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5.07 08:45수정 2026.05.0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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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포장한 할머니 어버이날 선물 박스
김선아
오월 긴 연휴의 마지막 날, 어린이날이었다. 이미 전야제를 거창하게 치른 터라 아이는 오늘은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 했다. 하지만 엄마 욕심은 또 다르다. 결국 아이 손을 잡고 '한양도성 성곽길'로 향했다.
바람은 선선했지만 햇빛은 제법 뜨거웠다. 한참을 걷고 돌아오니 가족 모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성곽길은 얕은 산을 오른 듯 쉽지 않은 산책이었다. 그래도 곳곳의 예쁜 카페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 그리고 역사적인 공간이 주는 의미 덕분에 엄마 입장에서는 교육과 휴식을 한 번에 챙긴 꽤 만족스러운 나들이였다.

▲ 한양도성 순각길
김선아
오후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는데도 아이의 체력은 놀라웠다. 씻고 나오더니 금세 심심하다 했다. 얼마 전 맛보고 집에서 만들어보려 한 '버터떡'이 떠올랐다. 요즘 유행하는 디저트인데, LA찹쌀떡과 비슷한 느낌이라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미리 주문해 두었던 타피오카 전분도 있었다. 찾아본 레시피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휘핑도, 긴 휴지 시간도 필요 없이 재료를 섞어 굽기만 하면 되었다. 냉동실에서 버터와 찹쌀가루를 꺼내고, 아이와 함께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 아이와 함께 준비하는 버터떡 식탁은 엉망이지만 즐거웠다
김선아
아이는 본인도 꼭 하겠다며 신이 났다. 그런데 계량한 계란, 버터, 우유 그리고 설탕을 섞기 시작할 때부터 여기저기 흘리기 시작하더니, 가루를 넣을 즈음엔 식탁이 이미 엉망이 됐다. 그래도 아이는 마냥 즐거워했다. 가루가 안 보일 때까지 열심히 섞으며 제 몫을 단단히 했다.
버터떡은 팬에 버터를 넉넉히 발라 튀기듯 구워야 '겉바속촉'이 된다. 아이는 팬보다 자기 손에 버터를 더 많이 바른 듯했다. 몇 번이나 손을 씻으면서도 "왜 이렇게 미끈거려"라며 궁시렁거렸다. 반죽은 팬의 80% 정도만 채워야 한다고 했는데, 아이는 용감하게 넘칠 만큼 가득 담아버려 덜어내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 팬에 버터를 충분히 바른 뒤 반죽을 넣어준다
김선아
여하튼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모양도 맛도 사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나에 3000원쯤 하는 디저트인데 18개나 만들어 놓고 보니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오븐이 작은 탓에 세 번에 나눠 구웠는데, 덕분에 차이도 발견했다. 바로 구운 첫 번째 버터떡은 폭신하고 가벼운 식감이었고, 마지막 오븐에 나온 버터떡은 더 단단하며 바삭했다. 어떤 쪽이든 맛은 좋았다.

▲상하이 버터떡 / 반으로 가르니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잘 만들어졌다.
김선아
버터떡을 먹던 아이는 갑자기 "이건 우리만 먹기 아깝다"며 할머니께도 드리자고 했다. 있는 재료로 다시 한번 대량 생산을 했다. 집 안은 고소한 버터 냄새로 가득했다. 아이는 포장 비닐과 상자를 꺼내 직접 선물 포장까지 했다. 작년에 사용한 카네이션도 다시 꺼내 장식으로 넣었다.
나는 그 옆에 슬쩍 용돈 봉투 하나를 끼워 넣었다. 할머니께 편지도 쓰라는 나의 이야기가 잔소리로 들렸는지, 아이는 알겠다 했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 쓰지는 않았다. 과연 준비할지 의문이다. 이렇게 어린이날 피날레로 만든 버터떡은 어느새 어버이날 전야제 준비로 바뀌었다. 아이가 정성껏 꾸민 할머니의 어버이날 선물 박스를 보고 있자니,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의 어버이날은 어떻게 되는 건가.'
정작 내 몫의 어버이날은 잠시 뒤로 밀린 듯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이가 할머니를 떠올리고, 직접 만든 버터떡을 포장하고, 서툴게나마 마음을 전하려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딸이면서 동시에 아이의 엄마, 둘 다 할 수 있는 이 상황이 꽤나 즐거웠다.
나의 노년의 어버이날은 어떤 모습일까. 언젠가 올 그날에도 오늘처럼 가족의 따뜻한 마음이 내 곁에 있기를 기대해 본다.

▲상하이 버터떡 / 갈색으로 맛있게 구워진 버터떡
김선아
[상하이 버터떡]
▶ 재료
건식 찹쌀가루 130g, 타피오카 가루 50g, 계란 1개, 버터 50g, 설탕 55g, 우유 200ml, 소금 1g, 바닐라엑스트랙 1작은술
▶ 만드는 법
① 모든 재료를 계량해 준비한다. 재료는 상온에 두어 냉기를 미리 빼둔다.
② 버터는 중탕하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려 녹여둔다. 우유도 너무 차갑지 않게 살짝 데워 준비한다.
③ 계란을 잘 풀어준 뒤 설탕을 조금씩 넣어가며 거품기로 잘 섞는다.
④ 우유, 버터, 바닐라엑스트랙을 순서대로 넣으며 골고루 섞어준다.
⑤ 찹쌀가루와 타피오카 가루는 체에 내려 소금과 함께 넣고, 반죽이 뭉치지 않도록 잘 섞어준다.
⑥ 팬에 버터를 넉넉히 바른 뒤 반죽을 약 80% 정도만 채운다.
⑦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80도로 낮춘 뒤 30분 정도 굽는다.
⑧ 완성되면 틀에서 꺼내 한김 식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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