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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모여드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시로 읽는 오늘] 변윤제 '5월'

등록 2026.05.11 09:02수정 2026.05.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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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기자말]
5월
- 변윤제

아이야,
꽃은 오히려 그림자 때문에 핀단다


나는 옆에 있는 사람들의 옆에 있으려는 사람 누군가의 옆이 되어주느라 자꾸 자신의 곁은 비우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옆으로 가닿고자 하는 사람

아이야, 슬픔의 오래된 꽃망울 흙길을 밟고 오는 그런 아이야
땅에 달라붙는 힘으로 가장 처음 피는 산목련을 보자 봄을 밀어붙이는 허연 빛 눌어붙은 백색 잎 순과 계절의 여백까지를

꽃은 제 발치에 스스로를 묻는 형식
아름다움이 어떻게 양분이 되는가를 물어보는 식물의 발버둥

그건 저묾을 안타까워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아니야 도리어 그걸 마음껏 아쉬워해야 하는 이유
꽃대가 문득 자기 꽃잎을 놓칠 때 알게 되는 거야

산목련 그림자가 살 수 없는 곳에 피어나는 꽃은 없다는 것
마음의 어둠을 다 살아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꽃빛


5월
해마다 모여드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에 대해

그래, 아이야, 5월을 바라보기 위해선 5월의 일부가 되어야 하지, 아니, 우리가 이미 5월의 살과 피와 꽃잎과 계절에 속한 사람이란 걸 되뇌어야 하지


비에 젖은 산목련이 제 몸에 말라가는 방울을 찬찬히 헤아리듯이

아이야, 5월, 여긴 캄캄하다와 환하다가 동시에 말이 되는 꽃나무숲, 그렇게 믿자, 그렇게 걷자, 그렇게 가자, 햇살이 숲의 광대한 옆이 되어줄 때, 그 옆에 다시 서는 사람이 되어

달래주는 사람의 곁을 달래주는 사람이 되어

출처_시집 <반국가세력>, 아시아, 2025
시인_변윤제: 2021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 < 반국가세력>이 있다.

 그림자를 살아낸 꽃이 피어난다.
그림자를 살아낸 꽃이 피어난다.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추천글

대학 때 5월 망월동에 가려면 늘 전경들의 감시와 대치를 뚫고 가야 했다. 1980년엔 나 역시 어려서 간접적으로밖에 5.18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망월동 묘비들 앞에 서면 언제나 눈물을 쏟았고 커다란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내 기억하고자 했고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광주 곁에 있고자 했다. 1980년 5월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이 젊은 시인은 "캄캄하다와 환하다가 동시에 말이 되는 꽃나무숲"의 감각으로 다시 5월을 호명한다. 시인은 그 감각으로 "마음의 어둠을 다 살아본 사람"만의 "꽃빛"을 헤아려보려 한다. 어쩌면 1980년 5월은 그의 삶과 멀리 떨어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기꺼이 스스로 "5월의 일부가 되"고자 한다. 이제 5월은 참상을 겪은 세대들만의 5월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시는 새삼 깨닫게 한다. 이 젊은 시인이 "달래주는 사람의 곁을 달래주는 사람"이라도 되어 스스로 "5월의 살과 피와 꽃잎과 계절에 속한 사람이란 걸 되뇌"이고자 할 때 5월은 그 자신만의 의미로 새롭게 부활한다. 5월을 겪었든 겪지 않았든 5월의 '캄캄함'을 저버리지 않고 스스로 감당하면서 각자의 의미로 되새길 때, 그 모든 의미들이 모여 5월은 비로소 완성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더 거대하고 아름답게 꽃 피어나는 것은 아닐까. (김근 시인)
#변윤제시인 #5월 #반국가세력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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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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