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도니오 알칼라 극장. 오페라하우스 극장의 좌석 구분은 예술을 향유하는 방식에 사회적 위계가 적용된다. 과거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현재는 경제적 능력으로. 하지만 때때로 극장을 무료로 개방함으로써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안수
이 극장은 35년간 정권을 장악한 포르피리오 디아스가 건축과 예술을 권력의 정당성 과시 수단으로 건축을 시작해 1909년에 완공했다. 하지만 개관 직후 시작된 혁명(1910~1920)으로 정권은 붕괴되고 '예술이 도시의 영혼을 구원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내부 벽화, '예술의 승리'가 예언처럼 적중해 여전히 문화적 심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극장에서 4월 17일에는 오악사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시즌 공연을, 5월 2일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중계로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를 관람했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1층 오케스트라석에서 이 지역 음악의 중심 악기로 자리 잡은 마림바와의 협연을, 오페라는 2층 박스석에서 타티아나가 사랑을 고백하는 긴 독백 '편지 아리아'와 오네긴의 후회와 절망의 절규를 뉴욕 현지와 실시간으로 관람했다. 예술을 향유 하는 방식에 가장 뚜렷하게 남아 있는 사회적 위계가 오페라하우스 극장의 좌석 구분이다. 뉴욕에서 누리지 못한 욕망을 오악사카에서 풀었다.
5월 3일에는 산토 도밍고 수도원의 오악사카 문화 박물관에서 오악사카의 실내악 앙상블인 카메라타 오악사카의 클래식 콘서트가 열렸다. 바흐 , 알비노니 , 가브리엘 포레 등 클래식 명곡 레퍼토리를 옛 도밍고 수도원의 성스러운 회랑에서 누리는 감성은 각별했다. 오악사카 사람들은 문화예술이 빠듯하고 가난한 일상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초월하는 여백이 될 수 있음을 좀 더 일찍이 깨달은 사람들 같다.
이 공동체의 아름다운 원칙
오악사카의 문화 행사와 문화 공간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이 공동체의 아름다운 원칙들이라고 할 만한 몇 가지 기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화 예술을 공공재로 여기는 점이다.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혹은 우리처럼 방문자라도 그것에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적 재화에서 사회 전체가 함께 누려야 한다는 공공 자산이라는 생각이 실천 되고 있다.
전시와 공연이 대부분 무료이고 예전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현재는 경제적 이유로 접근 불가능했던 마세도니오 알칼라 극장의 박스석까지도 많은 공연을, 조금 부지런하다면 3시간의 오페라 공연 시간 동안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는 수평적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 누구나 잠시 예술로의 도피가 가능하다는 것은 생존의 거친 일상에 대처하는 방식일 수도 있겠다.
서점 앞 보행자 거리를 시 낭송과 문장 나눔 등의 독서 담론 공간으로 전환하고, 성당벽과 삼거리 보행자 길을 거대한 라이브 공연 무대로 활용하고, 도서관의 중정을 극장으로, 복원된 옛 산 파블로(San Pablo) 수도원의 중정을 공공 강연장으로 활용함으로써 도심 공간 전체가 문화 공간이 되는 지혜를 발휘한다.

▲결혼식 거리 퍼레이드인 칼렌다. 결혼이라는 사적인 행사가 전통공연과 결합해 거리 퍼레이드로 이루어짐으로써 행사의 주인공은 공동체 전체로부터 축하 받는 특별한 기쁨을, 관광객들에게는 축제를 경험하는 특별한 행운이 된다.
이안수
오악사카 도심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지구로, 전통적 경관 유지와 식민지 시대 건축 보존을 위해 건축물의 층고, 외관 리뉴얼, 간판 설치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지역은 이런 제약을 오히려 개성적인 문화 향유 공간으로 전환 시켰다.
성당의 종소리가 새로운 날을 깨운 뒤 문화 행사가 시작되고 수많은 사람이 음식을 함께 나누는 전통을 통해 도시가 익명의 공간이 아니라 이웃의 살가운 정서로 전환된다. 2002년, 맥도날드가 오악사카 도심에 진출하려 했을 때, 지역 공동체는 단순히 '반대'라는 정치적 구호로만 맞서는 대신 광장에 모여 원주민 공동체와 전통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으로 외국 패스트푸드의 진출을 '문화적 침탈'로 인식하게 했다고 한다(관련 기사 :
맥도날드 없는 도심, 이런 배경이 있었네).
음식 나눔이 강력한 공동체의 저항이 되었다. 오악사카의 역사지구에는 여전히 맥도날드도 스타벅스도 찾아볼 수 없다. 적어도 오악사카에서는 세계적 브랜드보다 지역 음식이 더 강력한 문화적 힘을 가지게 되었다. 4월의 아침 행사에서 맥도날드에 저항하면서 함께 먹었다는 타말레와 아톨레를 나누면서 나조차도 이 도시의 공동체의 일원이 된 듯한 마음을 경험했다.
결혼이나 세례 등 개인의 기념일에 도심 보행자 거리에서 거리 퍼레이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전통적인 음악대, 거대한 인형, 등불, 전통의상 여성들의 공연자들과 함께 가족·친구들이 행진하며 춤추는 '칼렌다(Calenda)'가 매 주말마다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이 세대 간 자연스럽게 전승되는 것은 물론 행사의 주인공은 공동체 전체로부터 축하 받는 특별한 기쁨을, 관광객들에게는 축제를 경험하는 특별한 행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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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도시의 영혼을 구원한다"는 예언이 적중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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