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선물로 버터떡을 준비하게 된 사연

재료를 섞어 굽기만 하면 완성... 문득 내 노년의 어버이날을 떠올렸다

등록 2026.05.07 08:45수정 2026.05.0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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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포장한 할머니 어버이날 선물 박스
아이가 포장한 할머니 어버이날 선물 박스 김선아

오월 긴 연휴의 마지막 날, 어린이날이었다. 이미 전야제를 거창하게 치른 터라 아이는 오늘은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 했다. 하지만 엄마 욕심은 또 다르다. 결국 아이 손을 잡고 '한양도성 성곽길'로 향했다.

바람은 선선했지만 햇빛은 제법 뜨거웠다. 한참을 걷고 돌아오니 가족 모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성곽길은 얕은 산을 오른 듯 쉽지 않은 산책이었다. 그래도 곳곳의 예쁜 카페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 그리고 역사적인 공간이 주는 의미 덕분에 엄마 입장에서는 교육과 휴식을 한 번에 챙긴 꽤 만족스러운 나들이였다.


 한양도성 순각길
한양도성 순각길 김선아

오후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는데도 아이의 체력은 놀라웠다. 씻고 나오더니 금세 심심하다 했다. 얼마 전 맛보고 집에서 만들어보려 한 '버터떡'이 떠올랐다. 요즘 유행하는 디저트인데, LA찹쌀떡과 비슷한 느낌이라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미리 주문해 두었던 타피오카 전분도 있었다. 찾아본 레시피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휘핑도, 긴 휴지 시간도 필요 없이 재료를 섞어 굽기만 하면 되었다. 냉동실에서 버터와 찹쌀가루를 꺼내고, 아이와 함께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준비하는 버터떡 식탁은 엉망이지만 즐거웠다
아이와 함께 준비하는 버터떡 식탁은 엉망이지만 즐거웠다 김선아

아이는 본인도 꼭 하겠다며 신이 났다. 그런데 계량한 계란, 버터, 우유 그리고 설탕을 섞기 시작할 때부터 여기저기 흘리기 시작하더니, 가루를 넣을 즈음엔 식탁이 이미 엉망이 됐다. 그래도 아이는 마냥 즐거워했다. 가루가 안 보일 때까지 열심히 섞으며 제 몫을 단단히 했다.

버터떡은 팬에 버터를 넉넉히 발라 튀기듯 구워야 '겉바속촉'이 된다. 아이는 팬보다 자기 손에 버터를 더 많이 바른 듯했다. 몇 번이나 손을 씻으면서도 "왜 이렇게 미끈거려"라며 궁시렁거렸다. 반죽은 팬의 80% 정도만 채워야 한다고 했는데, 아이는 용감하게 넘칠 만큼 가득 담아버려 덜어내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팬에 버터를 충분히 바른 뒤 반죽을 넣어준다
팬에 버터를 충분히 바른 뒤 반죽을 넣어준다 김선아

여하튼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모양도 맛도 사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나에 3000원쯤 하는 디저트인데 18개나 만들어 놓고 보니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오븐이 작은 탓에 세 번에 나눠 구웠는데, 덕분에 차이도 발견했다. 바로 구운 첫 번째 버터떡은 폭신하고 가벼운 식감이었고, 마지막 오븐에 나온 버터떡은 더 단단하며 바삭했다. 어떤 쪽이든 맛은 좋았다.

상하이 버터떡 / 반으로 가르니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잘 만들어졌다.
▲상하이 버터떡 / 반으로 가르니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잘 만들어졌다. 김선아

버터떡을 먹던 아이는 갑자기 "이건 우리만 먹기 아깝다"며 할머니께도 드리자고 했다. 있는 재료로 다시 한번 대량 생산을 했다. 집 안은 고소한 버터 냄새로 가득했다. 아이는 포장 비닐과 상자를 꺼내 직접 선물 포장까지 했다. 작년에 사용한 카네이션도 다시 꺼내 장식으로 넣었다.


나는 그 옆에 슬쩍 용돈 봉투 하나를 끼워 넣었다. 할머니께 편지도 쓰라는 나의 이야기가 잔소리로 들렸는지, 아이는 알겠다 했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 쓰지는 않았다. 과연 준비할지 의문이다. 이렇게 어린이날 피날레로 만든 버터떡은 어느새 어버이날 전야제 준비로 바뀌었다. 아이가 정성껏 꾸민 할머니의 어버이날 선물 박스를 보고 있자니,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의 어버이날은 어떻게 되는 건가.'


정작 내 몫의 어버이날은 잠시 뒤로 밀린 듯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이가 할머니를 떠올리고, 직접 만든 버터떡을 포장하고, 서툴게나마 마음을 전하려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딸이면서 동시에 아이의 엄마, 둘 다 할 수 있는 이 상황이 꽤나 즐거웠다.

나의 노년의 어버이날은 어떤 모습일까. 언젠가 올 그날에도 오늘처럼 가족의 따뜻한 마음이 내 곁에 있기를 기대해 본다.

상하이 버터떡 / 갈색으로 맛있게 구워진 버터떡
▲상하이 버터떡 / 갈색으로 맛있게 구워진 버터떡 김선아

[상하이 버터떡]

▶ 재료
건식 찹쌀가루 130g, 타피오카 가루 50g, 계란 1개, 버터 50g, 설탕 55g, 우유 200ml, 소금 1g, 바닐라엑스트랙 1작은술

▶ 만드는 법
① 모든 재료를 계량해 준비한다. 재료는 상온에 두어 냉기를 미리 빼둔다.
② 버터는 중탕하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려 녹여둔다. 우유도 너무 차갑지 않게 살짝 데워 준비한다.
③ 계란을 잘 풀어준 뒤 설탕을 조금씩 넣어가며 거품기로 잘 섞는다.
④ 우유, 버터, 바닐라엑스트랙을 순서대로 넣으며 골고루 섞어준다.
⑤ 찹쌀가루와 타피오카 가루는 체에 내려 소금과 함께 넣고, 반죽이 뭉치지 않도록 잘 섞어준다.
⑥ 팬에 버터를 넉넉히 바른 뒤 반죽을 약 80% 정도만 채운다.
⑦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80도로 낮춘 뒤 30분 정도 굽는다.
⑧ 완성되면 틀에서 꺼내 한김 식혀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스타,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상하이버터떡 #이화동 #낙산성곽길 #어린이날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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