 현황과 국제교류를 요구하며 발제하는 모습
백로 현황과 국제교류를 요구하며 발제하는 모습 대전환경운동연합

번식을 마친 백로는 국경을 넘어 이동한다. 2014년 대전에서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개체가 베트남 뚜이호아 지역에서 확인된 사례처럼, 백로는 한 국가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번식지의 조건은 월동지와 연결되고, 한 지역의 선택은 다른 지역 생태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백로 문제는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생태 문제로 확장된다. 세 단체가 베트남을 찾은 이유도 바로 이 이동성에 있다.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백로의 존재를 연구소 측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번식을 마친 개체가 베트남으로 이동한다는 설명을 듣고 연구진이 놀라는 모습은,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동시에 이는 실제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하게 했다.

짬침 국립공원에서는 보호된 자연을 확인했고, 사찰에서는 인간이 자연을 품고 살아가는 방식을 보았다. 니호아 마을에서는 훼손 이후 다시 공존을 모색하는 과정을 마주했고, 구찌터널에서는 전쟁이 자연을 어떻게 파괴하고 다시 회복시키는지의 복잡한 시간을 확인했다. 인간이 자연과 어떤 구조로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갈 길은 멀지만, 이미 변화를 만들어가는 시민들과 가능성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생명과학연구소 방문은 이러한 흐름을 국제연대라는 과제로 확장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세 단체는 이미 일본과의 교류를 통해 국제적 공존의 기반을 마련해 왔다. 이동하는 생명에 맞춰 협력 역시 국경을 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본과 베트남을 잇는 협력 구조는 동아시아 이동철새 보전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세 단체는 6월 5일 환경의 날을 전후해 백로 보전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으며, 2027년에는 일본과 베트남을 포함한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 협력의 범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로, 구조와 예산, 협력 체계 모두가 완성되지 않았다.

백로의 서식지와 보전 문제는 이미 국경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인간 역시 그 경계를 넘어야 한다. 이번 베트남 방문은 단순한 조사나 견학이 아니라, 공존이 가능한 조건과 불가능한 현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백로를 지키는 일은 결국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벌목을 멈출 것인지, 개발 방식을 바꿀 것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그리고 이제 그 선택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공동의 과제가 되었다. 이번 만남이 완성된 해답을 만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분명한 출발점은 만들어졌다. 백로가 하늘을 따라 이동하듯, 보전의 책임 역시 그 경로를 따라 이어지고 있다. 연결은 시작되었고, 그 위에서 공존은 다시 시도될 것이다.
#베트남 #멸종 #백로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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